직딩 용녀의 현실 돌파구
생각하면 괜히 머리부터 아픈 일도 있고,
너무 착하고 멋진 내 동생에게
좋은 배우자도 빨리 생겼음 하고,
3주 전 교통사고로 다친
오른쪽 어깨와 만성 소화불량도 큰 걱정이지만
그보다는
오늘을 더 감사하고 더 기쁜 일들로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길 엄마와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엄마가 탄 303번 버스(low9841)를 타려고
지하철 뚝섬역부터 조마조마해하다
잠실역에 내려서는
신호에 걸려있는
그 버스를 타겠다고
헉헉거리며 뛰다가 바로 눈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보며
"나 간다~~~", "엄마 버스 가네"
엄마와 전화넘어로 너털웃음을 웃었다.
푸핳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
동생이 보낸 '굿퇴근?'이라는 문자를 받은 순간,
기분이 싹~좋아졌다.
패잔병처럼 어깨 축 늘어뜨리지 않고
당당하고 기분좋게 집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갈 용기가 생겼다.
우리 기관에서 돌보는 청소년의 멘토가 되어주시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이 훅~지나갔다.
만나지 않았음 더 좋았을 인생의 문턱을
잘 넘어가도록 손 잡고 도와주시는
멘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그 따뜻한 마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얼마 전 사무실 짐을 정리하며 수납장과 창고, 서랍구석에 방치되었던 소지품을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자고 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인형달린 머리띠가 몇 개 나왔는데 생각나는 '아이'가 있어서 챙겨서 동생편에 들려보냈었다. 동생 회사 동료의 딸래미가 그렇게 이쁜 짓을 한다고 하던 게 기억이 났었다. 그랬더니 퇴근 길 전철을 타고 달리는데 그 이쁜 아이가 곰돌이 머리띠, 토끼 머리띠를 온 몸에 두른 사진을 전해왔다. 이쁘다. 참 이쁘다.
아이 하나가 온 우주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웃고 좋아하니 온 우주가 평화롭다.
'감사'를 되로 주니 말로 돌아온다.
오늘 힘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