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BitCoin(빗코인)???

선한 끝을 찾아..

by Sunny Day

정신적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선한 마음의 끝은 어디에 있는지...

곱씹어보게 되는 날이다.



한참 일을 하고 있던 오후에 문자가 왔다.


잘 지내냐며 건내는 안부문자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잘 지내시냐고 되묻는 문자에 힘들어도 견디며

지낸다는 답문에 마음이 짠해졌다.

지하철 입구에 서서 오가는 사람 눈길 다 받으며

찬바람과 찌는 더운 기운까지

사계절 고루 받아 맞서며

한 권에 오천원짜리 월간잡지 파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리라 싶었다.




답을 기다리다가 일이 바빠 다시 일에 매여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그 분이셨다.


"선희씨~"


내 이름을 부르자마자,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더 크고 반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


"네~어머니~~"

얼마 전 많이 내린 눈과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겨울 추위가 걱정되어 요즘 어떠신지 안부를 묻는데..

퇴근 언제 하는지, 몇 시에 끝나는지 물으시다가 오늘 만나줄 수 있느냐 하신다.



몸보다 마음이 더 추워요.


너무 힘든데, 세상 천지에 생각나는 사람이 선희씨밖에 없잖아요.


순간 철렁하는 생각이 들어, 나가겠다 했다.

아니,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고 나라도 만나고 싶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원하시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약속을 정하고나서는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왜 나 같은 사람을 만나줘요? 내가 뭐라고...



신촌역까지 어떻게 뛰어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몇 정거장 안되지만 서둘러 나온다는 게

오분은 늦어버려서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한치의 망설임없이 그러겠다고 다짐하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무슨 일일까 걱정도 됐지만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감사했다.



그냥 지하철 역사와 연결된 맥도날드에 가자셨다.

따뜻한 저녁식사 대접하고 싶다고 다른 데 가자시는데 괜찮다고 그보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하시니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것도 직접 사시겠다고 해서 민망하여 손사래를 치며 와이퍼 모양새였지만 한사코 그러고 싶다고 하시는 통에 마음을 접었다.


그래,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드리자. 깊게, 귀담아




돈이 필요해요. 돈 좀 빌려줘요.


아, 그 이야기였구나 싶을 때..


너무 힘들어요. 이거 팔아서 돈 못 벌어요. 다른 이유때문에 하는 거지. 돈 좀 빌려줘요.


무슨 일 있으세요? 얼마나 필요하세요?


내가 지금은 이래도 예전에 잘 살았는데.. 육십평 아프트에서 살았어요.


물어보지도 않은 옛 이야기를 하시며 예전 주소지로 되어있는 주민등록증을 꺼내보이셨다.


아, 네.. 그러셨어요?


주식을 했어요. 돈을 좀 많이 벌었지. 몇 억씩. 지금 이거 해서 돈 못 벌어요. 저녁에 집에 가서 조금씩 하고 있어요. 근데 자금이 없으니까 안돼.


주식이요??


네.. 해외거래하는 그런거 있어요.


비트코인이구나 싶었다. 갑자기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에게까지 연락하셨을 정도면 마음은 참 급하셨구나 싶었다.



햄버거를 앞에 두고 할 이야기치고는 너무 무거운 이야기라 자꾸 권하시는데도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선희씨 직장생활하잖아요. 성실해보였어요. 나 믿고 돈 좀 빌려줘요. 아니면 그냥 줘도 좋고. 백오십이나 이백 정도?


그렇게 큰 돈이 없어요.


없..어요??


네, 저도 대출을 받고 아직 갚아가는 중이에요. 죄송해요.


아니, 성실해보였는데...


....


얼마라도 없어요??


힘들 때 같이 저녁 먹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건 제가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아니, 그러지 말고 나 믿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확실해요. 예전에 주식해서 브이아이피 대접 잗던 사람이에요.


주섬주섬 자신의 신용을 확인시켜(?) 줄 심산으로 옛날 잘 살았을 때 주소지가 적혀있는 주민등록증과 가족들의 신상에 대해서 줄줄이 이야기하셨다.


구구절절한 가정사를 듣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주식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이미 상해버린 터였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었다 사기라는 걸 알았을 그 때처럼 허망한 마음이 드는 건 억지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제가 사실 이런 이야기까지 드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사기를.. 당했었어요. 도와달라는 그 말 그대로만 듣고 모아둔 큰 돈을 덜컥 빌려주었는데 사기였어요.


내가 영어를 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었다.


도움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어찌보면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니겠지만, 누군가의 요청을 거절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참 마음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나의 선한 마음, 선한 의지가 그렇게 이용될(?) 꺼리가 되었다는 게 영 나를 기운빠지게 만들었다.


나 너무 모지란 건가?


터덕터덕, 집에 들어가는 길에 쉽게 만나던 버스외벽의 비트코인광고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보게 싫을 수가 없었다. 그 분에게 그 광고가 얼마나 유혹적이었을까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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