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게는 까다롭게!
나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 없이 까다로운 게
대개 사람들의 숨길 수 없는 본성이다.
'내려놓는다'는 것도
머리도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기 쉽고
삶으로 나타내기는 어렵다.
나는 열매맺고 있나?
문득 '열매없는 신앙'은 아닐지 돌아보면
괜히 작아지고 위축된다.
며칠 전 지하철 출근길에서
잠이 든지도 모르게 졸다가 급기야 옆 사람에게 살짝 기대었나보다. 어느 순간 그 옆 사람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저리 가세요. 더 이상 기대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소리가 없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너무 놀라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긴장상태가 되었다. 내가 잘못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꼭 그런 방식으로 불편함을 표현해야 했나 싶고 민망하고 그랬다.
아이 씨
이호선 합정역 이번 출구로 나와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누군가 나와 도보간격을 너무 가깝게 한 나머지 내 신발 뒤축을 밟아서 신발이 벗겨져버렸다.
죄송하다는 말은 없었지만 가벼운 목례인지 눈인사인지 애매한 제스처를 취한 후 급히 갈길을 재촉하고 사라졌다. 제대로 된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였는지, 하이힐 뾰족한 굽이 배수로 가리개 사이에 빠진 것도 아닌데 운동화가 홀라당 벗겨진 것이 너무 어이없어서였는지 한 5초 정도를 머물러 '그 사람'의 뒷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아이 씨...
사무실에 들어와 일정정리를 하며 업무 준비를 시작하는데 오늘 아침 일들이 생각났다.
주책스럽게 잠을 못이기고 모르는 옆 사람에 기대고 밍구스러운 옆구리 찔림(?)이나 당하다가, 길거리 걷다가 뒷 사람에게 신발을 밟히고 벗겨지기까지 한 오늘 아침의 과정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나의 실수와 잘못이 있었을 때는
누군가 나를 좀 이해해주고 용납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대를 했다.
남의 잘못은 깍듯한 사과와 액션없이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는다는 건,
내가 좀 손해보는 듯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닐까?
좀 더 많이 가진 자의 넉넉함 마음,
좀 더 시간이 많은 사람의 차분함,
좀 더 건강한 사람의 생기와 활력,
이런 여유를 가지고
넉넉히 품어주고 이해하고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내 주 되신 아버지의 마음으로,
다시 내일을 살아야겠다.
<빌2:5-8>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