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깊고 조용한 애도의 시작

아버지의 죽음

by Sunny Day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전화를 받고서는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보니 어정쩡하게 "네?.... 네.. 아, 네....."라고 말했던 것 같다.


버스는 가고 있고 정류장마다 성실하게 서고 있는데 나는 타지도 내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 전화를 받은 이후 종종 꿈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멍하기도 한 것이 뇌가 정지된 같았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것 같아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한테 먼저 알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해야 할 일'을 위해서 누군가의 힘으로 순간 정신이 들었다


우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하고 연락을 했다.


요양병원, 뇌혈관질환, 코로나, 가족장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 아버지 장례에 대한 키워드였다.


병원이든, 장지든... 어디든 찾아오셔서 우리의 얼굴을 보시고 위로하고 싶으시다고 하는 분들이 계셨지만 같은 대답으로 일관하며 시끄러워지는 머릿속을 잠재우려 했다.


빈소를 차리지 않고 가족장으로 조용히


서둘러하던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했던 말을 쓰고 또 쓰고 반복하며 오타를 내기 일쑤였다.


장례의 과정은 간소하고 단촐하다 못해 허전해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평소처럼 보냈지만 편하지 않았다.

명치끝이 꽉 막힌 것 같고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 손 발이 차가워졌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지고 가까운 손님이 오실 때마다 상주의 복받치는 곡소리 없었다.

대신 터뜨리지 못하는 깊은 흐느낌이 있었다. 속울음이었다

화장터 1번 화로에 들어간 남편의 관 앞에 서서 유리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양쪽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가누기 어려워하는 엄마의 뒷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큰 속울음이었다.


어느새 마흔이 넘은 내 나이만큼의 결혼생활 중 절반 이상을 까칠하고 힘겹게 보내온 엄마의 회한이 담겼을까?

오랜만에 마주한 남편은 손발이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한 때 호랑이같이 불호령을 내리며 폭군처럼 군림하던 그 사람이 맞을까?




우리는 깊고도 조용한 애도를 하며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