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일기]
오늘은 감사한 날입니다.
동시에 무척 힘든 날이기도 했습니다.
엄마를 모시고 간암 수술 후
3개월 차 외래진료를 다녀왔습니다.
정형외과 정기검진과 내분비내과 골다공증 진료도
함께 받았습니다.
8시도 안돼서 집에서 나갔는데
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세 가지 진료를 위해
접수하고 대기하고 검사받고 진료받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병원에 올 때마다 긴장하시는 엄마를 위해
대범하고 씩씩하게 일처리를 하곤 했지만
오늘은 유독 몸이 힘들었습니다.
2주 전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해서
쓸개 담석 검사를 받고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왔지만
여전히 소화불량과 편두통이 계속입니다.
어쩌면 엄마의 병원 진료 동행에
나 역시 긴장감이 높은 것인지 싶었습니다.
그래도 몇몇 공동체에 기도 부탁을 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안 좋은 컨디션에도 정말 감사한 일은
엄마의 수술 경과와 여러 검사 결과들이
너무 좋다는 것입니다.
암 수술은 너무 잘되어
더 이상의 암이 보이지 않고,
간 검사의 여러 수치도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진료과에서도
무릎도 계속 지켜보자고 하여
1년 후 진료예약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골다공증도 약을 복용하면서
경과를 주기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주님이 엄마를 깨끗하게 고치셨음을
다시 한번 확인받고
기도의 결과를 확증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못하고 나와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위해
병원 근처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중에 오피스텔 분양광고를 하는
영업사원들을 만났습니다.
평소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엄마 나이대와 비슷해 보이는
아주머니들이신 데다가
오늘 아무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며
잠깐 구경하고 가라고 붙드는 바람에
성화를 못 이기고 모델하우스에 갔습니다.
영업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들이 안타까워서
잠깐 들려서 모양새만 취해주자 한 거였는데
갑 티슈와 행주 같은 생활용품을 담아
한가득 손에 건네주었습니다.
크로스백에 두툼한 약봉지도 들고 있었는데
생활용품 봉투까지 드니 무척 거추장스러웠습니다.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길거리에서 받는 이런 선물들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습니다.
영업 아주머니는 5분만 하셨는데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고 나니
5분이 10분이 되었습니다.
관심이 많은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우리 모녀를 보며
별로 좋지 않은 태도로
건성건성 설명을 했지만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듣고
모델하우스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엄마 손에 아주머니가 더 들려주신
티슈 봉지가 또 들려있다는 걸 보았고
그걸 보는 순간 괜히 화가 났습니다.
아침부터 피곤하고 힘이 든데
나는 왜 또 이렇게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일을 만들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냥 아주머니 한 분 도와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사무실에 들어가 만난 사람들도 별로고
엄마는 저런 선물을 거절 못하고
더 받으신 걸까?
차도 없이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인데 양 손에 짐을 바리바리 짊어진 모양새가
싫고 지쳤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 후 좀 걷고 싶다 하셔서
엄마가 원하는 마음을 들어드리려고
짐을 들고 30분 이상을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오전 내 긴장하고 컨디션이 떨어지니
힘들어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는
걷지 못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 들어갔는데
집 근처 정류장에서 집까지 들어가는 5분 사이에
엄마랑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외출한 짐을 정리하고 씻고 하는 중에도
두통이 심해 결국 급성 진통제를 먹고서야
좀 나아졌습니다.
저녁에는 동생의 문제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며칠째 쉽사리 결정 나지 않는 데다가
뒤따른 여러 문제가 있으니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는지
좀 나아진 듯한 두통이 또 도져서 힘들었습니다.
쉬면서 컨디션이 나아지니
일기를 쓰며 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엄마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 몸이 힘들고 지칠 때는
그 사랑이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내 힘으로 하려는 노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고
아버지만 붙들어야 하는데
내 힘, 내 최선, 내 노력으로 하려 하니
역부족인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럴 때조차 주님을 찾지 않으면
쉽게 무너져 버린다는 사실을
오늘 또 확인하게 됩니다.
나의 부족한 사랑과 연약함,
다시 한번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나를 내어 맡깁니다.
주님이 나를 다스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시편 55편 22절)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고후 4장 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