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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매일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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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Day Jan 26. 2023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매일안녕 #1

두달 전, 스물 일곱살의 여성 G로부터 인터뷰를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상호작용이 어려울 뿐이라고 여겼던 자신이 은둔 청년임을 자각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G는 힘겨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했고, 그렇게 시작한 고립생활은 그녀를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멀어지게 했고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다. 고립과 은둔을 극복하기 위한 첫 걸음을 인터뷰로 시작하고 싶다며 오랜 고민 끝에 연락을 해왔다. 


 차근차근, 가난해진 제 몸과 마음을 돌보려고 합니다


이메일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그녀의 요청에 잠시 고민을 해볼법도 한데 이메일을 확인한 후 주저함없이, 그리고 조금은 촌스럽게 '대환영'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몇 년을 은둔하면서도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그녀가 드디어 현실에 눈을 뜨고, 익숙해진 은둔생활의 깊은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 위해 허공속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중학교 시절, 전학간 학교에서 만난 A가 생각났다. 따돌림을 당해 늘 혼자인 A는 외로워보였고, A는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외로움의 시작이었다. A와 친구가 되고 싶어 다가갔을 때,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 그 당시 내 나이의 곱절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친구의 웃는 얼굴과 웃음소리를 잊을 수 없다.


 저도 G님과 인터뷰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유독 센 편인지 덜 닫힌 창문이 덜컥거리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따뜻한 차 한잔, 마음으로 내어드리고 싶어요."




작년 여름의 끝자락부터 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외로움의 이유와 시작은 모두 다르지만, 감당하기 버거운 현실을 부정하고 아무도 상처주지 않는 혼자만의 세상으로 숨어들어간 이들은 시간과 계절을 거스르며 꽤 긴 시간을 춥고 어두운 겨울 밤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에게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말걸기를 시작했고 꽤 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고마웠다고 인사하는 이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무엇이 고마운 것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대화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숨겨왔던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안부를 물어보았기 때문이지요.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눈곱만 떼고 하루를 시작했지만 몇 시간만에 다시 누워버리더라도 누군가 물어보는 안부 인사에 그는 내일 아침, 커튼을 제끼고 창문을 열지도 모릅니다. 차가운 공기도 꽤 괜찮다고 느끼며 심호흡으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일간, 매일 안녕>을 발간했습니다.

누군가의 안부, 여러분의 안녕을 기도하며 쓴 짧은 글 한편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 한 곡을 나누려고 합니다. 외로움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외로움을 주제로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들의 신청도 받으려고 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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