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서울집

서른일곱 다 큰 처자의 엄마 이야기

by Sunny Day

2년마다 집을 옮겨 다니며

소위 남의집 살이를 하는게 싫어

큰 빚을 감수하며 집을 사기로 했다.


지금은 살 때가 아니다.

동생이라면 도시락 싸가지고 말리겠다고...

그렇담 오백만원 거금의 계약금을 포기하고라도

파토내야하나 싶었는데..


계약하는 날 집을 보러 간 날을 잊을 수 없다.


둘러보며 안방 창이 남향이고

특히 주방이 커서 마음에 든다고 하시는 엄마.


아까 봤던 집보다 여기가 환하고 좋다며

여기로 하자고

마치 생선가게에서 가족들 먹일

물좋은 생물 살때마냥 그저 쉽게 좋다고

분양하는 사람들에 맞장구치는 엄마지만,


말릴 수가 없었다.

너무 좋아하시니까.


최근 십오년 동안은 집다운 집을 가져보지도

살아보지도 못하셔서,

지금 사는 이 월세집도 전전세로 복잡한 채무관계인줄 알면서도 지층을 벗어날 수 있고

방3개에 엘리베이터까지 있어서

시세보다 싸게 계약했다.


건물주와 전대인 사이에 어마어마한 신경전을 보다 결국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거실등이 눈앞에서 떨어져 박살나도 느긋하고

심각한 누수로 집안 곳곳에 꽃처럼 퍼지는 곰팡이를 6개월이나 견디도록 하더니

계속되는 수리요청과 이사선언에

'싸구려 집에 사는 싸구려 사람주제'로

싸게 취급하고 저녁 내 열심히 분리해서 내놓은

재활용품 봉다리를 엄마 앞에서 발로 찼단다.


봉지가 다 뜯겨져 엉망이 되고

냄비 하나가 뚜껑 따로 본체 따로 뒹굴뒹굴하고,

무례함 앞에서 엄마는 당혹 그 자체였을거다.


지나가던 학생이 타고가던 자전거를 멈춰세워

아주머니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알이 붉어지다못해

터져나올 것 같았다.



엄마에게 집을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좋은 생선 고르시면 그 값은 내가 치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