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새 휴대폰

새 것이 낯선 이유는 낡은 것에 대한 미련때문일까?

by Sunny Day


새 것이 낯선 이유는 낡은 것에 대한 미련때문일까?


엄마가 좀처럼 새 휴대폰에 적응을 못하신다.


'띨띨이'라고 부르셨던 TTL부터 글씨가 크고 커버의 색이 예뻤던 와인폰까지 지금껏 서너개의 휴대폰을 쓰셨지만 2G이상은 쓰지 않으시다가 두 달 전 드디어 스마트폰 기능과 폴더형의 버튼이 결합된 휴대폰으로 바꾸시게 되었다.


왜 '드디어'라고 하느냐.


스마트폰이 나온지 한참이고 주민센터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70대 노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도와주는 강습 프로그램이 인기라는 뉴스도 더 이상은 뉴스거리가 아닌 시대이기 때문이다.


난 싫어. 난 옛날 게 좋아.


쓰시던 휴대폰도 손에 편할만큼 익숙해지려고 부단히 애쓰던 엄마의 노력을 알고 있긴 하지만, 돋보기 쓰시면서도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배워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시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 엄마도 좀 배우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여러번이다.


다른 것은 어려워하거나 힘들어서 내색하는 법이 별로 없으신데 반해 새롭게 구입한 휴대폰 사용은 무척이나 힘들어하신다.


배워야지. 공부해야 하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시면 매번 숙제받아온 학생처럼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시지만 오랫동안 버튼 하나하나 꾹꾹 눌러 메시지를 전해오셨던 엄마에게 '터치기능'은 여간 낯선 게 아닌가보다.


화면에 손을 갔다대서 선택하고 새로운 메뉴로 이동하고 글을 쓰고 하는 것이 모두 섬세한 손끝 하나에서 다 되는 세상이 되었것만 엄마는 여전히 자음, 모음 한 자 한 자 연필로 꾹 눌러 쓰듯이 손에 만져진 큰 네모버튼을 꾹 눌러써야만 글이 써지는 그런 시대에 머물러계시는 듯 하다.


사실 엄마에게 '터치 기능'은 낯설기도 하지만 너무 빠르기도 하다. 워낙 섬세하고 예민한 기능이어서 선택하려는 메뉴의 위치에 손을 살짝 갔다 대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이동하고 글을 쓰거나 지울 수 있지만, 정확해야할 위치에서 빗나가면 내 생각과 의도와는 전혀 다른 작업을 해버린다는 것이고 그것은 엄마의 반응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본의아니게 생각과는 다른 메뉴를 터치해서 다른 작업이 진행된 휴대폰을 붙들고서는 푸념을 늘어놓는 일이 다반사가 되버렸다.


이게 뭐야? 왜 여기로 간거지?


휴대폰 괜히 바꿨네. 바꾸는 게 아닌데...


처음 생각과 다른 화면에 멈춰있는 휴대폰은 엄마를 멘붕으로 만들어버려서 그 다음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순간 얼음 상태가 되버린다.


엄마, 잘 모를 땐
'되돌리기 화살표'를 누르세요.


딸내미가 직접 엄마만을 위한 휴대폰 매뉴얼을 만들고 아무리 가르쳐드려도 아직은 문자알림이 오면 메시지 확인한다고 하시고는 새 메시지 보내기에 들어가서는 문자가 오지 않은 모양이라고 하시기 일쑤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뉴스나 쇼핑정보를 공유하시고는 본인이 하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도 심심치 않게 반복된다.


엄마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으신 것 같다.

익숙하고 편한 구닥다리 휴대폰으로 되돌릴 수 있는 화살표가 있다면 아주 힘있게 누르실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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