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가의 의외의 장점

by 재서이

웃어른이나 존경하는 이를 가까이에서 받들다. 그것을 모시다라고 하는데,

신을 믿게 된 시점과 어머님을 모시게 된 시점이 같기 때문인지 모시다라는 말의 목적어가 중의적인 느낌이 들어 '모시고 사느라 힘들겠다'라는 내 속을 알아주는 체하는 말을 들으면 괜히 '신도 아닌데 뭘 모시고 살아'하며 주어와 목적어에 들어가는 대상들이 괜스레 한 번 더 원망되고 미워지곤 한다.


배우자의 사별을 겪고 잘 살고 있는 아들네 집에 와서 기어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시는 어머님도,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인 나에게는 지난한 스트레스와 신경쓰임으로 체중이 5킬로가 빠지고 입고 있던 옷이 커지는 기적을 맞이했다. 온갖 별짓 다 해도 안 빠지던 살들도 때아닌 시집살이에 붙어있질 못하고 빠져나가는구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살들처럼 나도 가끔은 집에서 떨어져 나가 살고 싶다.


전혀 생각이나 예상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의외'라고 하는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어머니와의 합가라는 막막한 상황이 눈앞에 다가왔어도 의외의 장점이 있음을 눈을 몇 번 감았다 떠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공식적인 신혼기간 7년이 지났다. 나와 네가 만나 우리가 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서로가 싫어하는 일은 안 하자 하고 맞춰 산지 얼마나 되었다고, 서로에게 서로가 좋아하는 일도 안 하는 부부사이에서, 이젠 시어머님과 동거라니. 나보다 삼십 년을 더 사신 시어머님,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날들을 살아내신 연륜에 대한 존경과 웃어른으로서 공경 외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지난날들에 대해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이 지난한 날들을 이겨낼 재간이 있었을까? 어머님과 합가 전 고부사이가 좋았기에, 내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시며 같이 살면 안 되겠니 하시던 어머님의 부탁을 인간으로서 뿌리칠 수도 없었다. 또 한편으론 고부간의 좋은 관계가 함께 살면서 깨지거나 틀어질까 봐 망설이기도 했고.


이제 이 글의 제목에 맞는 답을 해보자. 합가의 장점이 있다면 늘 가족수가 많은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외동딸인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들겠다. 어른 셋, 아이 하나로 아이를 돌보고 말벗이 될 어른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은 엄마이자 주양육자인 나에게도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육아가 좀 더 수월해진다.

전업주부인 나의 살림에도 도움을 주시는 어머님. 늦잠을 잘 때 아침식사나 아이 유치원 하원 후 늦은 귀가 시 저녁식사 차림을 어머님 손을 빌려서 해결할 때도 많다. 특히 주부들의 평생 숙제인 "오늘 뭐 먹지?" 메뉴선정을 잘하시는 어머님의 큰 도움을 받는다. "오늘은 김치 지져서 찌개 끓여 먹자" 하시면 나는 그대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사람마다 살림법이 다르니 부엌에서 두 여자가 부딪힐 수 있겠다 싶었었다. 실제로 주변에 그런 경우도 있었다고 듣기도 했고. 나는 어머님의 살림법 중 일회용품 애호가이신 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고 나도 일회용품을 마구 쓰는 살림법은 배우고 싶지 않아 따라 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부분에서는 어머님 살림에서도 배울 점이 있는데 똑똑하고 편리하게 살림하시는 부분에서는 수용하기로 했다.


어머님과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산 지 7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함께 한 시간들보다 앞날이 깜깜하다 할지 창창하다 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에 우리 네 식구는 4인 5각 마라톤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하여 피니시 라인에 들어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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