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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g satisfied Dec 09. 2022

22'08 전주에서 마신 것들

전주 카페기행

1. 전주 삼양다방


전주로 가는 KTX 안에서 찾아낸 전주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이다. 요즘 보기 힘든 계란 노른자가 담긴 쌍화차를 파는 곳이어서 전주에 도착하기 전부터 무조건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전주에 도착한  , 저녁식사  한적한 한옥마을을 정처 없이 거닐다 우연찮게 삼양다방을 만났다. 여러 블로그와 매체에서 본 그대로 삼양다방은 레트로  자체였다. 평일 밤이라 그런가 손님들이  명도 없어 한적한 다방을 즐기며 홀로 쌍화차를 호로록호로록 마시고 왔다.


삼양다방은 한국 전쟁  일본에서 사업을 하다 귀국한 정삼룡 선생님이 1952 개업한 곳으로, 70년의 역사가 깃들여있다. 당시 문인,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 삼양다방 건물  방송국이 입주하면서 문화계뿐만 아니라 언론인, 방송인들도 출입하면서 삼양다방의 전성기를 이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신도시 계획으로 삼양다방 일대가 구시가지가 되면서, 주요 관공서와 기관들이 신시가지로 이동하고, 카페 문화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삼양다방이 위기를 맞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2013 건물주가 바뀌면서 삼양다방은 폐업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당시 삼양다방을 살리기 위해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모여 ‘삼양다방 운영위원회 결성하였고, 전주의 역사와 상징인 삼양다방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정부와 새 건물주와 협의를 거쳐 2014 삼양다방을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시민단체의 역할도 컸지만, 당시 새로운 건물주인 최인욱 님의 역할이 정말 컸다고 한다. 건물 매수  재건축 예정이었던 최인욱 님은 삼양다방 운영위원회의 설득 끝에 스스로 삼양다방을 매수하고, 리모델링하여 1층을 삼양다방에 무상으로 임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인욱 님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단체, 정부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삼양다방의 가치를 알게 되어 삼양다방을 보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 끝에 삼양다방은 2014 전주의 역사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고, 2018 전주의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삼양다방 입구

실제로 삼양다방의 옛 모습을 보존하려는 노력들을 다방 구석구석에서 엿볼 수 있다. 다방 한 켠에는 2013년까지 써 오던 옛 소품과 집기 들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는데, 영화에서 나올 법한 그런 옛 다방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존재감 넘치는 소파부터, 전화기, 낡은 책, 재떨이, 포스터 등 레트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공간이다. 실제로 이곳은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깨비 도민준 씨가 바둑을 두던 장소로 나오기도 했다.

삼양다방의 옛 소품들을 활용한 공간

쌍화차 맛도 명성에 걸맞게 훌륭했다. 정말 오랜만에 노른자를 띄운 오리지널 쌍화차를 맛볼 수 있었다.  노른자를 넣으면 비린 내가   같은데, 쌍화의 강한  때문에 비린내가 전혀  난다.  오히려 난생처음 먹어보는 계란 맛을 경험할  있다. 쌍화차는 펄펄 끓는 쌍화액에, 대추, , 땅콩 등의 견과류와  넣고,  위에 계란 노른자를 퐁당 담그면 완성된다. 쌍화의 쓴맛을 중화하기 위해 물을 섞고 텁텁함을 없애기 위해 노른자를 넣는다. 계란을 풀어서 먹는 방법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뜨거운 차에 담가 노른자를 익혀 통째로 먹는   맛있다. 노른자가 펑하고 터질  같지만, 쌍화차 열기로 탱글탱글하게 익은 노른자는 묵직한 푸딩에 가까운 식감이다. 노른자를 입안에 넣으면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계란을 머금은 쌍화차를   하고 나면, 마치 삼계탕  그릇을 뚝딱한 것처럼 몸이 든든하다.

삼양다방의 쌍화차


2. 교동다원


전주 한옥마을 내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전통 그대로라기에는 다소 상업적인 면도 있고, 아마추어의 손길이어서 한옥 관리가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이런 가지각색의 한옥들이 모여 독특한 한옥마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 중에 주인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갈한 한옥들도 있는데, 교동다원이 그런 곳이다. 작은 한옥집을 개조하여 만든 찻집을 들어가면 한옥 구석구석에서 아기자기함과 정갈함을 엿볼 수 있다. 전주에 머무르는 동안 교동다원을 두 번이나 갔다. 동료와 괜찮아 보여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더 좋아서 다음 날 절친을 데리고 한 번 더 갔다. 그만큼 분위기도 맛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교동다원 본관은 좌식이, 별관은 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운이 좋게 한 번은 본관에서, 한 번은 별관에서 마셨다. 두 장소 모두 나름의 개성과 장단점이 있어 취향대로 앉으면 되는데, 손님이 많아 선택지가 없을 수 있다.  

교동다원 입구(왼), 교동다원 본관(중간), 교동다원 별관(오)

교동다원의 시그니처 차는 황차다. 다원에서 직접 기르고 8년 이상 숙성한 차로, 특유의 구수한 향미가 특징이다. 녹차에 비해 떫은맛이 덜하고, 구수한 맛이 좋았다. 교동다원에서는 우려진 차 한잔이 나오지 않고, 직접 차를 내려 마시게끔 세팅이 되어 나온다. 차를 시키면, 온수 팟, 차를 우리기 위한 미니 주전자와 그릇, 찻잔 등이 나온다. 차를 주문하면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차 내려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먼저, 갈색 항아리에 찻잎을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온수를 항아리 위에 부어주는데, 이는 마른 찻잎이 뜨거운 열을 만나 더 깊은 향을 나게 하기 위함이다. 그 후 다시 항아리 뚜껑을 열어 따뜻한 물을 부은 후, 우려서 마시면 된다. 한 번 우리면 3-4잔이 나온다.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 이 행위를 반복하는 거라고..ㅎㅎ 차 내리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겨보았다. 교동다원은 디저트도 맛있다. 양갱 메뉴가 많은데, 두 번 방문하면서 모든 양갱을 다 먹어봤는데, 다 괜찮다. 굳이 원픽을 고르라면 유자 양갱이 제일 맛있었다. 부드러운 양갱에 유자 향이 더해져 상큼하면서도 은은하게 달달해서 차와 마시기 좋았다.

교동다원의 황차(왼), 교동다원 디저트, 차례로 흑임자 양갱, 쑥설기, 유자양갱(오)
차 내리는 과정


3. 외할머니 솜씨


이름이 참 정겹다. 외할머니 솜씨라니. 카페 사장님 또한 손주들 먹이겠다며 정성이 들어간 온갖 음식을 시골에서 바리바리  들고 오는 외할머니의 정성으로 디저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외할머니 솜씨라고 으셨다고 한다. 카페 들어가니 사람들이 만원이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날이어서 그런지 다들 에어컨 밑으로 피서를  듯했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바람은 싫어서 바로 야외정원으로 나갔다. 아담하지만, 작은 연못부터 그늘까지 부족할  없는 정원이었다. 게다 무더위에 아무도 야외에서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아 조용히 후식을 먹을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올라오긴 했지만, 차가운 빙수를 먹을 거여서 걱정은 안 됐다.

외할머니 솜씨 정원

외할머니 솜씨는 전주시가 지정한 ‘유네스코 음식창의업소기도 하다. ‘유네스코 음식창의업소’제도는 전주시가 전주 전통음식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이다.  전통음식에 해당하는 음식을 20 이상 영업하는 경우 전주음식명소로, 조리 비법이나 기능을 3 이상 전수받아 조리한 경력이 10 이상일 경우 명가로, 동일 메뉴로 5 이상 운영하는 경우 음식창의업소로 지정된다. 외할머니 솜씨는 흑임자 팥빙수와 쌍화탕으로 음식창의업소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시그니처 메뉴인 흑임자 팥빙수와 쌍화차 그리고 개인 픽인 인절미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아쉽게도 시그니처 메뉴는  입맛에  맞았다. 물 얼음을 써서 뒷맛이 깔끔하긴 했지만, 싱겁기도 하고, 다소 입자가 굵은 물 얼음이 거칠게 느껴졌다. 우유빙수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다. 어릴  제과점에서 팔던 옛날 팥빙수 맛이다. 그리고 쌍화차도 아쉬웠다. 지나치게 달았다. 계란이 없는 것도 아쉽고.. 인절미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인절미 가루 그리고 쫀득한 떡.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맛이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했던 곳이다.

외할머니 솜씨 흑임자빙수(왼), 쌍화차(오)
인절미 아이스크림
정원에서 만난 왕고양이. 표정만큼은 이 구역의 짱인듯 하다.
아침에 비가 왔었는데, 담장 위에서 나비 한마리가 날개를 말리고 있었다.


4. 동영커피


동영커피는 신식 카페다. 한옥마을 근처에서 방문한 카페에서는 한국의  모습을 엿볼  있었는데 , 동영커피는 전통보다는 힙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8월의 전주는 더워도 너무 더워서 관광을 포기하고 영화를 보러 전주 객사길에 왔다가 우연히 들리게 됐다.  집의 시그니처 디저트는 바스크 치즈케이크였다. 치즈케이크는 꾸덕퍽퍽 해서 평소에  먹는 음식인데, 다른 옵션이 없어 먹어봤다. 우려와 다르게 굉장히 맛있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겉면이 살짝  비주얼이라 퍽퍽할  같은데,  속에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들어있어 굉장히 부드럽다. 푸딩을 구운 느낌이랄까? 뉴욕 치즈케이크는 먹다 보면 느끼하고 목이 메는데,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케이크 속의 크림치즈가 무스처럼 부드러워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커피도 매우 훌륭했다. 동영커피의 하우스 블랜드인 매듭 필터 커피와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맛이  좋았다. 산미가 있는 커피를 시킬까 하다가 달다구리를 먹으니  균형감 있는 원두를 찼다가 시킨 커피인데, 매우 흡족했다.  맛도 안 나고 구수하고 은은한 커피 향이 정말 좋았다. SNS 카페일  같아 반신반의하며 들어갔는데, 핫한 분위기만큼 맛도 핫해서 좋았다. 전주 일정의 마지막 카페였는데, 마지막 커피가 맛있어서 기분 좋게 여행을 칠 수 있었다.

동영커피 외관(왼, 중간), 동영커피 내부(오)
동영커피에서 먹은 것들


참고: https://ncms.nculture.org/long-standing-shops/story/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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