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도 수도원보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했던 몽생미셸
프랑스의 가족 성 중의 하나인 드 라 크루아(De La Croix) 가문이 주로 많이 있는 지방으로 영어로 하면 ‘the cross’라는 뜻인데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사람인 사제, 주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화가 외젠 드라크루아(Ferdinand Victor Eugène Delacroix) 역시 우측 아기 코끼리 바위를 그리며 에트르타의 절벽과 해변가를 그려냈다.
출처 : https://www.wikiart.org/en/eugene-delacroix/the-porte-d-amont-etretat-1849
이렇게 실제 풍경과 작품을 비교해 보니 유명한 화가들이 파도와 절벽 사이 풍파와 역경을 딛고 잔잔하고 아늑한 해변가를 만나기까지 과정을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닌지 생각하며 코끼리의 형상을 찾으려고 미간을 좁히며 파돗비 사이로 열심히 절벽을 바라보았다.
출처 : https://en.m.wikipedia.org/wiki/Stormy_Sea_in_%C3%89tretat
모네는 수년에 걸쳐 에트르타의 절벽을 그렸고, 그 결과 위 대작을 남겼다고 한다. 모네의 여러 다른 그림은 잔잔하고 평온한 느낌인데 이 그림은 마치 코끼리 바위가 걸어 움직일 듯 역동적이다. 위 작품은 리옹의 현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1891년 영국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은 56가지 스토리로 구성된 추리 소설 <셜록 홈스(Sherlock Homes)>을 내놓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에 프랑스에서도 인기 작가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도 1907년 괴도 루팡(Arsene Lupin) 시리즈의 첫 선을 보이게 된다. 가장 유명한 <기암성>의 배경 또한 코끼리 바위, 에트르타 절벽이다. 십 대에 만화와 소설로 접했다가 기억 저편 너머로 사라진 루팡이 프랑스 북서부 여행에서 튀어나오다니. 여행 속 새로운 발견은 새삼 십 대 소녀로의 여행길을 제공한다.
에트르타 시내에 자리한 오래되어 보이는 위 건물은 세계 1차/2차 대전 당시 군인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작은 마을 거닐고 나니 새벽의 거친 바람은 어느새 걷히고 점 멀리 파란 하늘이 노르망디 북부를 채우고 있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아방가르드의 영향력 있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에릭 사티(Éric Alfred Leslie Satie) 역시 옹플뢰르 출신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곡은 집노패디(Gymnopédies) 1번이며, 이후 뉴에이지 음악 창시에 영향을 끼친다.
옹플뢰르 내의 갤러리는 마침 문이 닫혀있어 안타깝게도 관람하지는 못했다.
노르망디의 에트라트와 옹플뢰르 두 지역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작은 항구 마을이다. 그간 국내와 네덜란드 파리 등지를 돌면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만 감상하러 다녔는데 작품의 소재가 된 지역을 보니 과거의 예술가가 아닌 현시대까지 품는 예술을 사랑했던 화가들의 발자취를 가늠해 본다.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냥 지나칠 뻔 했던 작가들의 작품과 고스란히 모습을 간직한 파리의 작은 마을 풍경 속에서 조금 더 응시하고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옹플뢰르의 잔잔함을 배경으로 마지막 샷을 남기고 마지막 여행지, 그렇게 가고파 했던 몽생미셸로 몸을 실었다.
8세기경 세워진 이 수도원은 돌산을 살리며 축조되었다. 아브랑쉬의 사제가 기도당을 처음 건립한 후 966년 노르망디 공이 베네딕트 회 수도원을 창건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어우러지고 역사적 가치가 더해지면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로 지정되는 것이 아닐까. 멀리서 보이는 풍경에 벌써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다리건너편 버스를 주차하고 다리를 건너는 과정에서 밀물과 썰물의 차이로 성은 고립되기도 하고 세상에 나올 다리가 생기기도 한다.
생필품이 부족하고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타락해가던 교회를 부흥시키고자 노력했던 성직자들. 빗물을 받아 마시면서 살아야 했기에 대부분의 성직자는 서른 살 정도면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가는 길은 사찰과 궁을 진입할 때 처럼 여러 관문을 통과하는 것처럼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었다. 세상의 고요를 지상에서도 느낄 수 있다니. 그렇게 한방씩 내딛으며 몽생미셸의 입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