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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Nov 15. 2020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말만큼 단순하지 않은 기회의 평등

2010년 미국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유독 한국 사회에서 인기를 끌며 인문학 서적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 37개 국어로 번역되며 정치철학서의 정석처럼 자리 잡았다.



평등, 기회, 정의라는 화두를 던지며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것처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역시 이에 버금가는 불평등이라는 화두를 경제적 관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미국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과 유사한 주제로 TED에서 강연한 것도 있으니 참고로 링크를 첨부한다.

https://youtu.be/GYHT4zJsCdo



왜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불평등의 대가>는 정보 비대칭성의 결과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불평등'을 핵심어로 삼아 미국 자본주의의 현실을 적나라하고 통렬하게 해부한다. 오늘날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런 불평등을 초래한 방식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1970년대를 겪어본 -물론 아주 짧아 사회를 인지하지는 못한 나이었지만- 나로서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부모 세대가 이룩한 소위 베이비 붐 세대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나에게는 최소한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었다.


2006년. 인터콘티넨탈 호텔 일식당 리론치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1인당 약 25만 원 상당의 코스를 식사 대접을 받았다. 물론 레스토랑과 코스 메뉴 촬영과 기사를 써야 하는 게 우리의 업무였다. 약 6명 남짓의 기자분들이 있었는데 한 분을 제외하곤 모두 싱글 여자 기자들이었다.


음식 잡지 편집국장이자 대표님이었던 남자 국장님은 여자 기자들을 보며 한 마디를 던졌다.


“요즘 세상이 많이 좋아졌어. 여성들이 커리어만 쌓으면 신분상승을 할 수 있으니 말이지.”


현재 이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2006년도만 해도 이런 발언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데다 직장 내 남녀 차별은 대놓고 존재했다.


여성으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기회의 평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지만 십여 년 전의 위와 같은 에피소드를 기억해 본다면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2011. 모로코 시위. 출처 : 구글 이미지


2011년에 우리는 수백만 인파가 거리를 점거하고 자신이 몸담은 억압적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항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에서는 정부가 전복되었고, 예맨, 바레인, 시리아에서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 지역에 거주하던 유력한 가문들은 냉방 시설이 갖추어진 대저택에 앉아서 불안스레 사태를 주시했다. 그들이 다음 차례가 될까? 그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 사회는 인구의 1퍼센트도 안 되는 극소수 집단이 가장 큰 몫의 부를 차지하는 사회, 부가 정치적 지배력과 경제적 지배력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 되는 사회, 부패가 견고하게 뿌리내려 일상화된 사회, 최고 부유층이 국민의 생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방해하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는 사회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미국 혁명 가능성 대안은 두 가지 경로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1. 하위 99% 소득층이 자신들이 상위 1%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 상위 1%에게 이로운 것은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경로.

>> 위의 내용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2. 상위 1퍼센트가 미국에서 진행되어 온 일들은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로.

>>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어본다.


위처럼 요약한 내용의 원문은 아래에 붙인다.

미국은 형평성이 훼손되어 있기는 하나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혁은 두 가지 경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 번째는 하위 99퍼센트 소득층이 자신들이 상위 1퍼센트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으며, 상위 1퍼센트에게 이로운 것은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이 아님을 깨달아 가는 경로다. 상위 1퍼센트는 나머지 99퍼센트에게 또 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상위 1퍼센트가 원치 않는 일을 하면 나머지 99퍼센트는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대부분을 이런 신화를 깨뜨리는 데, 그리고 우리가 충분히 보다 역동적이고 보다 효율적인 경제와 보다 공정한 사회를 가질 수 있음을 논증하는 데 할애했다.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두 번째 경로는 상위 1퍼센트가 미국에서 진행되어 온 일들은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미국 사회의 독특한 특징을 창출한 주요인으로 〈개인적 이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꼽았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뒤의 두 단어다. 사람은 누구나 좁은 시야에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다.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손에 넣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이익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개인적 이익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개인적 이익, 즉 공공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궁극적인 복지를 달성할 수 있는 전제 조건임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29] 토크빌은 이런 관점이 숭고하다거나 이상적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정반대의 의미로 말했다. 바로 그것이 미국적 실용주의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약삭빠른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행위가 비단 영혼을 살찌우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을 살찌운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이해했다.

미국의 미래상 : 50년 후

1.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사회

2.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가 줄어든 사회


1번의 미래상.

부유층은 폐쇄된 지역 사회를 이루고 살면서 자녀들을 교육비가 많이 드는 학교에 보내고 일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반면에, 나머지 계층은 좋지 않은 교육과 제한 배급제나 다름없는 의료 혜택을 받으며 그저 중병에 걸리지 않기만을 바라는 불안정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2번의 미래상.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과 기회와 공평성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유지되는 사회, 〈만인을 위한 자유와 정의〉란 말이 진정한 의미를 발휘하는 사회, 공민권뿐 아니라 경제적 권리도 중요하고, 재산권뿐 아니라 서민들의 경제적 권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세계 인권 선언문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나는 두 번째 미래상이 우리가 전승받은 유산과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유일한 미래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미래상에서는 미국인들의 삶의 질(그리고 올바르게 측정이 된다는 전제하에서 우리의 경제 성장률)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분열 상태를 유지할 경우에 도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아마도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 시스템과 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 유럽과 기회와 자유의 평등이 주어진 체제의 조합이 우리가 희망하는 미래상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은 소설, 인문학, 경제서에서 수차례 다뤄지고 있으나 개혁의 물결은 단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꿈꿨던 야만인 존 조차도 기존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지만 그 혼자 힘으로는 개혁을 일궈낼 수 없었다. 혼자가 아닌 99%가 모두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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