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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스타쉔 Jan 25. 2021

조르바, 진정한 휴머니스트 <그리스인 조르바>

몰입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다면 조르바를 만나라

조르바를 글로 만난 후 그리스의 원조가 되었던 크레타섬에 방문하고 싶어 졌다. 코로나 상황으로 직장인에게 여행은 출장 외에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 크레타섬은 아마도 첫 여행지로 삼고 싶을 정도다.




두바이 출장에서 우연히 만났던 박람회 참가자 한 팀과 잠시 친구가 되었는데 뜻밖에도 그리스인이었다. 그 후 한국과 그리스 간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그리스인을 만나면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머리가 좋은 국가 중 하나가 그리스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IT 강국을 이끄는 국가로 그리스, 인도, 한국을 꼽는데 그간 난 한국인이 최고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었는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투르를 치려면 환경이 좋아야 해요. 마음이 깨끗해야 하는 거예요. 마누라가 한 마디로 될 것을 열 마디 잔소리로 늘어놓는다면 무슨 기분으로 산투르를 치겠소? 새끼들이 배고프다고 빽빽거리는데 산투르를 어떻게 치겠소? 산투르를 치려면 온갖 정성을 산투르에만 쏟아야 해요. 알겠어요?」 - <[30주년 기념판]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1964년 앤서니 퀸이 조르바 역을 맡으며 영화로 상영되었다.


십여 년 전 <그리스인 조르바> 열풍이 불어 시류에 휩쓸리듯 책을 구매했지만, 내용 전개가 지루해 덮어버렸다. 십여 년 만에 독서 모임을 통해 다시 만난 조르바. 작가 카잔차키스가 아니었다면 그의 존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텐데 이렇게 세상 사람들에게 데려온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유튜브 <알릴레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이가 좀 들어야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조르바’였다. 그래서인지 세상을 십 년 더 겪고 나니 그의 인생을 마주하기가 편해졌나 보다.


https://youtu.be/kPYNyU12q04


마침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던 1월 9일 직전 날인 8일 저녁 알릴레오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라방을 한다고 하여 두 번이나 경청했다.

사실 이번에도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바쁘다고, 집중이 안 된다는 핑계 등을 대며 독서 모임 직전 날까지 겨우 60퍼센트 만을 읽은 상태였다. 밀리의 서재에도 마침 책이 있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오고 가며 읽었지만 어째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조르바는 말한다. “산투르를 치려면 온갖 정성을 산투르에만 쏟아야 해요”


똑같은 것에만 집중시켜 기적을 일으켜요! 조르바, 돋보기로 태양 광선을 한 곳에다 집중시키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시지요? 그곳에 불이 붙잖아요. 왜? 태양의 힘이 분산되지 않고 바로 그 지점에만 모이거든. 우리들의 정신도 이와 같아요. 정신을 한 곳, 오직 한 곳에만 집중시키면 당신도 그런 기적을 일으킬 수 있지요. 알아듣겠어요, 조르바?」 - <[30주년 기념판]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알렉시스 조르바, 경험으로 인생을 달관한 상남자이지만 젊은 시절 조국을 위해 전쟁을 치르면서 국가로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선함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휴머니스트가 된 그리스인.

그의 나이 65세에 크레타 섬으로 가는 항구에서 두목(화자)-책벌레이자 체험이 아닌 글로 모든 현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지식인으로 40대의 젊은 혈기를 가진 작가 지망생-을 만나 크레타 섬에서 갈탄 사업을 함께 하지만 실패하고, 두 남자는 서로의 다른 삶을 통해 서로의 인생을 조망한다.



둘의 만남에서 계약은 라키 RAKI 술 - 터키, 그리스 전통주로 45도로 스트레이트 잔에 식전주 등으로 마신다- 두 잔을 건배하며 성사된다. 글 한자 적지 못하고 읽지 못하는 조르바는 직접 체험을 통해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터득했다.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여자를 만날 때는 그 여자만 생각하라는 그의 말에서 현재에 집중하고 그것을 즐기라는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알릴레오>를 듣고 나서, 또 책을 60퍼센트만 읽은 상태에서 독서 모임에 참가한다면 ‘조르바’가 말한 것을 실행하고 있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새벽녘까지 나머지를 다 읽고 잠이 들었다.



그 순간, 독서 모임을 하던 그 순간, <그리스인 조르바>로 토론하는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조르바 덕분에 책도 읽고, 모임에도 무사히 참석하며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과 달리 우리는 사회화 성장을 거치며 너무 많은 상황과 정보에 노출되어 집중, 몰입을 잘하지 못한다. 조르바를 만난 후 조금이나마 그간 몰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조르바를 들춰보고 그를 다시 조명하고 싶다.



‘진정한 휴머니스트’라는 표현은 독서모임의 MJ님의 표현이었는데 조르바를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로 보여 제목으로 넣었다.


책을 읽고 모임을 한지 시간이 꽤 지나니 읽었던 당시의 생생함이 많이 사라졌다. 책의 배경이 된 그리스의 국가 정치 상황 등은 유튜브 <알릴레오>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 책은 <21세기 자본>인데 책이 꽤 두꺼워 3장만 하기로 했다. 그래도 설 연휴가 있으니 완독을 목표로 경제서를 탐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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