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김없이 떠나다

후쿠오카를 보고 만나다

by 써니스타쉔


여행, 어김없이 떠나다
계획된 여행보다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이라면 타인보다 자유분방한 타입임에 틀림 없다. 학창 시절만 해도 해외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상류층의 특권 같은 것이었고 소득수준 대비 비행기 삯은 턱없이 비쌌다. 그 와중에도 해외여행을 해보겠다며 60만 원짜리 일본행 항공권을 사기 위해 12개월 할부를 긁고 약 6개월 이전부터 여행을 준비하던 여대생은 이제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자유여행가가 되었다.


즐기고 경험하다
비행기를 탄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중력에서 멀리 떨어지다보니 몸이 전반적으로 부어오르는 것은 기본이고 이코노미석에서 몸을 이리저리 가누며 잠이라도 풀 잘라치면 목이 휘어지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출장과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신기하다. 왜 그럴까 등의 의문이 현지에 방문하고 현지인을 관찰을 하면서 이해를 하게 되면서 외국인도 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형성한 것을 보며 배움을 늘려가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과는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다.



첫 발걸음, 후쿠오카
잔잔한 도시.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와닿은 느낌은 바로 그랬다.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온 후로는 계속 교토만을 고집했다. 기억으로는 서너번 정도 다녀온 것 같다. 그 후로 도쿄에 다녀온 것이 한번. 그 외의 지역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지인이 ‘언니 저 주말에 후쿠오카 가요’라는 말과 함께 공항과 도심이 가깝고 비행시간이 짧아 주말 여행으로 적합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바로 결정하게 된 여행이다.


그래, 떠나는 거야
서로 부딪히는 것 없이 계획된 대로 되지 않아도 물에 흐르는 듯 결정하는 게 잘 맞는 친구와 함께 한국을 떠나 주말을 보내기로 했다. 조금 빠듯한 일정이라 가성비가 그다지 좋지 않을 듯 했지만 결혼한 친구에게는 휴가 받기가 쉽지 않아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나 나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태여서 둘은 사뭇 들뜬 심정으로 예약을 서둘렀다. 미리 예약하면 조금 더 절감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후쿠오카 현지에서 벌어질 것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기로 했다.


여행 스타일
여행에도 스타일이 있다. 미리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역사공부까지 하고 가는 경우도 많지만 이렇게 바쁘게 떠나는 경우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현지에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하는 편이다. 스무살 초반. 정말 멋도 모를 때 이탈리아 로마를 다녀온 후 홍콩 여행 준비를 하면서 나만의 책자를 만들었지만 정작 현지에서 보니 조사했던 것에 비해 정신이 없어 머리에 넣은 것은 별로 없었다. 머리가 굳어지면서는 기억을 좀 거 열심히 하게 되고 글을 쓰기 위한 자료로 또 지인에게 설명하기 위해 조금 더 기억하다 보니 매 여행마다 기억의 곡선을 조금 더 평행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과거 일본 여행 때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열심히 읽었었는데 해외 출장이 잦은 지금은 업무를 마친 후 개인 여행까지 하는 와중의 짬을 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이 또한 핑계라 생각하며 망각 곡선이 오기 전 이랗게 열심히 글을 적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하는 사람은 여행자를 안다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여행하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는 하지만 도전은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핑계를 대며 자신의 도전의식이 업음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여행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우선 상대와 소통하고 공유하기를 좋아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귀려면 자신의 마음부터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후쿠오카, 이웃나라 그리고 가까운 나라
한국에서 이웃나라라고 하면 대개는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덕분인지 제일 처음 떠올기게 되는 곳이 일본이다.
교토만을 가고 싶어하던 나에게 1시간 30분라는 짧은 비행시간과 공항에서 시내까지 10분에서 길어봤자 30분 이내의 거리는 무척 가까운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다.
후쿠오카 공항(FUK)에 내려 인포에 물어보니 버스를 타라고 해서 바로 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알고보니 지하철은 10분 약 3정거장 밖에 되지 않는 거리였다. 내려서 공항 순환 셔틀버스를 타야 하긴 하지만 지하철이라 철도가 잘 되어 있는 일본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 버스보다 지하철을 추천한다.


후쿠오카, 하카타 역
텐진역과 하카타역은 후쿠오카 최대 쇼핑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텐진 인근 숙소가 거의 예약이 다 차 있어서 하카타역 근처의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사실 과거 일본여행을 갈 때만해도 에어비앤비가 나오기 전이어서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을 주로 이용했었는데 에어비앤비의 단점은 짐을 미리 맡길 수 없다는 거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말을 듣자니 에어비앤비 사고가 제일 많은 곳이 일본이고 호텔비 차이가 안나거나 저렴하니 호텔을 추천한다고 했다. 다녀온 블로거들의 의견을 빌리면 대개 텐진역을 추천했는데 하카타역 역시 큰 쇼핑몰이 여러개 있고 연말 행사 이벤트 공연과 길거리 상점들이 즐비어 있어 큰 눈요깃거리가 된다.



세계 최대 청동 와불, 난조인(남장원) 신사
하카타역 JR 8번 플랫폼에서 기도난조인마에역까지는 불과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데 네온싸인이 반짝거리는 도시의 복잡한 모습을 순식간에 벗어나 시골의 아늦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도심에서만 살고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박람회장이 있는 곳은 주로 화려한 불빛과 함께한 빌딩숲만 있는 곳을 다녀서 그런지 이런 일상탈출은 우리 둘에게 퍽 낭만적인 상상력을 자아내게 했다. 불과 이십여분 만에 이런 곳에 도달하다니 둘은 한적함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동네 마실을 나온 마냥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느림보 걸음을 걸었다. 아침도 먹지 않고 온 터라 시장했지만 구경한 후 내려오면서 먹자고 이야기 후 사진찍기에 열중했다. 우리나라와 기온은 조금 비슷한 편인데 남장원과 와불은 조금 경사진 산 중턱에 자리해 바람이 좀 더 세차게 느껴졌다.



오솔길 같은 곳을 따라가다 지도도 확인하고 와불을 먼저 만나보기로 했다. 미얀마에서 세계 최대 와불을 본 적이 있는 나는 미얀마의 것이 최대라 우겼고 친구는 일본의 것이 최대라 우기는 바람에 둘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얀마의 와불이 가로 길이로는 최대, 일본의 와불이 세로 높이로는 최대임을 알게 되었다. 일본 와불상은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부처의 발바닥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해 발바닥을 만지고 가려는 방문객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마음의 부처
최대니 뭐니 하는 것을 차치하고 그저 와불이 보이는 곳에 의자가 놓여 있길래 우리는 그저 명상하듯 온화한 부처의 얼굴을 보며 일본의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조금 다른 관점임을 인식하고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면 조금 쉬엄쉬엄 명상하고 가면 좋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념이 사라지게 만드는 부처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세상사 시름을 놓게 되는 것이 10분 정도의 짧은 순간이지만 선조들이 부처상을 세운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난조인 신사, 초록과 빨강의 대비
와불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 계단이 조금 높아보이는 곳에 자리한 빨간색 문처럼 보이는 신사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계단이 조금 높은 듯 했지만 우리 생애 언제 다시 오겠느냐는 말을 하며 자연 속 촬영을 계속했다. 싱싱한 초록의 잎과 빨간색의 신사는 대비를 통해 서로를 더 보듬어 주듯 더 돋보이게 하는 신기한 효과가 있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생각하면 조금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겠지만 이런 것 역시 그들의 문화 중 일부이고 과거 선조의 역사 속에 이렇게 남게 된 것이라는 생각을 뒤로하고 내려왔다.


쇼핑천국
한국에서는 조금 비싸게 느껴지는 무인양품(MUJI)도 일본 현지에서는 가격도 착하고 질도 좋은편이다. 텐진과 하카타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쇼핑몰에서 기본 폴로 티셔츠나 청바지를 아주 착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일본 하면 사와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우산이다. 지인 어머니는 선물받은 일본 우산을 10년간 사용하다 이제야 고장이 나서 하나 더 필요하다고 했다. 출장으로 다리가 자주 붓는 사람이라면 한국서 비싼 휴족시간을 일본에서 구매해 오는 것도 추천한다. 일반 화장품 숍보다는 같은 장소의 약국에서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다. 친구의 정보 덕분에 여성 필수품인 생리대도 몇 개 챙겼다. 전자상가에 들어가니 쇼핑센터가 잘 되어 있고 전자상가 1층 입구 부분에는 유료 핸드폰 충전기가 비치되어 있어 언어도 안 통하는데 배터리까지 방전되면 안 되니 참고로 알아두면 퍽 유용하다.




후쿠오카 타워, 모모치 해변
후쿠오카의 명소 중 하나로 모모치 해변가의 후쿠오카 타워와 오호리 해변을 들 수 있다. 과거 후쿠오카 성을 보호하려던 목적으로 영주였던 구로다 나가마사가 이 일대를 사들여 매립하여 조성했고 이후 후쿠오카 현이 중국 서호를 따라 공원을 조성해 1929년에 개장했는데 일본에서는 최대 물의 공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해변가에 있는 오호리 공원으로 가족나들이 오는 방문객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며, 해변가에 조성된 건축물은 유럽스타일을 따와 일본 내에서 작은 유럽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공항 출국 직전까지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공항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국제선이라 한 시간 전에 도착한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듯 보였지만 다행히(?) 연착이 되어 마지막 콜링 시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주말을 이용한 나들이 후쿠오카는 우리에게 멋진 일탈과 쇼핑에서의 성취감을 맛보여줬다. 다음엔 각자 어머니를 모시고 가자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