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을 바라보며 나도 파리지엥!
파리에 대한 환상은 아무래도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속 주인공 중에서 불어를 쓰는 커플은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말 끝을 둥글리는 우아함이란!
영어도 못하던 나에게 어머니를 전담하던 마사지 전문가 아주머니가 해준 말이 생각난다.
“까뜨린느 드뇌브 닮았다는 소리 안 들어요?”
사춘기 여고생에겐 그 여배우의 존재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단지, 외모보다는 '까뜨린느'라는 프랑스 이름에 매료되어 한 때 ‘까뜨린느’라고 닉네임을 쓰기도 했었다.
서두가 너무 길었나. 출장차 파리 경유를 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치고는 무척 좋은 경험이었다. 작년도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 된 한국을 방문한 파리지엥 미카엘 Mickael이 바로 파리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파리 출장 가면 연락할게~!”라며 통상적 인사말을 남겼는데 말이 씨가 될 줄이야.
10년 전 파리에 놀러 갔을 때엔 이탈리아를 다녀온 직후여서 - 이는 아마도 고대를 접할수록 근대에 대한 신비감이 덜해지는 - 그랬는지 아무리 그 유명한 베르사유의 '거울의 방'을 방문해도 센 강 유람선을 타고 에펠탑을 만나도 실망감이 컸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유일하게 10년 전 나를 위해 사 왔던 에펠탑 열쇠고리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서 파리는 그저 파리 날리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 사실이다.
파리는 변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보된 인프라와 사람들의 프렌치에 대한 고고함 보다는 연간 8,000만여 명이 찾는 세계 제1의 관광도시답게 누구보다도 방문객에게 호의를 베풀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 이건 내가 생각했던 파리가 아니잖아.
파리에 대한 환상은 관광객의 러브 스토리, 영화 속 배경, 전통 뮤지컬 <노트르 담 드 파리>에서 보여주는 애틋한 사연, 그리고 첩보영화에서 늘 사랑 신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센 강변의 연인 간의 키스 등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지하철이나 공공 시설물의 청결도가 10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지저분한 편이고, 최근 공기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깨끗한 공기를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다는 불안감 정도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고 꼽고 싶다.
오! 샹젤리제
해외영업만 1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친구가 파리 출장을 유난히 자주 갔었다. “너무 부럽다!”라고 말하면 “업무 때문에 샹젤리제 거리 한번 제대로 걸어보지 못했다”라며 조금 아쉬운 소리를 했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샹젤리제 거리는 한번 제대로 걸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정말? 진짜? 레드 와인을 끓여 마신다니! 혹독한 바람과 찬 기운에도 불구하고 샹젤리제 거리는 한 달 동안 빛을 낸다. 샹젤리제 거리 양쪽에는 수많은 전구 천막이 드리워져 있고 플리마켓은 필요 없을 정도로 양쪽 거리에는 빼곡히 크리스마스 마켓 속 상점들이 입주해 있다. 밤이면 더 활성화되는 거리가 바로 이곳이다.
팔팔 끓인 레드 와인 한 잔을 나누어 마시며 솜털 가득한 장갑과 목도리에 모자까지 써야 하지만 콧물 훌쩍이며 마시더라도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샹젤리제 거리다.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파리 출장길에 올랐는데 2019년 12월 꼭 3년 만에 샹젤리제 거리를 운운했던 친구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은 항상 계획하든 계회하지 않든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