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비 오는 날 지우펀으로
반갑다, 비야
련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1박 2일 정도의 2일도 채 안 되는 짧은 여행. 단, 2일이라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우리는 지우펀에서 숙박을 결정했다.
아래 리스트는 가기 전 작성한 것인데 2가지를 제외하고는 우리의 플랜에 맞춰 움직였다. 우리가 생각해도 대단했다. 2박 치고는 짐도 배낭여행자처럼 엄청 많이 가지고 간 덕에 삶의 무게를 다 짊어지고 다니는 것처럼 그렇게 다니게 되었다.
Day2 - 2015년 8월 22일 토
1. 기상 6시. 오전 7시 ~ 7시 반 출발 > 실제로는 거의 8시 출발.
2. Daan Park > Shirin > Taxi > 국립 고궁박물관 NT$ 30 45분~1시간 소요. 입장료 NT$30(O)
3. Taxi > Shrin > Simen 20분 소요 NT$25 1번 출구. 마라훠궈(X). 까르푸(새벽에 감). 망고빙수(O)
4. Simen > Shiaonanmen 2분 NT$20 (옵션. 택시) 3번 출구 식물원 > 국립 역사박물관 > 중정기념당(X)
5. 중정기념당 > 타이베이 메인 역 15분 NT$20
6. 타이베이 메인 역에서 기차로 갈아탐
7. 루이팡 선 핑시 > 스펀 (핑시에서 천등 날리기 성공O)
8. 스펀 > 택시 NT$30-40 > 지우펀 숙소까지 이동(O)
9. 지우펀 숙소 체크인(O)
10. 지우펀 구경
동남아시아 국가의 특징 중 하나는 아무래도 폭풍이 자주 지나가는 덕분에 비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인데, 련과 내가 지우펀에 도착했을 때 전혀 조짐이 보이지 않아 우리는 지우펀을 약간 구경하고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타이페이에서 지우펀으로
타이페이에서 지우펀으로 가는 길은 중간에 핑시를 거쳐 가는 것이 찾기가 수월한데 역으로 지우펀에서 핑시로 가게 되면 핑시에서 타이페이까지는 무조건 택시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다시 정리를 해보면,
1. 타이페이 --> 핑시 --> 지우펀 --> 타이페이
지우펀에서 타이페이로 가는 길은 버스가 자주 있고 거리가 30분에서 1시간 이내로 굉장히 괜찮지만,
2. 타이페이 --> 지우펀 --> 핑시 --> 타이페이
2번 경로로 이동하면 핑시에서 타이페이까지는 무조건 택시로 이동해야 하고 최하 1인당 3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럴 수가.
타이페이와 지우펀을 오가는 경로 중 타이완의 특징 중 하나인 천등 날리기를 꼭 넣고 싶다면 1번 경로가 가성비가 훨씬 좋다. 타이완을 네 번 방문하면서 지우펀도 네 번을 방문했고, 매번 계획을 짤 때마다 다른 경로로 시도했는데 1번이 가장 좋았다.
지우펀으로 가는 길
호기심과 모험심이 가득한 련과 나는 모두 다 갔던 - 블로거들이 설명한 - 길을 제치고 저렴하면서도 현지인과 같은 경로(?)를 택하기로 했다.
경로 : 타이페이 동물원역(Taipei Zoo Station) 역에서 버스를 타고 핑시로 이동하기
막상 동물원역에 내렸지만 우리나라처럼 역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한참을 걸어야 했다.
"이 길이 맞는 걸까?"
"자기는 한번 와봤잖아! 자신 있다며?"
련이 나에게 반문하는 말에 자신감이 없어진 나는 그냥 길가에 주저앉아 멍해졌다. 36도를 웃도는 땡볕 아래 앉아 있어도 더운 줄 몰랐다.
"이쪽인 것 같은데, 가볼까?"
구글맵과 기타 앱을 총동원해 버스 넘버를 찾았다. 정류장 검색을 해보니 제법 거리가 있었다. 우선 방향을 잡고 고 한 15분 정도 걸었을까. 정말 버스 정류장(Xiangtoupu)이 있지만 그냥 지나칠 것 같은 아주 작은 곳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번호를 보며 핑시를 찾고 있었는데. 이때 등장한 현지 아이들. 인근 지역에 사는 중고등학생들 무리였다.
"워먼취핑시"
안 되는 중국어 몇 마디를 꺼내며 서로 바디랭귀지를 시도했고. 10대 사춘기보다는 훨씬 어려 보이는 타이완 아이들은 열심히 설명해주며 어떤 버스를 타야 한다고 설명해주고 있었다.
갑자기 가르쳐 주던 남자아이가 뛰기 시작했다.
795번 버스가 휑하니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 버스가 그냥 지나가고 있었는데 정말 전광석화처럼 뛰어가 버스정류장에서 100 미터 정도 거리에 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와!
우리나라 과거에 버스정류장에서 운전기사를 향해 손을 흔들어야 세워주던 시절과 비슷했다. 마음씨 착한 아이들 덕분에 타이완 현지 시내버스를 타고 핑시로 이동하게 되었다. 중간에 페친도 되고 우리에게 공짜로 우산을 내밀며 비올 테니 가져가라고 하는 마음씨가 어찌나 곱던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핑시로 향했다. 핑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까 한다.
타이완 속 작은 타이완, 지우펀
왜 타이완 속 작은 타이완일까. 타이페이에 가면 타이완을 못 느끼는 것일까? 아니다. 타이페이는 우리나라의 서울과 동일하다. 서울 안에 인사동, 삼청동, 북촌 등에 가면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부산 자갈치 시장은 느낄 수 없다. 서울과 다른 부산만이 가진 매력은 그곳에 가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타이완에 처음 가든 두 번째 가든, 지우펀은 팔색조 매력을 지녔다. 날씨에 따라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매번 같은 곳을 가는 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느낌이 들 수 있는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타이완을 네 번에 걸쳐 다녀왔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하지만 다른 경로로. 다섯 번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본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또가?" "거기 뭐가 있길래?" "남친 숨겨놨니?" "그렇게 좋아요?"
결국 나의 스토리로 내 친구가 타이완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섯 번째 타이완 여행을 접고 터키행을 택했다. 2년 전 나는 터키와 타이완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우펀 꼭대기, 천상의 그림이
우리가 현생을 마감하지 않는 이상 비교할 수 없겠지만 지우펀 꼭대기에 올라 물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는 산등성이를 타고 보이는 작은 마을과 바다와의 관계를 보고 있자면 천상에 오른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지우펀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 이상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지우펀의 아침'이다.
련과 나는 지우펀의 숙박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친구로 지냈지만 단 한 번도 여행을 간 적이 없어 계획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끈끈한 우정을 발라오게 되었다. 조금 더 끈적하게?
비가 만들어 낸 잊을 수 없는 풍경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어마어마한 빗물 소리가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어제 구매했던 우비가 있어서 에어비앤비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토스트의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2층 침대가 총 3개 있던 곳이었는데 중국인인데 일본에서 유학 중인 - 이 아이는 중국인인데 정말 일본인 같은 느낌이었다 - 20대 여학생과 이제 갓 대학에 입학 예정인 중국인 아이 - 손연재를 무척 닮아 우리가 사진까지 찾아 보여줬다 - 가 여행 중이었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친구가 영어를 할 줄 알아 나와 이야기하며 친구가 되었다. 페친이 된 후로 연락은 자주 못하지만 가벼운 눈인사 끝에 아침을 먹으며 친해지고 여행에 대해 담소를 나누며 여행친구가 되었다.
금광에서 관광명소로
일제강점기 때 금이 발견된다고 해서 호황을 누렸다가 2차 세계대전(1939-1545) 때는 포로수용소로 운영되었고, 그 후 타이완 영화 '비정성시(1990년)'의 배경으로 등장해 관광명소도 거듭난 곳이다. 굉장히 가파른 산등성이 곳곳에 집이 자리하고 있고 지우펀에 가면 항상 방문하게 되는 시장길을 따라 먹거리와 기념품 가게가 자리고 하고 있다. 지우펀은 일본과 대만이 섞인 형태의 주거와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스타일의 기념품도 많이 보이고 주거 형태도 일본에서 봤을 법한 구조가 많이 눈에 띈다.
쏘세지, 그리고 생구아바주스
*쏘세지는 사실 틀린 말이다. 소시지가 맞는 표현이긴 하지만 이 쏘세지를 보면 이렇게 센발음을 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다. 그냥 오늘은 쏘세지로 부르고 싶다.
난 사실 쏘세지를 못 먹는다. 그래서 항상 고기 맛을 봐줄 친구가 필요하다. 멧돼지 쏘세지는 육질이 다르다나. 나의 경우는 소라구이를 택해서 먹곤 했는데 이것 말고도 먹을 것이 많으니 처음 시작부터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친구들과 갈 때마다 1인분만 주문해 반씩 나눠먹는 걸로 하면 지우펀 시장에 있는 음식을 한 번씩 맛볼 수 있다. 꼭 그렇게 까지 먹어야 하나? 그렇다. 지우펀이나 대만에서 먹는 어묵의 맛은 정말 우리나라 부산 어묵과는 또 다른 느낌이고, 어묵 안에도 각종 재료마다 다른 맛이 난다. 입맛에 맛는 것도 있고 독특한 향이 나는 것도 있다. 뭐 어떤가.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맛보는 게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처음 타이페이행을 제안했던 친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목욕탕의 배경으로 이미지를 가져왔던 곳이 지우펀이라는 이유로 대만의 지우펀을 가자고 했다. 이유는 뭐라도 좋다. 나만 좋고 함께 하는 친구가 좋다면 그만이다. 여행은 마음이 내켜야 하는 것이니까.
대부분 타이완을 여행한 사람들이 지우펀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가면 꼭 땅콩아이스크림을 먹어봐야 한다고 하는데, 난 사실 땅콩 팬도 아니어서 땅콩아이스크림보다는 어묵이나 구아바주스가 더 기억에 남았다.
여행의 참맛은, 추천은 보되 내가 새로 개척하는 것에 더 매력이 더해진다. 지우펀은 1년 365일이 다르고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의 느낌이 다르다. 다음번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다시 지우펀이라고 대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