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i Sep 02. 2017

더 애틋해지려는 주문 같은 것

September 2017


오늘 노을이 아주 예쁘게 지는데 선유도공원에 돗자리 펴고 치맥 하나 챙겨 눕고는 블루투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롤러코스터 노래였나, 아무튼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좋은 기회가 되어 눈여겨보던 곳에서 아주 예쁜 케잌을 선물 받게 되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보라색과 파란색으로 만들어진 꽃케이크. 들고 오는데 누가 오늘내내 등을 토닥여 준 것 같은 느낌에 유치하게도 남의 눈에 눈물내지 않게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생일이 오려면 2달도 더 남았는데, 유독 올해는 케이크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다. 생크림이 많든 적든, 과일이 있든 없든, 크기가 크든 작든간에 좋다고 먹는 그런 케이크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래도 주위에 더 신경써서 챙겨주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게 되면서 맞춤형 케이크에 도전-선택장애가 있는 나에게 이건 분명 엄청난 챌린지다-하게 되고, 그러면서 여러 해프닝이 생겼다. 받는 사람에게 위트있고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뭐하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데도 (특히 컬러와 케잌에 써질 문구) 뭐랄까 쫌 애틋하다. 아이러니하게 그 과정이 나는 참 좋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애틋해지고 싶어 주문을 거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나를 더 좋아해줘라 얍!


퇴근하자마자 만나서 정신차려보니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던 동기언니와의 수다. 켜켜이 쌓인 추억만큼의 이해와 신뢰로 몇 마디 하지 않아도 그냥 아는 느낌적 느낌의 친구들과의 신선놀음. 그리고, 하나의 에피소드를 더 가져다 준 어여쁜 꽃케잌까지. 바람에 나부낄 줄 알았는데, 꽉 차게 흡족해 고마운 9월이다. 가을의 기-인 볕처럼 나도 꼭 누군가에게 여운이 기-인 사람이 되도록 잘 살아보자.


(아 참고로 내 생일은 11월이다. 그냥 궁금해 하실까봐. 참고만 하시라고 참고만. 찡긋)

매거진의 이전글 7년차의 여름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