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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Sep 16. 2017

내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오며

September 2017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가장 친한 친구들을 꼽아보라고 했을 때 언제나 생각나는 예닐곱명의 친구들이 있다. 오늘 그 친구 중의 한 명이 결혼을 한다. 축의금 봉투만 덩그러니 주기 싫어 카페에 앉아 편지를 쓰는데, '행복하게 잘 살아 내 친구야'라고 적는 순간 그렁거리나 싶더니 고개를 들 새도 없이 눈물이 주륵 흘렀다. 진상진상 오늘 결혼식에서 울면 안된다 다짐하면서도 가방안의 손수건이 그렇게 든든 할 수가 없다.


예뻤다 내 친구. 세상 모든 예쁨을 다 모아 놓은 미소천사 내 친구. 2006년부터 인생은 한 번뿐 욜로!를 외쳤던 내가 아는 욜로 라잎 1호 내 친구. 사랑을 받을 줄도, 줄 줄도 아는 정말 사랑스러운 내 친구. 커갈수록 자꾸 기어들어가는 내 동굴로 찾아 와 문 부숴지게 두들겨 준 내 친구.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예쁨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거다.


저녁 야외식을 했어도 좋을 가을가을한 밤 날씨를 걸으며 생각했다. 친구들이 다 결혼해 버리면 나 심심해서 어쩌나. 이제 2017 FW 하객투어가 시작될텐데 나는 어쩌나. 그래도 모자람을 채우고 조급함을 버리며 천천히 가야겠다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진다. 기꺼이 맞춰주고 싶고, 먼저 표현하는게 부끄럽지 않고, 내가 언제나 일순위일 수 없기에 한 발 물러서면 두 발 다가와주는, 나에게 집중해 줄 수 있는 꿀떡이를 환영해줘야지. 아, 일단 너무 늦게 찾아온 점에 대한 단죄부터 하고 난 다음이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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