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i Nov 27. 2017

소란이 지나고 난 자리

November 2017


유난히도 빨리 지나간 주말이었다. 서문은 말도 안되겠지만 불금 이태원에서 고작 맥주4잔에 2AM까지 이어졌던 즐거웠건 책이야기다. 그리고는 천둥번개바람비의 러쉬속에서도 축하해마지 않았던 친구의 결혼식과 잠깐 들른 학교에서 느낀 나의 십여년 전을 떠올리게한 수험생들의 논술고사 분위기하며, 연차에서 돌아와 출근 반나절만에 된통 씨게 걸린 목코귀감기때문에 약먹고 전기장판과 혼연일체가 된거 하며, 몸 좀 나아졌다고 아침부터 나가서 청첩장 받으면서 하하호호에다, 올 겨울이 어마무시하게 춥다는 이유로 방한용품이랍시고 두꺼운 스웨터와 퍼베스트와 패딩을 사재끼고 누우니까 밤 열시. 자자 출근해야되니까.


그래서일까 유난히 적막하다싶은 월요일 아침이었다. 주말의 열기가 놀랍도록 차갑게 식었지만 그래도 자국이 얼핏 남아 있고, 안개까지 희끗해 기분이 묘하다. 반쯤 눈감긴 사람들이 목도리를 둘둘 두르고, 귀에는 무언가를 꽂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곤 각자의 목적지로 결코 시끌벅적하지 않게 바쁘고 소란스럽게 걷는다. 나도 그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횡단보도를 기다리고 있는 참이었는데, 반대편의 그 모습이 쓸쓸하고 울적하게 보이기보단 차분한 겨울아침의 단상이랄까, 보고 있는데도 아련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일의 내가 오늘의 이 풍경을 그리워 할 것을 아는 것 처럼. 그립다는 말이 맞나, ㅇㅏ 나는 요즘 이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다. ‘그립다’. 아무튼 이 시너리가, 이 공기가 낯설지 않다. 그리 싫지 않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무슨 일이 생기길 바라는, 무언가 특별해지길 바라 들뜨는 금요일보다 쿵덕거림이 다 지나가고 난 고요하고 차분한 월요일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이 든 하루다. 누가 들으면 얘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 하겠지만, 그냥 이렇게 소란의 열기가 지나간 자리도 좋지 않냐며. 다시 올 그런 들뜬 소란이 기다려 지지 않냐며.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모든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