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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Dec 25. 2017

칭찬의 낭비를 위!하!여!

December 2017


올 해 마지막 연차를 크리스마스 연휴 앞으로 붙였다. 딱히 무슨 할 일이 있어서라기 보다, 온전히 연말을 느끼고 싶어서.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많이 줄어든건지,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 이런 것에 무뎌져 그런건지를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끼리 연말 느낌이 많이 나질 않는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한다. 요란한 건 피하게 되지만 그래도 너무 조용한 건 좀 허전해 그렇다.


일단 자주 들르는 꽃집에서 산 양귀비 몇 줄기를 몇 일 전에 장만한 아주 마음에 쏙 든 화병에 꽂아두는 걸로 시작했다. 가보고 싶던 카페도 두 군데나 들르고, 저녁 송년회 때 나누기로 한 마니또 선물도 사고, 더불어 자필편지도 쓰고. 그래서 본의 아니게 샤로수부터 이태원 찍고 합정 들렀다 신촌까지 아주 알차게 서울투어를 했다. 아무렴 피같고 꿀같은 연차인데 이보다 야무질 수 없지.


카페이름만큼 올해는 참 시도가 많았던 한 해였구나 싶다. (물론 그 카페 이름이 이 뜻은 아니었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을 시작했고, 주저했던 새로운 취미도 생겼고,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내가 휴가를 간답시고 타투도 해봤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있었고, 혼자 국내 여행도 꽤 오래다녀왔다. 정말 다방면에서의 다양한 시도들이었다. 지속되는 것도 아닌 것도 있지만, 아무렴 어떠냐! 생각으로만, 말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한 내가 좋다. 순간에 최선을 다했고, 후회하지 않는 내 모습이 만족스러웠던 나는 나를 칭찬한다.


칭찬에 인색한 요즘이다. 나도 칭찬을 잘 안하는 것 같고,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은 것도 굉장히 오래 전 일 같다. 어렸을 때는 곧잘 누군가의 칭찬을 받던 (재수없겠지만 칭찬을 도맡았던) 나였는데, 사회에 나와서는 강아지처럼 칭찬에 목 매어 헥헥 거리다가는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는 밥이나 다오, 산책이나 시켜다오나 말하게 된 것 같다. -내 동기는 눈이 온다고 맹구 흉내를 내었는데 잘 한다고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 하루 종일 하다가 목이 쉬었다고 했다. 바야흐로 칭찬에 목마른 사회-아니 이제는 누군가가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기만 해도 '이 사람은 되게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녹아버리데, 칭찬씩이나 받으면 몸둘바를 모르겠다.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말을 여기에다가도 갖다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잘한다 잘한다 소리만 듣고 자란 우리들이 사회에서 나와서 채찍질만 당하니 모든게 얼마나 서러울까. 아니면 잘한다 잘한다 소리만 들어도 모자랄 때부터 채찍질만 당해왔다면 얼마나 더 서러웠을까. 내가 싫으면 남도 싫은건데 나도 칭찬에 인색해져 버린건 아닌지 갑자기 겁이 난다.


딱 일주일 뒤면 새로운 1일이다. 올해처럼 내년도 나를 칭찬할 수 있기를. 내가 사랑하는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의 낭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를.

다 덤벼라 모두 다 칭찬해 줘 버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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