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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Apr 22. 2018

무엇이든 잘 하는 그냥 누나

April 2018


얼마 전에 친구랑 대화 중에 불현듯 ‘너 완벽주의자 인거 몰랐어?’라는 소리를 들었더니 갑자기 몇 달 전 대화가 생각난다. 직장인들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회사를 나가서 원하는 것을 하던지, 그냥 잠자코 다니던지 아무튼 어느 쪽이던 덜 후회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던 참에, 옆 사람이 '잘 하는 걸 해야한다'고 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는 잘 하는 것?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확신이 없는데, 아무도 확신을 주지 않는데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서 얼만큼의 책임을 질 수 있겠냐는 반문이 단번에 튀어나왔다. 나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싶어서.


난 이를 악 물게 하는 채찍보다 달콤한 초콜렛당근에 반응하는 망아지같은 녀석이라는 걸 회사를 와서 알게 되었다. 주어진 일을 내가 원하는 만큼으로 핸들링 될 때야 비로소 마음을 더는 유형임을, 그렇게 하지 못할 때엔 스스로가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뇌가 뜨겁고 심장이 간질거리는 유형임을, 대충 뭉길 바엔 안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는 유형임을 얼마 전에 알았다.


(사실, 나란 애는 업무가 바뀌어 아직 일이 밀려들지는 않는 허니문 기간도 마치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한 느낌적 느낌에 회의 중 신규 업무를 ‘제가 하겠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가 된통 당하고 있는 어리석은 8년차일뿐.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덕담을 되뇌이며 살거늘 ㅉㅉ 아직 멀었다)



난 무엇을 잘 하는걸까. 난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잘 하는건 있는걸까. 지금 잘 하고 있는건가. 어떤 것이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을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일까. 그냥 다 잘 모르겠고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내가 잘 하는 것이라 믿을 수 밖에. 내가 할 수 있다고 의지를 갖는 것이 제일 잘 하는 것이라 믿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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