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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May 14. 2018

슈가송

May 2018


오후 수업시간에 이어폰으로 교복 안 쪽으로 슬금슬금 빼 팔로 얼굴을 삐딱하게 괴고 반쯤은 라디오를, 반쯤은 수업을 듣는게 내 중학생 때의 일탈이라면 일탈이었다. 처음엔 적막함이 너무 지루해 틀기 시작했던 거 같은데 아마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집에서 공부할 때도 라디오를 항상 켜두었던 것 같다. 덕분에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을 때 얼굴에 가득 퍼지는 미소의 인락함을 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이 때부터 꽤나 아날로그였던 모양이다. (예나지금이나 수다 많은 라디오보다는 노래 연달에 세 곡씩 틀어주는 라디오가 200배는 더 좋다.)


토이의 좋은 사람을 듣는 날엔 나는 항상 중학생때의 나로 돌아간다. 10일 남짓 다녔던 아주 어두웠는데 귀에 거슬리는 각 종 소음으로 가득찼던 독서실, 일요일 오후에 두시의 데이트에서 이 노래가 나와 샤프를 달칵거리다 멈칫했던 그 때의 내가 된다. 김소월의 먼 후일을 읽으며 울컥해 당황해 했던 그 때의 나. 아 이 때부터 나는 지금은 다소 무용지물격인 감수성의 발현이 있었구나 후후. 이 전에는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였고, 이 후에는 테이의 사랑을 향기를 남기고 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도 그 노래들을 가장 좋아하냐면 또 그건 아닌데, 이 노래들은 뭐랄까 나만의 슈가송이랄까.


일어났는데 지난 밤 예능에서 김형중이 좋은 사람을 부른다며 지금 잘 때냐는 카톡이 와 있었다. 오 오늘 하루 종일 니가 웃으면 나는 좋아- 넌 장난이라 해도가 무한하게 입가에 맴돌겠구나. 이렇게 또 한 번 더 나는 중학생이 된다. 아 출근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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