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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Mar 26. 2018

미세먼지 속 고요

March 2018


미세먼지 때문에 주말이 내내 희뿌옇다가 급기야 오늘 아침은 안개까지 덮쳐서 미스티더스티 종말 1초 전 같다. 코도 큼큼하고 목구멍은 칼칼하고 눈도 뻑뻑한 것이 어째 우리 인류의 미래가 심각하게 걱정 된다. 이러다 우리 다 콧털, 귓털쟁이로 진화하는 건 아닐까몰라. 이 와중에 손눈썹이 긴 건 좋네.


미세먼지가 가로등의 빛길을 고스란히 보이게 한다. 가로등 아래 곳곳이 마치 핀 조명이 떨어지는 공연시작 전의 공연장으로 변한다. 왠지 내 향수향보다 모래냄새가 더 나는 것 같고, 기침하면 모래를 뱉을 것 같은 지금이 그렇게 썩 낭만적이진 않지만 그냥 기분이 썩 괜찮다. 태풍의 핵이 오히려 세상 고요하듯이 그냥 종말이라고 생각하니 자포자기 해버린건 아닌지 몰라. 이 상황마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내가 어른스러워 진건지, 자기합리화가 습관이 된 건지 아리송하다.


그래도 이 글을 적는 퇴근즈음엔 예쁘게 노을지는 걸 보니 최악은 지나갔나 싶어 이정도면 살만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모든 것은 역시 이너피스가 답인가.


3월이 다 지나간다. 특별한 기억도 남기지 못한 채 1분기가 다 간다. 부디 몰아치는 파도의 전야제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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