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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Nov 04. 2019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November 2019


나는 이제 네 친구들을, 네 동료들을 모두 알지 못한다. 처음엔 나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느끼게 되는 작은 공백들을 우리사이의 거리감으로 오해했다. 한때는 쫑알거리지 않는 데면한 연락에 네 무뚝뚝함이 서운했던 적도 있었고, 회사 선배마냥 잘잘못을 따지는 네가 미울 때도 있었다. 줄어드는 대화에, 얕아지는 공감대의 폭에 언뜻 우리 관계의 종착역이 보였던 것도 같다.


그랬던 우리였지만 그냥 그렇게 그 역을 지나친 것 같다. 망망대해로 가는 강의 끝자락쯤 인 줄 알았는데, 손잡고 건널만한 개울가라 다행이다. 한 달에 한 번 밥을 먹으면서 하는 시덥지 않은 일상이야기들이, 생각이 나 하나두개씩 챙기는 물건들이, 이제는 10년도 더 지난 기억을 기워내며 키득거리는 일들이 편안해졌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면 갖가지 이유를 붙여 기여코 퇴짜를 놓고야마는 나쁜 버릇을 고쳐야겠다. 지켜야 하는 것이 있으면 감당해 내야하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역시 11월,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 맞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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