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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Dec 09. 2019

글쓰기

December 2019


“바람이 잎사귀에 정갈하게 흔들린다. 달과 별을 만나는 이 소리는 날이 갈수록 그리움으로 몸집을 불린다.”

 위의 문장으로 시작한 글은 “캄캄한 밤하늘의 허공에 떠있는 연인이 손에 잡힐 듯하다”는 문장으로 문단을 끝마쳤다고 한다. 글쓰기 AI가 쓴 글이다. 프로그램에 ‘가을이 오면’이라고 입력하자 저런 문장을 쏟아냈다고 하는데, 놀라우면서도 겁이 난다. 영화에서만 보던 감성대필이 목전에 와 있는 것인가. AI는 분명 현란한 문장으로 우리 감성의 오장육부를 강하게 터치할테고, 공감까지는 모르겠으나 이해의 범주까지는 올라 올 것이 분명할건데 이제는 무엇으로 인간의 글쓰기를 증명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연인지 송년회 이벤트로 릴레이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보통일이 아니었다. 개연성을 이어냄과 동시에 의도를 튀지 않게 녹여내는데 그것을 또 맛깔나는 문장으로 담아내야 하는. 심지어 같이 쓴 이 작자들의 실력이 기함할 지경이라 누추한 쉼표가 되고 싶지 않은 프레스까지. 정말 이 창작의 고통은 산통과도 같기에 모든 작품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이야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맞는 말 같기도.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겠다. 모든 추억은 선별적 기억의 집합이 아니겠냐는 테드창처럼, 훗날의 나든 내돈내산 AI든 나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려면 내가 추억 해 되새김질로 입력해 줘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니,

더욱 부지런히 이 시간의 끝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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