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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Dec 27. 2019

완행열차

December2019


성실과 호의는 성과와 예의로 돌아오지 않고, 행운과 불운은 언제나 가장 부적절한 순간에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삶은 첫 번째 경험이고 우리는 매 순간 무능하다. 태연한 얼굴로 일상을 살아내는 당신, 사실은 가혹하고 냉정한 운명 앞에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당신, 당신의 눈물과 한숨 끝에 이 소설을 놓아주고 싶다 - 조남주


민음사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한 권에 대한 이 추천사를 보고 나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 연차 소진을 신나게 하고 복귀한 첫날, 오전엔 신나게 밀린 일을 해치우느라 정신없더니만 일이 사그라드니 갑자기 기운이 빠져버렸다. 아 며칠 안 남았네. 불안해. 내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올해 이렇게 마무리해도 되는 걸까. 기회는 걷어차버린 게 아닌지, 행운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나는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한 순간들에 태연한 얼굴로 버텨낼 자신이 없다.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다. 난 아무래! 아무렇다고!


올해도 여전히 감사함과 빡침 사이를 헤매고, 확신과 불확실 중간쯤에서 두리번거리다 끝나버렸다. 한 살 더 먹기 전에 다짐한다. 제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간 것에 미련 두지 말자고. 바람 빠지지 않게 펌프질 해주는 사람들에게 덜 미안해하고 더 많이 고마워하자고.


오직 지옥행 열차만이 급행 이랬던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부디 조금만 천천히 가주길.

무릉도원행 완행열차를 위해 올해 잘 마무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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