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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Feb 29. 2020

happy ever after

February 2020


요즘 유행하는 심심풀이 땅콩식의 테스트를 했더니, 이게 영 만만한 녀석은 아닌 듯 싶다. 자기 덩치만한 큰 백팩을 매고 아등바등 열심히 사는 펭귄이래.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에 몰두하는 카네이션이래.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보이니 내 마음이 또 허해 또 보이는대로 믿고 싶은 시즌이 와 버린건가.


2월. 내가 그동안 일한만큼을 공정하게 평가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그냥 부딪치는대로 퉁퉁거리며 요란한 소리만 낸 한 달이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냥 난 모르겠고 2월은 마음 가는대로 대충 살자 했지만 돌이켜보니 얼굴이 화끈거리는 지점이 있는게 한 두개가 아니다. 잠시 내가 미쳤었나.


2월 29일. 날이 흉흉해 셀프격리를 하고자 했지만, 생각만으로도 좀이 쑤셔 친구네 집에서 단체격리를 당하기로 했다. 하필이면 4년에 한 번씩 오는 뽀나쓰같은 날에. 내 인생에서 8번째로 맞는 이 날에. 딸기 한 박스를 다 씻었다고 비난과도 같은 칭찬을 받고, 루미쿠브하다 말도 안되는 승부욕에 불타오르더니, 세상 바보같은 공기놀이에 깔깔거리다, 티비보다 안재홍의 매력논쟁을 한 것 밖에 없는데 인격도 치유되고, 심지어 코로나를 극복할만큼의 자가면역까지 생겨 버린 것 같다. 난 이런게 그르케 좋드라. 34살 4명이 만나서 무알콜상태에서 웃느라 목 쉬는 일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며.


이렇게 2월 보나스를 야무지게 쓰다보니, 이번 달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었는지 완전히 잊고 지냈던 한 달이었던 것이 분명해져버렸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모든 것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했아야 했는데 선을 넘겼다. 욕심내지않고, 하루하루에 만족해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게 인생 목표였는데, 왜 이렇게 어리석게 굴었을까.


아마도 가끔씩 한 번쯤은 생각날 오늘이라 기록해둔다.

여기서 행복하기. 빈공간 남겨두기. 감사하기.

결국엔 해피엔딩이 되도록 나부터 움직이기.


3월에는 후회하는 일 없이 잘 먹고 잘 살아보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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