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23
진심에는 뒤가 없다. 순간의 감동과 순간의 아찔함이 결국에 감사함으로 끝나는 진심.
그래서 나는 자꾸 뒤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하는거지. 저의를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들이 이해가 아닌 낭비로 느껴지는 순간, 사람에게 대한 온기가 사라지는 그 순간이 싫었다. 기쁨과 슬픔을 아무런 계산 없이 나눌 순 없는 걸까. 나는 그냥 내가 한 발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나의 진심이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건 자만이었다.
언제부턴가 희망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희망은 기대와 동의어일까. '혹시 이번엔'이라며 부푼 희망의 크기는 무너짐의 크기와 언제나 비례했다. 그 무너짐 속에 나는 언제나 묻혔다. 묻힌 내 앞에서 나는 또 초라해졌다. 왜 나는 또 보이는 것을 다 믿었을까. 싫으면 피하면 되는데 왜 영리한 취사선택이 힘들지. 매번 더미 속에 깔리는데도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주눅 드는 내가 싫어서 이번엔 조금 많이 힘들었다.
요즘 글을 쓰지 않는 이유도 하나였다. 언제나 같은 내용으로만 고민하는 내가 지루해 보였다. 진짜 별게다 별게야라고 할 수 있는 풀리지 않는 신뢰의 문제. 나는 무엇을 믿고 가야 하는가 하면 이젠 '나'밖에 없는데, 나는 혼자서 곧이 설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 하는 이 고민이 나를 조금 더 큰 어른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앞뒤가리지 않고 아무 말이나 쏟아내고 싶어 글을 써야겠다 했는데, 과연 글로 써둘 만한 일인가 하면 그게 아니라 역시 말문이 막힌다. ‘말들이 막 쏟아지고 싶어서 혀 끝까지 밀려왔는데 꾹 다시 밀어 넣는 되는 그 순간,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는 거’라는 해방일지의 창희처럼.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있는 말을 구별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니까 조금 성장 할 나를 기대해보며 오늘도 이렇게 버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