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홋카이도
여행지에 가면 늘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여기는 꼭 엄빠랑 오고 싶다. 뭉쳐야 뜬다를 보며 '비행기 타고 싶다. 기내식 먹고 싶다'고 혼잣말처럼 하시길래 그럼 날 잡자고 했더니만 매사에 신경쓸 것이 많은 엄마는 나중에를 이야기하고, 엄마 껌딱지인 아빠는 그럼 나도 나중에를 이야기해서 내 속을 태우더니 이번엔 같이 왔다. 일년 반 전쯤, 동기언니와 일 분도 쉬지 않고 웃고, 떠들었던 생일 기념의 그 곳. 삿뽀로다. 좋다. 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이야기만 해야지. 꼭 바랐으면 하는 일들만 입 밖으로 꺼내야지.
(아, 부모님과의 여행은 패키지를 선호한다. 애를 진탕 먹어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자유여행이겠지만. 진지하게 하는 소리다.)
훗카이도의 여러 도시를 갔다. 후라노, 비에이, 오타루 등등. 그 와중에 노모리베츠의 지옥온천과 하코다테의 야경은 남겨뒀다. 왜냐면 나의 세번째 삿뽀로를 위하여. 역시 나는 치밀한 똑똑이다. 내가 나를 칭찬해. 우쭈쭈 우쭈쭈
우리나라는 비가 안 와서 난리인데, 장마까지 구경을 아주 찰지게 하고 왔다. 예전에는 제발 날씨가 맑기를 기도했다면, 요즘엔 여행에 비가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도시마다, 흐르는 날짜마다의 하늘 색이 다른 것도 나중에 돌이켜 볼 때, 참 좋았다. 숲에 들어갈 땐 촉촉하게, 산 속 호수를 볼 땐 호우호우, 배 탈 땐 어느 때 보다도 맑게. 어느 곳 하나 같지 않게 다른 하늘마저 좋다고 신나하는 걸 보니 난 여행불치병에 걸린 것이 맞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에선 내가 엄빠의 보호자가 된다. 크고 넓고 대단한 엄빠가 귀여워보이고, 뭐 하나라도 더 추억 남게 챙기고 싶은 걸 보니 나도 이제 얼핏 어른된 느낌이다. 문득 마음이 조급하다. '우리 이제 60이야'라고 이야기 하는 엄빠의 시간을 멈추고 싶다.
현실에 파묻히지 말고, 짬을 내서라도 여행가서 숨도 크게 들이쉬라고 (대신에 돈은 아껴쓰라는데 이게 여행 가라는 말인지 말라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해주는 엄마아빠에게 감사할뿐. 엄빠한테 한 달에 한 번씩 여행가자고 찔렀는데 이게 몇 년 만이야.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여행가자고 찌르고, 내가 다 쏜다고 뻥카도 날려야겠다
너는 내 취향저격
지속가능한 즐거운 관계, 내일이 즐거운 사이가 되기 위해선 끊임없는 대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이파이브를 외치게 하는 대화. 서로가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게 하는 공통된, 공유되는 큰 가치가 같은 사람은 언제든 날 편안하게 만든다. 소중한 내 사람들과 앞으로 백년 더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