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를 외치는 대화

두번째 홋카이도

by sunnyi
두번째 삿뽀로라도 함박미소 장착


여행지에 가면 늘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여기는 꼭 엄빠랑 오고 싶다. 뭉쳐야 뜬다를 보며 '비행기 타고 싶다. 기내식 먹고 싶다'고 혼잣말처럼 하시길래 그럼 날 잡자고 했더니만 매사에 신경쓸 것이 많은 엄마는 나중에를 이야기하고, 엄마 껌딱지인 아빠는 그럼 나도 나중에를 이야기해서 내 속을 태우더니 이번엔 같이 왔다. 일년 반 전쯤, 동기언니와 일 분도 쉬지 않고 웃고, 떠들었던 생일 기념의 그 곳. 삿뽀로다. 좋다. 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이야기만 해야지. 꼭 바랐으면 하는 일들만 입 밖으로 꺼내야지.


(아, 부모님과의 여행은 패키지를 선호한다. 애를 진탕 먹어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자유여행이겠지만. 진지하게 하는 소리다.)


나이 먹고 우유홀릭. 너무... 늦은...고니.....
요정의 숲이라던데, 나 요기서 살아야 되나봐 헿


훗카이도의 여러 도시를 갔다. 후라노, 비에이, 오타루 등등. 그 와중에 노모리베츠의 지옥온천과 하코다테의 야경은 남겨뒀다. 왜냐면 나의 세번째 삿뽀로를 위하여. 역시 나는 치밀한 똑똑이다. 내가 나를 칭찬해. 우쭈쭈 우쭈쭈


우리나라는 비가 안 와서 난리인데, 장마까지 구경을 아주 찰지게 하고 왔다. 예전에는 제발 날씨가 맑기를 기도했다면, 요즘엔 여행에 비가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도시마다, 흐르는 날짜마다의 하늘 색이 다른 것도 나중에 돌이켜 볼 때, 참 좋았다. 숲에 들어갈 땐 촉촉하게, 산 속 호수를 볼 땐 호우호우, 배 탈 땐 어느 때 보다도 맑게. 어느 곳 하나 같지 않게 다른 하늘마저 좋다고 신나하는 걸 보니 난 여행불치병에 걸린 것이 맞는 것 같다.


여기는 니모가 살까, 인어공주가 살까
한려수도 아니고요, 춘천댐도 아니고요, 도야호수요
너무 좋지만, 여기서 살라고 하면 못 사는 도시소녀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에선 내가 엄빠의 보호자가 된다. 크고 넓고 대단한 엄빠가 귀여워보이고, 뭐 하나라도 더 추억 남게 챙기고 싶은 걸 보니 나도 이제 얼핏 어른된 느낌이다. 문득 마음이 조급하다. '우리 이제 60이야'라고 이야기 하는 엄빠의 시간을 멈추고 싶다.


센스보소. 이러니 내가 스벅에 반해 안반해
이러시면 자꾸 제 지갑 열리잖아요. 잔망스런 도라에몽


현실에 파묻히지 말고, 짬을 내서라도 여행가서 숨도 크게 들이쉬라고 (대신에 돈은 아껴쓰라는데 이게 여행 가라는 말인지 말라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해주는 엄마아빠에게 감사할뿐. 엄빠한테 한 달에 한 번씩 여행가자고 찔렀는데 이게 몇 년 만이야.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여행가자고 찌르고, 내가 다 쏜다고 뻥카도 날려야겠다



너는 내 취향저격


지속가능한 즐거운 관계, 내일이 즐거운 사이가 되기 위해선 끊임없는 대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이파이브를 외치게 하는 대화. 서로가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게 하는 공통된, 공유되는 큰 가치가 같은 사람은 언제든 날 편안하게 만든다. 소중한 내 사람들과 앞으로 백년 더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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