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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2회 차를 마쳤다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

2023년, 둘째의 초1 생활도 무사히 끝났다.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로서 2회 차 경험이지만 1년 내내 긴장감이 넘쳤다. 근심걱정 많은 성격 탓도 있겠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시골학교로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된다. 각 학년이 1반 뿐이고, 각 반의 정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4년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은 10명이라고 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작은 학교라서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첫째와 둘째를 초등학교 1학년에 보내면서 느낀 점과 고민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 본다. (내가 엄마라서 엄마란 표현이 익숙하다. 부모라는 같은 영역에서 아빠보다 편한 엄마라는 호칭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초등학교 1학년 등하교

첫째가 1학년 일 때, 매일 오전오후 학교로 출동했다. 반년동안은 모든 스케줄을 오후 1시 전에 끝냈다. 오후 1시에 엄마도 적응하려면 꽤 힘들다. 입학하고 일주일쯤 지나자 학교 앞에서 하교를 기다리는 1학년 학부모들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알고 보니 다른 친구들은 이미 돌봄 교실이나 학원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결국, 만 1학기 방학 때까지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는 유일한 학부모가 되었다. 나처럼 한가한 사람이 별로 없구나 싶어서 참 웃펐다. 


도시의 초품아 집값이 비싼 건 알고 있었다. 시골에 살면서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가 안전하게 혼자서 학교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어린이집 다닐 때보다 더 컸는데도 초등학교 1학년은 왠지 다시 어린 아기가 된 것 같다. 길 건너는 것도 걱정되고 준비물 챙기는 것도 걱정되고 급식실에서 밥은 잘 먹을까도 걱정된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은 시기라 엄마의 걱정은 끝이 없다. 




엄마의 시간

2023년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다. 첫째 학교와 둘째 어린이집을 따로따로 출근시키던 고생이 끝났다. 얏호! 이제 선배인 형아와 함께 학교로 간다. 솔직히 첫째가 1학년 입학할 때보단 마음이 편안하다. 학부모 경력직의 여유인가 보다. 형아와 수업시간, 방과 후시간이 달라서 둘째가 1학기 적응하는 동안 역시나 오후 1시쯤 대기상태로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이 1학년에 적응하는 동안 내 시간을 많이 뺏겼다. 


새로운 수업이 생겼지만 포기해야만 했다. 경력을 쌓을 기회였고 돈도 벌 기회였지만 오후 1시까지 끝낼 수 없었다. 아이가 적응하는 1학기 동안 엄마로서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다. 어쩔 없다는 것은 알지만 아쉽고 속상했다. 기존에 하고 있던 활동에도 차질이 생겼고, 준비하고 있던 공부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을 만나기가 힘들어지고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재충전을 할 여유가 없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 엄마를 우울하게 만드는 기간이다.


남편이 농사와 직장생활을 함께하며 수입이 안정적인 편이다. 나는 농업인이자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며 시간이 많았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집중할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아이에게 시간을 맞출 수 없는 부모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이나 학교 돌봄, 지역아동센터로 보내야한다. 아이를 어딘가에 맡길 수 있다면 그나마 참 다행이다. 맡길 곳은 마땅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는데 학교생활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빵빵 터진다. 바쁜 부모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입학 후 회사를 그만두는 엄마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다. 나는 참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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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너무 일찍 끝난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보통 4교시 수업기준 12시에 점심을 먹고 1시쯤 하교한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지인의 아이는 11시 30분에 점심을 먹고 12시 30분에 4교시가 끝난다고 한다. 오 마이갓! 어린이집 다닐 때는 보통 3~4시쯤 끝났는데. 갑자기 빨리진 아이의 퇴근시간은 정말 당황스럽다. 5교시를 해도 오후 2시 전에 끝난다. 맙소사.


라떼는 말이야, 학교 끝나고 운동장에서 2~3시간씩 놀다가 집에 들어가도 아무런 걱정 없던 시대였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안전한 이동이 보장되어야 안심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학교가 너무 빨리 끝나 아이들은 또 다른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어디가 안전할까? 어떻게 이동시킬까? 아이의 시간에 맞춰줄 수 없는 부모들은 고민거리가 계속 생긴다. 돈을 벌어서 학원에 보낼 것인가, 학원 보낼 돈을 안 쓰고 직장을 관둘 것인가. 



학교방과 후? 돌봄 교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이 있다. 방과 후가 있는 날은 조금 여유가 있다. 하지만 방과 후에 참여해도 오후 3시 전에 끝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방과 후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은 학교는 방과 후가 없는 요일도 있고 하루에 선택할 수 있는 방과 후가 1가지뿐일 때도 있다. 싫어도 참여하거나, 싫으면 일찍 하교하거나. 아이들이 방과 후 수업을 좋아하면 참 다행인데, 하기 싫어하면 엄마는 너무 당황스럽다. 그 시간을 뭘로 채워야 하나?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다.


학교 돌봄 교실은 1, 2학년만 참여할 수 있고 맞벌이이거나(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이거나 다자녀일 경우 신청 가능하다.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그나마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학교 돌봄에 보내도 5시 전에 끝난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퇴근하기 전까지 어딘가에서 시간을 때워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들

결국 엄마아빠가 일찍 퇴근하지 못하면 아이는 집에 가기 위해 차량운행이 되는 학원을 다녀야만 한다. 학원을 가든 안 가든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하교시간 때문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수가 되었다. 처음엔 학교 시간표를 몰라서 4교시에 끝나는지 5교시에 끝나는지 몰랐다. 어떤 날은 방과 후가 있고 어떤 날은 방과 후가 없다. 가끔은 방과 후가 취소되어서 일찍 하교하기도 했다. 미리 안내받을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런 안내 없이 변동되는 경우도 많았다. 어떤 날은 아이가 끝날 시간에 맞춰 학교로 갔더니 아이가 이미 교문 앞에 나와 있었다. 엄마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40분 일찍 끝나는 바람에 혼자서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가 없어서 막막하게 기다렸을 아이를 생각하니 사전에 연락하나 없는 학교에 화도 났다. 다음에도 이럴 경우 되도록 교실 안에서 기다리고, 선생님께 부탁해서 엄마에게 연락하라고 알려주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면 게임, 유튜브,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되도록 늦게 사주고 싶었는데, 하교시간이 몇 번이나 변칙적이었던 경험을 하고 답답해서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연락의 수단으로도 사용하지만 중간에 붕 뜬 시간을 아이 혼자 때우기 위해서 유튜브나 게임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필수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유튜브, 게임이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걸 부모들도 알고 있다. 부모들이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스마트폰 사용을 시켜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첫째가 1학년 때였다.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갈 계획인데, 갑자기 방과 후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생각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끝났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이 혼자 갈 곳도 없었다. "엄마 지금 출발해서 도착할 때까지 20분 정도 걸리니까 벤치 앉아서 유튜브 좀 보고 있어!" 했더니 기분 좋게 기다린다고 했다. 당황스러운 엄마는 모임 중간에 뛰쳐나와 학교로 날아갔다. 학교에 도착하니 엄마가 온 줄도 모르고 유튜브를 보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어이없지만 웃음이 난다. 그렇다. 미안하지만 스마트폰은 유용하다.



담임선생님은... 어렵다

학교 선생님은 어린이집 선생님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어린이집 선생님과는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느낌이라면, 학교 선생님은 아이의 교육을 부탁드린다는 느낌이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육아선배 같이 편하다면 학교 선생님은 스승님 같이 어렵다. 학교 선생님은 자주 만날 수 없어서 더 낯설다. 인간관계란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내적 친밀감이 쌓여야 친하다고 느낀다. 1학년 입학식날을 제외하고 학교 선생님은 1년에 2번 학부모상담기간에 대면상담을 신청하지 않으면 얼굴 한 번을 못 볼 수도 있다. 대부분 공지사항은 공문이나 아이들 알림장, 혹은 학교문자로 안내되기 때문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 1학년동안 녹색어머니를 활동도 하고, 1학기 내내 직접 하교를 시키면서 선생님들 마주칠 기회가 많았다. 교육청 학습지원단으로 1년 동안 활동했는데, 우리 학교로도 수업을 가면서 선생님들과 소통할 기회가 더 많았다. 더불어 학교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행사에 참여하며 학교활동에 동참했다. 이런 만날 기회 덕분에 나 홀로 내적친밀감이 쌓이며 우리 학교를 더 좋아하게 되고 선생님들을 더 신뢰하게 되었다. 믿음이 쌓이면 나도 모르게 긍정필터가 씐다. 마음가짐에 따라 생각은 달라진다.


어린이집은 마음에 안 들면 쉽게 옮길 수 있지만, 학교는 맘에 안 든다고 함부로 전학 갈 수도 없다. 처음이라 낯설지만 공교육을 믿고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아이도 부모도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를 어린이집으로 착각하는 학부모들의 만행을 본적 있다.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교육이다. 어린이집과 학교는 다르다는 것에 엄마들도 적응해야 한다. 







남편의 서포트 덕분에 농사 이외의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자기 계발도 하고 용돈벌이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있다. 단, 어디까지나 아이들 육아에 부담 주지 않는 선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엄마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싶고 경력도 계속 쌓고 싶었다.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훨씬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과감히 엄마의 시간을 포기했다. 나는 운이 좋았다. 초등학교 1학년. 다 컸다고 방심하던 부모들을 다시 긴장시키는 시간.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간다. 적응하자. 그리고 잘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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