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나는 농부가 되었다

프롤로그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만 자랐다. 초중고등학교를 평범하게 다니고, 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다. 대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회사에 취직해서 직장인이 되는 줄 알았다. 직장 생활하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면 부산에서 아파트에 살며 맞벌이할 줄 알았다.


30살, 나는 농부가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의 농업경영체에 구성원으로 등록되었다. '내가 농부라니, 내가 농부라니~~~!!' 낯설고 어색하고 신기했다. 나에게 시골은 '외갓집'과 동의어였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 자체를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주변에 농사짓는 사람은 외할머니뿐이었다. 농부란 직업은 책이나, TV에서 보던 인물이었다. 내 인생 계획 어디에도, 귀농 귀촌은 없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과 동시에 농촌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편이 그렇게 좋았을까?(도대체 왜 그랬니?)' 싶다. '필연(必然)'이 쌓이고 쌓여, 온 우주의 에너지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 놓은 것 같다. 벌써 14년 차, 나는 농업인이다.


지금 나는 전공하고 아무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 전공을 살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산에서 살았다면 해볼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시골에서 하고 있다.


직장생활 외에도, 다양한 직업세계가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농촌이니까, 경력단절 주부니까, 도전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 경험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그렇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알게 되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고 했다. 바로 2급 시험에 도전했다. 생각보다 어려워서 떨어져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이며 공부했다. 3개월 만에 필기실기 시험을 동차로 합격했다. 오... 하면 되는구나.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나는 왜 전공으로 '신방'을 택했을까 다시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왜 '농부'가 되었는지, 앞으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직업, 진로, 꿈이란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전 남친이자 현남편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30까지 평생 살던 부산을 떠나, 남편하나 믿고 시골생활을 시작했고, 14년 차에 나는 이곳에 완벽히 적응하며 더 잘 살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부터 그 과정들을 하나씩 소개해 본다.




2022년 여름,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첫날 자기소개 시간, "안녕하세요. 저는 진천에 온 지 10년 되었고, 남편과 벼농사를 지으며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10년이 정말 폭풍 같이 지나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지난 10년을 '폭풍'에 비유했다. 내가 말하고도 많이 놀랐다. 나 스스로 내 인생을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때 처음으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흔을 한 달 앞두고, 2022년 12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내 인생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