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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지만, 역시 정리는 어렵다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

정리는 어렵다. 필요한 걸 알면서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정상이다. 평생의 숙제인 다이어트만 생각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같이 한 번 해보자. 다이어트 말고 정리를.



나도 정리가 처음 어려웠다. 나는 내 물건에 집착이 많은 편이다. 어렸을 적엔 꼬질꼬질 추억의 물건들을 악착같이 모았다. 특히 더 이상 필요는 없는데 쓸모 있는 물건을 비우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이런 성격 덕분에 지금은 새로운 물건 늘리기가 불편하다.


정리가 힘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다른 가족들과의 의견충돌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어머님과 함께 방 3개 주택에서 살았다. 내 방에 있던 물건을 다 정리하고 거실, 부엌으로 영역을 넓힐 때였다. 애착하는 물건이 아니라서 필요 없는 물건을 골라내긴 쉬웠다. 하지만 함께 사용하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리하려던 물건들을 다시 보관해야만 했다.


정리에 대한 생각의 차이도 컸다. 티비 앞에 두고 쓰는 서랍장이 부피도 크고 필요정리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오르락내리락 놀 때도 위험해 보였다. 일찌감치 비우고 싶었지만 티비 앞에 아무것도 없으면 휑해서 안 된다, 서랍장 속 물건은 둘 때도 없다며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그 서랍장은 첫째랑 둘째가 서랍을 하나씩 부숴버린 다음 폐기물로 버릴 수 있었다. 비우고 나니 거실이 넓어졌다며 다들 만족해했다. 기다림은 지루했지만 끝내 비울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이후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적극 협조해 주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비우고 공간이 생기고 정리로 보기 좋아진 환경은 다른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내가 정리를 시작하고 몇 달 뒤 남편은 몇 년째 방치 중이던 창고정리에 도전했다. 어머님도 본인 스스로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셨다. 이런 변화를 보며 정말 뿌듯했다. 물건이 줄어든 집은 청소를 안 해도 깔끔해 보이는 착시현상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사람마다 정리가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정리를 실천하기 힘든지 같이 한 번 고민해 보자.


정리를 할 수 없는 이유, 정리할 시간이 없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필요한 물건은 제자리를 찾아주면 되는데 그걸 실천할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어서 정리를 못 한다면 내 시간을 뺏는 시간도둑을 잡아야 한다. 나의 시간도둑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잠깐 아무 생각 없이 접속하면 30분~1시간은 순삭이다. 그래서 어플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겼다. 그래도 가끔씩 찾아 들어가는 걸 보면 무의식이 무섭다.


정리하는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거다.

솔직하게 말하자. 내가 갖고 있는 24시간 중에 우리 집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투자할 10분도 없단 말인가? 간절하다면 잠잘 시간을 줄여서라도 정리할 것이다. 간절하다면 밥 먹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정리할 것이다. 간절하다면 유튜브, 인터넷 하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정리할 것이다. 그냥 귀찮은 거다. 보기도 싫고 시작할 엄두는 안 나고. 손댈 자신이 없는 거다. 이런 경우 정리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서 간절함을 만들어보자.


집에 손님을 초대해 보자. 결혼 후 나는 싫으나 좋으나 집에 손님이 자주 많이 오는 환경이었다. 정리를 맘먹었을 때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남들에게 늘 개방되어 보이는 집이라는 사실이었다. 하기 싫다면 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보자. 힘은 들겠지만 해치우고 나면 진짜 보람차다.



정리가 어려운 이유, 공간이 없다. 정리를 '정리정돈'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한동안 정리정돈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다시 어지러워지고 답답해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우리는 비우는 정리를 해야 한다. 안 쓰는 물건, 필요 없는 물건, 여러 개 있는 물건 등을 비우고 물건의 수를 줄여보자. 공간이 작다면 그 공간에 맞춰 더 많이 비워야 하겠다. 빈 공간을 강제로라도 만들어 여백이 주는 여유로움을 꼭 한 번 느껴보자. 빈 공간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정리가 힘든 이유, 에너지가 없다. 특히 육아 중이라면 집안일, 업무 외에 아이에게 뺏기는 에너지까지 남는 에너지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아이에게 자주 화를 낸다면 이미 에너지가 고갈된 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첫째 육아하며 참 에너지가 없 살았다. 무기력하게 집에 콕 처박혀 남편이 퇴근하기만 지루하게 기다다.


에너지가 없는 이유를 고민해 보자. 그때의 나는 외딴 시골집에서 아이 키우며 신나는 일도 기대되는 일도 혼자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더 기운 없이 살았던 것 같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나의 기분전환 치트키를 꺼내보자. 나는 무엇을 하면 기분이 좋은지 고민해 보고 에너지를 보충해 보자. 나는 독서를 시작하며 긍정의 기운을 받는 게 참 좋았다. 책을 읽으며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겨 몸이 저절로 움직여졌다. 오디오북으로 책을 들으며 청소와 정리를 했다. 그리고 하루에 10분씩, 하루에 한 구역씩 정리했다. 윤선현 님의 <하루 15분 정리의 힘> 책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리를 한창 진행할 때 이 책을 하루에 1번씩 들었다.



정리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 외향적인 성격이다. 우리 남편의 경우 굉장히 외향적이다. 이런 경우 바깥활동에 집중된 시간이 많기 때문에 결혼 전엔 집에서 씻고 잠만 잤다. 정리의 필요성 느낄 틈 없고, 정리할 시간도 없고, 정리할 에너지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집이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면 집에 돌아왔을 때 마음이  편하다. 집에서 잘 쉬어야 바깥활동 더 즐거워진다. 우리 남편은 청소 안 된 어지운 공간에 불편함을 못 다. 런 남편이 나랑 같이 살면서 정리된 집에 적응하더니 이제는 남의 집에 가면 '복잡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리 안 해서 사는데 불편함이 없다고만 생각 말고 더 좋아지는 변화를 느낄 기회를 만들어보자. 정리 잘 된 공간에 자주 가보는 것도 동기부여가 된다. 상단 사진처럼 호텔이나 리조트에 갔을 때 기분을 떠올려보자. 물건도 없고 딱 필요한 것만 있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이 주는 좋은 기분. 우리 집은 물건이 별로 없어 휑하다. 난 이게 너무 좋다. 실제로 우리 집에 놀러 온 가족이나 지인들이 본인 집에 돌아가서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괜히 뿌듯하다. 사실 나도 아직 정리 못 한 숨겨둔 물건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남아 있. 누가 물건 참 없다고 양심에 찔린다. 그럼 나도 자극이 되어 미뤄둔 것을 다시 정리하곤 한다. 아, 청소는 적당히 하고 산다. 그래도 깔끔해 보이니 일단 만족이다.



정리를 못 하는 이유, 마음에 여유가 없다. 위의 이유들과 비슷할 수도 있는데 시간도 있고 공간도 있고 에너지도 있는데 다 하기 싫은 이유는 뭘까? 마음의 여유가 안 생기기 때문이다. 집안일에 육아에 직장생활까지 바쁜 사람들이 많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만한다. 난 백수지만 가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예를 들어 남편과 싸웠다거나 인간관계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있다거나 고민이 생겼거나 아니면 과제가 밀렸거나 꼭 해야 할 일들이 넘치거나 할 때 말이다.


럴 땐 마음의 정리, 생각의 정리를 먼저 하면 좋다. 나는 마음이 복잡할 때 책을 읽는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 삶에 대한 고민의 답을 책을 읽으며 마음 정리한다. 할 일이 밀려 여유가 없을 땐 할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게 최선이다. 평소에 일을 분배해서 조금씩 해치우거나 할 일이 생기면 미루지 말고 즉각 처리하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넘치는 일들은 일정표나 계획표로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놓는다. 사람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한계가 있으니 적절히 잘 끝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기만 해도 여유가 생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10분1시간처럼 활용할 에너지가 생기니까. 마음부터 잘 보살펴보자.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구인가?' 하는 아주 원시적인 질문에 고민할 기회가 생겼다. 나에 대한 관심은 내 인생에 참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보자. '나'를 궁금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왜 정리를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고 내가 변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보자. 그리고 도전해 볼 기회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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