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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리할 맘을 먹었다면

이미 반쯤 성공이다

마음이 움직이면 이미 정리는 시작되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정리가 안되거나 어렵다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시작'할 엄두도 못 냈다. 정리를 하고 싶다고 맘을 먹으면 고민이 시작된다. 고민을 하며 나도 모르게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큰 그림을 그려보자. 내가 우리 집을 정리해서 만들고 싶은 공간 고민해 보자. 어떤 집을 원하는가. 집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본다. 난 집이 편안하고 여유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집에서 '여유'를 찾고 싶었다.


내향형에게 '우리 집'이란 최애 공간이다. 나는 집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내향형 인간이다. 나처럼 내향형인 사람이라면 집을 잘 정리해야 되는 이유가 더 분명하다. 결혼 전에는 건어물 소리를 들을 만큼 집에 콕 처박혀 있는 걸 좋아했다. 결혼 후 바깥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외향형 남편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았다. 어떻게 하루도 집에서 쉬지 않고 밖으로 나가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집에 좀 붙어있자 ㅜㅜ


아이 둘이 어린이집 갈 때까지 5년 동안 '나만의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가 없었다. 몸도 힘든데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 둘이 손잡고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나에게 시간이 생겼다. 에너지 충전할 시간이 생겼다. 마음의 여유를 챙길 시간이 생겼다. 나만의 공간 방 한 칸. 작지만 잘 정리된 물건들 덕분에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외향형인 사람에게도 정리된 집은 중요하다. 집은 싫든 좋든 저녁엔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외출하고 돌아온 집이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는지 상상해 보자.



세부그림을 많이 고민해 보자. 어떤 공간을 어떻게, 어떤 물건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계획을 세우자.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자. 나는 체력이 약해 금방 지친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어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몇 번 반복하면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럽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기 전에 충분히 고민해 보고 계획을 세웠다.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비포 사진부터 구석구석 찍었다. 그리고 사진을 보며 지금 현 상태를 분석했다. 어떤 물건이 얼마큼 있는지, 무엇을 비울지, 무엇을 채울지 그림을 그렸다.


정리는 평생 해야 한다. 한 방에 해결할 생각 하지 말고 조금씩 꾸준하게 습관으로 만들자. 계획 없이 힘부터 쓰기 시작하면 금방 지쳐 버린다. 방 하나 정리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 집 전체를 치우려면 며칠은 걸린다. 한 번에 모든 걸 다 끝내려고 덤볐다 금방 포기하게 된다. "역시, 난 정리랑은 안 맞아."하고 기껏 맘먹은 결심이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니 제발 계획부터 세우고 작은 구역으로 쪼개어 한 번에 한 구역씩 해치우자.  


정리에도 상상의 힘을 써보자. 나는 미니멀라이프 책이나 정리수납 책,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우리 집을 어떻게 바꿀지 많이 상상했다. 자려고 누워서도 상상하고 꿈도 꾸었다. 몸을 움직이기 전에 충분히 상상했다. 움직이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고 중도 포기하면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충분하게 신중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움직였다. 그리고 진짜 나만의 공간이 생겼을 때 과감하게 도전했다. 아무것도 없는 방!





정리는 아직도 ing 진행형이다. 쓰레기봉투를 채워서 버리면 또 쓰레기가 모인다. 정리를 해도 해도 새로운 물건이 집으로 수시로 들어온다. 방해꾼 셋 덕분에 정리는 끝이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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