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찾아왔다. 첫째가 3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입학하기 몇 달 전, 둘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임신, 출산, 육아 모두 처음 하는 것들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고 힘들었다. 가장 힘든 것이 '나의 시간'이 없는 것이었다. 둘째를 낳기 전까지 나에게 남은 자유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육아전쟁 2차전만큼은 단단히 대비하여 여유롭게 승리하고 싶었다. 남은 시간을 제대로 잘 쓰고 싶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뭘 준비하면 아이 둘 육아에 도움이 될까? 계속 고민했다. 그때 우린 어머님과 함께 신혼생활을 시작하여 함께 살고 있었다. 남편이 직장생활과 벼농사를 짓고 있어서 주말은 평일보다 더 바빴다. 농사일을 도우러 주말마다 주말마다 손님이 오셨다. 방 3개 중 하나를 사용했고 3칸짜리 붙박이장은 유일한 수납공간이었다.
나는 우울했다. 방은 비좁고 물건은 꽉 차있었다. 둘째가 태어나면 추가로 물건이 더 늘어날 것인데 어디에 어떻게 놓고 사용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첫째를 키우는 동안 알게 모르게 마음의 병이 찾아온 것 같다. 그동안 애 키우느라 느끼지 못했던 우울감이 뒤늦게 밀려왔다. 공간은 부족하고 아이 둘 키우며 필요한 물건들은 많았다. 나는 공간의 여유가 필요했다.
우리 집은 정리가 필요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가족들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때마침 정리수납자격증 수업을 발견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찾아온 '기회'였다. 난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용기를 냈고 도전했다. 변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정리수납 자격증 수업은 방법적인것만 알려 주기 때문에 실제로 그것을 우리 집에 적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의지에 달렸다.
이미 알겠지만, 집은 정리가 필요하다.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정리를 미루고 있다면 정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고민해 보고 정리 후 달라질 생활을 상상해 보자. 우리 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간절함'만 있다면 누구나 정리를 시작할 수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은 단군이래 가장 더 소중해졌다.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즐거운 나의 집의 중요도가 점점 더 높아졌다. 외식대신 집에서 밀키트를, 카페 대신 집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날이 많아졌다. 더불어 재택근무 증가, 집값 상승 등의 사회현상은 집을 더 잘 정리하고 활용해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코로나와 상관없이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던 나는 일찌감치 집공간에 관심이 많았다.덕분에 집을 정리해야겠다고 빨리 실천할 수 있었다.
우울감에 벗어나기 위해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코로나 우울증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무기력함에 빠졌다.나도 아이 둘을 데리고 몇 개월씩 집에 갇혀 지낼 때 너무 힘들었다. 정리를 하며 살던 중이었지만 코로나로 무기력함이 찾아왔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물건정리하기 좋은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시간이 소중해졌다.
정리로 기분전환 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을 정리하며 우울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도 본인이 하는 일이 잘 안 되고 답답한 사람들에게도 집부터 정리해 보길 권하고 싶다. 공간이 정리되면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해 볼 용기가 살며시 고개를 든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기분전환법 정리와 청소.시험기간만 되면 책상정리가 하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청소나 정리는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효과가 있다.
정리로 내 시간을 만들자. 내가 정리를 꾸준히 실천하고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공간을 잘 사용하고 싶었고 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리를 했더니 집안일이 줄어들었다. 빨래가 쉬워지고 청소가 간편해졌다. 덕분에 시간절약이 가능했다. 이렇게 아낀 시간들은 나를 위해 사용했다. 더 나은 사람, 업글인간이 될 기회가 생겼다.
사람마다 정리가 필요한 이유는 다르겠지만 정리를 하고 나면 여유가 생긴다. 공간의 여유, 시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 그리고 경제적 여유까지. 어서 빨리 정리할 이유를 찾고 정리를 시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