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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대들이 지키는, 강화도 해안길 자전거여행

인천시 강화군 강화도

by 김종성
강화돈대_03.jpg 강화도 해안길 자전거여행 / 이하 ⓒ김종성


강화도 특산물이 모두 모여있는, 강화풍물시장


애마 자전거를 차곡차곡 접어 버스에 싣고 강화버스터미널에 내리는 강화도 대표 장터 강화풍물시장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가을이 오면 더욱 풍성하고 북적이는 강화도의 명소다. 강화도 촌캉스에 필수 장소이기도 하다. 매 2일과 7일에 열리는 강화 오일장날이면 풍물시장 주차장과 공터에 200여 개의 노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선다.


강화도의 농민들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에서 모인 상인들이 각종 농산물과 강화 특산물을 판매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삶은 옥수수, 가마솥에서 갓 튀겨낸 장터 통닭, 강화 갯벌에서 양식으로 키운 갯벌장어 구이, 지푸라기를 엮어 포장한 달걀과 큼지막한 오리알을 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강화오일장_01.jpg 오일장이 열리는 강화풍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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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살거리 구경거리가 넘치는 시골장터의 정취가 고스란하다. 오일장터를 가득 메운 좌판과 노점에 앉아있는 아주머니, 할머니는 반(半)상인이다. 물건 파는 일은 제쳐두고 사람들과 얘기만 하는 분들도 있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풍물시장 2층 식당가로 올라가면 50여 곳의 식당이 모여 있는데, 강화도 대표 물고기 밴댕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밴댕이 회·구이·무침 등을 먹는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다른 지역 바다에서도 밴댕이가 잡히지만,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화도 연안에서 잡히는 밴댕이를 으뜸으로 친단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물고기 밴댕이는 강화6미(밴댕이 낙지 깨나리 동어 숭어 장준감)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물고기다. 표준어는 ‘반지’로 밴댕이는 강화 지역에서만 부르는 이름이다.

DSC07444.jpg 강화도 동쪽, 김포가 바라보이는 강화해협

돈대들이 지키는 강화도 해안길


강화도의 자연과 문화유산이 담긴 강화나들길 가운데 강화도 동쪽 해안의 돈대를 보러 가는 ‘호국 돈대길’이있다. 조상들이 해안가에 지은 옛 초소와 성곽, 군사시설들이 멋진 전망대와 산책길로 후손들의 관광지가 되었다. 호국 돈대길은 총거리 17km로 갑곶돈대-용당돈대-화도돈대-오두돈대-광성보(손돌목돈대, 용두돈대, 광성돈대)-덕진진-초지진을 지난다.


강화나들길을 따라 걸어도 좋고 돈대와 인접한 해안도로와 보행로에 차량이나 자전거를 타고 돈대 여행을 해도 되는 등 다채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강화도는 한강 하류와 임진강이 만나 바다로 접어드는 곳이라 삼국 시대부터 군사 요충지였다. 고려 때는 개성, 조선 시대에는 서울로 통하는 관문이었기 때문에 군사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19세기 구한말에는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교역을 구실로 침략행위를 할 때 꼭 거쳤던 섬이기도 하다.

강화돈대_14.jpg 지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 강화 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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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해안길에는 옛 선인들이 이 섬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섬 전체 해안길 1.3Km마다 설치되어 있는 돈대다. 돈대(墩臺)는 경사면을 자르거나 흙을 다져 평평한 지대를 만들고 옹벽을 쌓은 곳을 말한다. ‘돈’자가 흙더미 돈자다. 적들이 침입하기 쉬운 요충지에 주로 설치했다. 내부에는 포를 쏠 수 있는 군사 시설이 들어서있다.


돈대는 땅의 모양새에 따라 네모형, 둥근형, 일자형, ㄷ자형 등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 규모가 큰 곳은 산성 같고, 언덕 위 성채 같은 돈대가 있는가하면 토성 모양의 아담한 돈대 등 다채롭다. 돈대에 들를 적마다 이 돈대는 어떤 모양일까,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궁금한 마음과 호기심이 든다.


나무숲에 둘러싸인 아늑하고 호젓한 오두돈대, 바다가 보이는 공연장 같은 화도돈대, 참나무 한 그루가 초병처럼 고독하게 서있는 용당돈대 등이 여행자를 맞는다.

DSC07383.jpg 돈대, 포구, 어판장을 만나는 강화 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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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풍경이 된 길, 강화도 호국돈대길


해안가 돈대 길은 내내 강화해협 바다를 보며 지난다. 강화도 동쪽 바닷가는 수도인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라서 다른 곳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삼남지방(충청·전라·경상)에서 세금으로 걷은 곡식과 진상품을 실은 세곡선도 염하를 지나 한양으로 들어갔다. 19세기 개항과 교역을 원하는 제국주의 국가들도 이 뱃길을 따라 돈대로 쳐들어왔다. 병인양요(1866년), 신미양요(1871년), 운요호 사건(1875년) 등은 새로운 문명과의 격렬한 충돌의 현장이기도 했다.


돈대 길의 들머리인 갑곶돈대는 고려가 대몽항쟁을 펼칠 때 강화읍에 있는 왕궁을 방어한 외성으로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였다. 이 돈대 안에 있는 강화전쟁박물관에 꼭 들러야 한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숙연해지는 ‘어재연 장군 수자기’를 만날 수 있어서다. 수자기는 장수를 뜻하는 ‘帥(수)’자가 새겨진 깃발로, 1871년 신미양요 때 침입한 미군과 싸우다 전멸한 광성보 전투에 걸렸던 깃발이다.


당시 미군은 이 깃발을 전리품으로 가져가 보관해 오다 2007년, 136년 만에 장기대여 형식으로 깃발을 반환했다. 이곳엔 보기 드문 탱자나무가 산다. 무려 400살이나 먹은 천연기념물 나무답게 하늘을 향해 성긴 가지를 펼친 모습이 신묘하게 보였다.

강화돈대_10.jpg 멋진 전망대가 된 강화 돈대
강화돈대_21.jpg 돈대마다 자리한 맛집과 카페

갑곶돈대에서 용진진, 오두돈대 등 돈대가 강화도 해안가 강화나들길(2코스)의 쉼터이자 멋진 전망대로 알려지게 되자, 돈대마다 맛집과 카페, 편의점 등이 들어서 있다. 갯벌에서 양식해 키워 강화도의 대표 먹거리가 된 강화갯벌장어 맛집, 강화도의 상징 물고기 밴댕이와 숭어 등을 구이나 무침, 탕으로 먹을 수 있는 맛집도 있다. 조선 효종 7년(1656)에 지은 용진진 앞에는 바다와 돈대가 바라보이는 자리에 카페가 있어 인기다.


용진진이 관장했던 용당돈대는 강화 해안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돈대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중간에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처음 이 나무를 보았을 때 참나무의 강인함과 고독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결혼식을 다시 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무는 높이 약 25미터로 장수목에다가 도토리 열매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상수리나무이다. 낮에는 해를 밤에는 별을 보며 돈대를 지키는 나무로, 용당돈대의 마스코트 ‘별나무’로도 불린다.

강화돈대_556.jpg 19세기 신미양요 당시 돈대를 지키다 전사한 장병들의 묘가 있는 광성보
강화돈대_22.jpg 마을과 해안을 품은 돈대

강화도 해안가에 구축한 5진 7보 53돈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광성보는 입구에 커다란 성문과 높은 누각이 서있고 풍광 좋은 돈대들과 장대한 소나무 숲, 호젓한 오솔길이 있는 큰 진지다. 울창한 숲길이 나있어 여유롭게 산책하며 강화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산책로에 미 해군이 침입한 신미양요 때 순국한 어재연 장군 이하 전몰자들의 위령비와 묘가 있어 후손의 마음을 아릿하게 한다.


덕진진에는 강화해협의 관문을 지키는 강화 제일의 포대 남장포대와 덕진포대가 있다. 둔덕 사이의 지형을 교묘하게 이용해 해상에서는 적에게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절묘하게 포대를 설치했다. 초지진은 돈대보다 두 그루의 노거수 소나무의 존재가 우뚝하다.


미국 해병대가 쳐들어온 신미양요와 일본 군함 운요호 포격사건을 목격한 나무로, 당시의 격전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버티고 서있는 모습이 경이롭고 믿음직스럽다. 세월이 흘러 나들길과 공원이 생기고 강화도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호국돈대길은 지날수록 숙연해지는 길이다. 강화 돈대는 이제 세계문화유산이 되려는 중이다.

강화돈대_29 (1).jpg 멋진 소나무가 지키고 있는 초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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