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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May 06. 2020

포항 해녀를 만날 수 있는, 항구 도시 포항 자전거여행

경북 포항 자전거여행 

자전거 길이 나있어 여행하기 좋은 항구 도시 포항 / 이하 ⓒ 김종성

덥지도 춥지도 않은 5월의 봄날, 어느 때보다 자전거타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형산강이 바다와 만나 영일만(灣)이 펼쳐지는 항구 도시 포항. 바닷가와 해송 숲, 강변 길은 물론 항구의 여러 풍경을 감상하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있다. 강변과 해안 너머로 거대한 병풍처럼 둘러선 포항 제철소가 자아내는 색다른 풍경 속을 달리기도 하고, 포항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책길 포항운하, 송도의 오래된 바닷가 솔숲, 포항 해녀도 만나는 등 무척이나 다채로운 자전거 여행을 했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남쪽 방향으로 조금 달리면, 울산의 울주군에서 발원,경주를 지나 포항 영일만 앞바다로 나아가는 형산강이 흘러간다. 이 형산강변에 산책로 겸 자전거 길이 나있다. 한강의 밤섬처럼 작은 하중도(河中島)가 강의 정취를 살려주고, 훈련 중인 조정경기 선수들이 모는 작은 보트와 경주하듯 달리며 영일만 바다로 향했다. 


* 주요 자전거 여행 길 : 형산강 변 자전거 도로 - 포항운하관, 포항운하 - 송도해변, 해송 숲 - 죽도 시장 - 영일대 해변 - 환호공원, 포항시립미술관   

형산강변
형산강변

바다로 흘러가 영일만을 이루는 형산강


다양한 복장으로 자전거를 탄 주민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달리는 재미도 좋고낚시 장비들을 싣고 달리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타는 짐자전거도 오랜만에 본다울산에서 경주를 거쳐 이곳까지 긴 여행을 한 형산강은 비로소 바다를 만나는 것을 아는지 멈춘 듯 흐르는 듯 한껏 여유로워 보이고 강폭도 무척 넓다.
 
낚시하는 아저씨들이 무슨 물고기를 잡았나 그물을 구경하기도 하고강변 공원 잔디밭에서 게이트볼을 치는 동네 주민들과 눈인사를 하며 바다 쪽으로 달리다 보면 보기 드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하얀 연기를 하늘로 내뿜는 거대한 제철소들이 그것으로 흡사 SF 영화의 한 장면 속 같다쇠가 얼마나 많고 큰지 쇠를 식히면서 나오는 하얀 증기가 하늘을 가릴 기세로 뭉게 구름처럼 피어오른다강 건너의 이런 이채로운 풍경은 포항 바닷가를 지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산책하기 좋은 포항운하
포항운하

강 하구의 물길이 본격적으로 바다와 만나는 길목에 '포항 운하관'이 높다랗게 서있다. 포항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산책로 포항 운하이 기점이자, 운하를 따라 작은 어선 크기의 크루즈를 타는 곳이다. 4층 높이라 주변 전망도 좋다.  포항운하는 원래 막혀 있던 뱃길이었다. 포항시의 생태복원 사업으로 막힌 수로를 복구하여 옛 물길을 되찾았다. 형산강 입구에서 송도교를 잇는 1.3km의 구간에 운하를 조성했다.

포항 크루즈 승선 체험을 할 수 있고, 운하 양편으로 걷거나 자전거 산책하기 좋은 길이 나있다. 포항의 관광명소이자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보행로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조형물이 많이 설치되 있어 산책이 즐겁다. 운하 중간에 작은 무인 도서관이 있어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쉬기 좋다. 해가 지면 운하변과 다리
에 예쁜 조명이 켜져 저녁에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분주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아 좋은 송도 해변
송도해변 솔숲

송도는 육지와 가까이에 있는 섬으로 4개의 연육교와 이어져 있다. 관광지가 되어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영일대 해변과 달리 송도해변은 조용하고 한가로워 좋다. 봄 바다는 분주하지 않고, 쓸쓸하지 않아 좋다. 송도(松島)라는 지명에 어울리게 송도해변의 진수는 바닷가가 아닌 소나무숲이다. 해풍이 불어오는 바다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동네에 꼭 있는 솔숲이 송도 바닷가를 따라 넓게 펼쳐져 있다.
 
안내 팻말을 보니 일제 강점기 때 이곳으로 이민을 온 일본 사람이 일본에서 해송 묘목을 구해와 1918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의 송림(松林)이 되었다고 한다. 100년된 소나무숲답게 울창하다. 이런 소나무숲을 방풍림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바닷바람을 막아서다 보니 많은 소나무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송도엔 송도 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송도는 형산강이 강물로 범람하면 섬이 되었던 특이한 마을이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재잘거리며 노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바닷가에 있어 좋겠다 했더니, '바닷바람이 불어와 춥다', '바다에서 비린내가 나서 싫다' 등 예상치 못한 대답이 몰려온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 바닷가의 초등학교 시절이 그리울 꺼다.   


다채로운 풍경의 항구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포항 제일의 죽도 시장

송도에선 포항의 명소 죽도시장이 가깝다채소시장은 새벽 3시에수산물 시장은 새벽 5시면 장을 시작한다니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별세계 같이 느껴진다그런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 삶을 영위하는 곳이니만큼 시장 분위기도 활기차고 요즘 말로 표현하면 '살아있네~'. 시장통을 지나갈 때 들려오는 어느 상인 아낙의 'ㅇㅇ 사이소~'하는 호객행위는 너무 정다워서 구입할 물건이 아님에도 돌아보게 한다.
 
어선이 실어온 물고기들을 사이에 두고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작은 경매가 벌어지는 현장침묵 사이로 오고가는 상인들의 눈치와 수신호가 재미있다못생긴 괴물고기처럼 생긴 아귀와 발에 빨판이 가득한 대형 문어주먹만한 소라들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그 중 처음 보는 커다란 물고기가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하도 물어봐 아예 '이 물고기는 개복치'라고 물고기 이름을 써서 붙여 놓았다.
 
덩치에 맞게 깊고 너른 바다 속에서 헤엄치며 살았을 개복치어쩌다 운 나쁘게 인간에게 잡혀온 이 거대 물고기는 손님이 원하는 만큼 고기를 썰어 그 자리에서 판다또한 부위별로 썰어 놓은 고래 고기도 볼 수 있는 죽도시장은 미로 같은 골목에서 헤매기도 하는 큰 시장이다수산시장 어판장의 기둥에 써있는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는 구호가 외지인의 눈엔 정겹기 만한 시장이 실은 치열한 삶의 터전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농산물, 수산물이 풍성한 죽도시장


가성비가 좋기로 소문을 난 후방송에도 나온 시장 내 유명 맛집 시장뷔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오전 6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새벽시장에 맞춰 식당 문을 일찍 연만큼 오후 서너 시면 영업이 끝난다제육볶음게장된장찌개잔치국수 등 엄마손맛나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죽도시장안 상인들에게 한식뷔페 식당을 물어보면 잘 알려준다이외에도 시장안에는 수제비 골목보리밥집 골목이 있다.


죽도시장엔 대게회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시장으로 새로 조성된 곳이라 시설이 깔끔하다다른 수산물 시장처럼 직접 고른 해산물로 1층이나 2층 식당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죽도시장에서 나와 바닷가의 항구로 들어서면 포항 북구의 영일대 해변까지 자전거 길이 쭉 연결되어 있다레저용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전거 출퇴근이나 교통수단으로 많이 애용될만하다크고 작은 어선과 다양한 모양의 어구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는 항구에서도 그물을 정리하고 수선하는 부지런한 어민들이 눈에 띈다  

뱃일을 마치고 한가로이 쉬는 어부들

항구 한쪽에 커다란 모기장이 널려 있고 아주머니들이 재봉틀로 열심히 꿰매고 있다가까이 다가가 여름엔 배에도 모기장을 치냐고 물어봤다가 아주머니들에게 의도치 않은 웃음을 선사했다모기장처럼 보인 촘촘한 그물은 멸치를 잡는 그물이었다궁금증은 해결되었지만 덕분에 서울 촌놈이 되고 말았다.
 
항구에 막 도착한 어느 어선에선 진한 비린내를 풍기며 물고기를 트럭에 싣고 있다허리까지 쌓인 물고기 더미 속에서 삽으로 물고기를 퍼 나르고 있는 아저씨들은 요즘 EBS 방송에서 방영 중인 리얼 다큐멘터리 '극한 직업'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다내가 손쉽게 사다 먹는 생선이 저리 힘든 노동의 과정을 거치는구나... 항구 여행은 잠시 잊고 살던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포항 해녀를 만날 수 있는 포항 영일대 해변

영일대 해변에서 돌미역을 따는 포항 해녀

 
울릉도 가는 배가 오가는 여객선 터미널을 지나면 포항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영일대 해변이 나타난다해변에 산책로 겸 자전거 길이 나있지만 자전거로 휙 지나가기엔 아까운 해수욕장이다애마 자전거를 끌고 모래사장을 지나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를 맨발로 걸었다발을 내디딜 때마다 부드러운 모래 속에 저절로 발 찜질을 하게 되고바닷물은 맑고 그 바람처럼 시원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해수욕장으로 맛집,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박업소 등 관광시설이 많다. 바닷가를 따라 멋진 조각작품과 벤치, 2인용 자전거 대여소, 해변 정자 등이 있어 거닐기 좋다. 해변에서 바다를 향해 길게 난 큰 정자 영일정은 좋은 쉼터이자, 야경 명소이기도 하다.


한가롭게 해변을 거닐다 정자로 들어서면 너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제철소는 형산강에 이어 이곳까지 이어져 국가적 산업단지다운 면모를 자랑한다. 사진으로 담으면 아름다운 송도해변, 영일대 해변 뒤로 수증기가 피어 오르는 제철소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다시 신발을 신고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쐬며 북쪽 방면의 해변 길을 신나게 달리다가작은 방파제 앞에서 까만 잠수복들이 햇볕 아래 빨래 널듯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 페달 질을 멈추었다해녀들이 사용하는 잠수복 같아서였는데 예상은 적중했다방파제 옆에 두호 어촌계 해녀 작업장이 있다제주의 해녀는 몇 번 뵈었지만 포항의 해녀는 처음이다. 

먼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는 해녀는 전복같은 해산물을 캐고, 바닷가에 들어간 해녀는 요즘 제철인 돌미역을 따온다.  까만 현무암 돌이 흔한 제주의 바닷가와 바다색깔은 달랐지만 잠수하느라 가쁜 숨을 내쉬는 해녀의 '비소리'는 여전히 마음을 짠하게 했다  

전망좋은 환호공원과 공원내 시립미술관


영일대 해변의 자전거 길은 포항 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으로 이어진다. 환호공원은 영일대해수욕장 북쪽 끝 설머리 해안마을 뒷동산에 자리하고 있는 포항지역 최대규모 공원이다. 포항시민들의 안식처이자 휴식 공원으로 51만6천779㎡ 규모로 약 160만평이나 된다. 아름다운 조각공원, 작은 동물원, 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포항시립미술관까지 품고 있다.

 시립미술관에서 멋진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환호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했다. 환호공원은 포항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이름처럼 정말 환호가 터지는 풍경을 보여주었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 바로 아래 벤치는 공원 최고의 쉼터이자 조망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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