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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Feb 13. 2021

용이 노닐던 영종도 용유 바닷길 자전거 여행

인천광역시 영종도

다채로운 풍경의 서해바다여행 / 이하 ⓒ김종성

여러 항구와 섬을 간직한 바다의 도시 인천. 오랜 세월 간척과 매립공사를 거듭해오면서 바다를 접하기 힘든 도시이기도 하다. 인천이 면한 바다의 대부분은 시민들이 오가기 힘든 부두와  공장시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월미도나 연안부두에 가서야 겨우 바다를 볼 수 있는 인천시민들에게 영종도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다.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서쪽 해안가에는 인천의 대표 해변으로 불리는 바닷가가 길고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다. 마시안해변 용유해변 을왕리해변 선녀바위해변 왕산해변까지 약 7.5km의 해안길이 이어진다. 청명한 소나무 숲과 카페, 맛집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바닷길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해변마다 공항철도 인천공항역과 운서역을 오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어 편하다.      


석화(굴)가 피어난 갯바위와 기암괴석이 서있는 고요한 해변과 조개껍질로 하얗게 수놓은 바닷가 백사장, 작은 어선들이 오가는 소담한 포구, 황홀한 노을이 있는 바닷길이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차디찬 삭풍이 부는 겨울이지만, 이상하게도 바닷가에 가면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바람으로 바뀐다. 세상이 다시 서서히 깨어나는 2월이 되자 바다바람은 냄새부터 가벼워져 해변을 거니는 발걸음이 한결 가뿐했다.       


꼬마열차타고 찾아가는 가까운 바다     

용유도행 자기부상 무인열차
용유 해안길
용유 해안 갯벌

마시안 해변 초입엔 용유역(중구 용유동)이라는 특별한 전철역이 있다. 인천공항역에서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자기부상열차가 오가는 서해바닷가역이다. 승강장은 인천공항역내 교통센터 1층에 있다. 2량의 깜찍한 꼬마열차로 기관사도 요금도 필요 없는 무인무료 자동운행열차다. 장기주차장역 합동청사역 국제업무단지역 워터파크역을 거쳐 용유역으로 가는데, 종점인 용유역까지 12분 걸린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단축운행을 하고 있다. (07:30~09:00, 18:00~19:00)   

     

용유역 덕택에 잊혀진 섬 용유도를 알게 됐다. 원래 영종도와 용유도는 따로 떨어져 있는 이웃 섬이었다. 넓은 부지가 필요한 국제공항을 조성하기 위해  해안선 길이 48.2km의 섬 용유도는 영종도에 합쳐졌다. 8년간의 간척공사로 두 섬 사이를 흙으로 메우고 그 위에 공항을 세웠다. 강화도와 석모도 또한 여러 개의 섬이었으나 간척으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새삼 간척사업이 우리나라 서해안 지도를 참 많이 바꾸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유도(龍遊島)는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용이 노니는 모습 같다하여 지은 이름이다. 옛 용유도의 아름다운 해변을 중심으로 '용유 8경'이 남아있어 바닷가 산책이 한층 즐겁다. 왕산낙조(왕산해변, 용유 제1경) 선녀바위기암(선녀바위해변, 용유 제3경) 명사십리(마시안해변, 용유 제4경) 등이 그곳이다.      

여행자가 너무 반가웠던 동네 개
어선과 맛집이 모여있는 선착장
겨울에 더 깊은 맛이 나는 조개탕

겨울바다에 찾아온 여행자들이 너무 반가웠는지, 해변가 횟집에 사는 개가 나와 같이 놀자며 애교를 부리다 못해 가지 말라며 신발끈을 물고 놔주질 않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나무 장작 타는 소리와 냄새가 좋은 조개구이집에 들어가 겨울에 더 깊은 맛이 나는 조개탕과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칼국수 최고의 궁합 바지락 조개는 썰물 때 개펄로 나서면 조개들이 발에 밟히면서 ‘바지락 바지락’ 소리가 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그만큼 흔하고 풍성했던 조개였다.


용유 바닷길가에 자리한 맛집들은 대하·조개구이 간장게장 꽃게탕 해물파전까지 해산물 음식 천국이다. 이 맛있는 칼국수를 내 아버지는 먹질 못한다. 6.25전쟁 후 궁핍했던 어린 시절 너무 물리게 먹어서라고. 당시 미국이 남아도는 밀가루를 한국에 퍼주다시피 보내주어 칼국수와 수제비를 주식처럼 먹었단다. 전후 가난이 얼마나 지독했길래 어른이 되어서도 칼국수를 먹지 못하는 걸까. 살지고 맛난 바지락도 가난
의 기억은 어쩌지 못하나보다.      


용이 노닐었던 해변이 이어지는 용유 바닷길

너른 해변과 갯벌이 펼쳐지는 마시안해변
바닷가 산책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조름섬

이국적인 이름의 마시안 해변은 용유도에서 가장 긴 해변으로 바닷가 방풍림 역할을 하는 솔숲이 울창하다. 조개껍질이 하얗게 깔린 모래사장과 소나무의 조화가 아름다워 용유4경 명사십리에 꼽힐만하다. 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갯벌이 펼쳐지는 해변으로 동죽, 바지락 같은 조개잡이와 맨손고기잡이, 갯벌마차 같은 갯벌체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해변에 자리한 카페와 빵집에는 바다와 섬을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자리를 마련해 놓아 쉬어가기 좋다. 마시안해변과 용유해변 사이엔 조름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떠있다. 하루 두 번 섬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리면서 영종도 풍경을 풍성하게 해주는 섬이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400m의 바닷길과 함께 동네 주민들이 펄에 나와 갯것을 채취하는 모습이 정답다. (바닷길 물때 시간 : www.badatime.com/156.html)     

밤게와 비단고둥
칠게를 잡아먹는 괭이 갈매기
자연산 굴따기 좋은 갯바위

추운 겨울철에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은 덕에 해변에 사는 생물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바닷가를 거닐다 몸이 둥근 밤 모양을 한 밤게와 서해안의 작고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 비단고둥을 만났다. 밤게는 옆으로 재빠르게 달리는 일반 게들과 달리 집게발을 번갈아 가며 땅을 짚으며 느릿느릿 앞으로 걷는 독특한 녀석이다. 강화 황산도에 사는 한쪽 집게발이 몸집만큼 큰 농게처럼 상식을 깨는 흥미로운 게다.    


갯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도 빼놓을 수 없다. 돌 위에 하얗게 피어난 꽃 같다하여 석화라는 별칭이 붙었다. 바닷가 식당이나 펜션에서 관광객이 굴을 직접 캐볼 수 있는 도구를 빌려준다. 먹거리가 풍성해진 덕에 노란부리에 빨간 립스틱을 칠한 괭이갈매기들이 신났다. 코로나19로 뜬 취미 중 하나인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낚시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보기 좋은 것은 가족이 와서 아빠가 회 떠먹이는 모습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애비란 먹을 것을 물어오는 존재니까.           

하얀 조개껍질로 백사장이 된 선녀바위 해변
'노멍'에 빠지게 한 왕산해변

활처럼 휜 모습의 선녀바위 해변은 갯바위가 가득해 다른 해변과 느낌이 다르다. 용유3경 선녀바위는 들물 땐 바다에 떠 있다가 썰물 때 갯바위들과 함께 바닷가에 모습을 드러낸다. 선녀바위는 전설에 힘입어 사람들의 신앙이 되기도 한다. 바닷가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맘 때 선녀바위 해변은 천연의 굴 밭이다. 굴 캐는 아낙들의 바구니에 담긴 굴에서 나는 진한 향기에 끌려 바닷가 갯벌로 들어갔다. 서해안 굴은 도시의 마트에서 사먹곤 하는 통통한 남해안 굴에 비하면 1/2 크기로 작다. 썰물 때 굴이 바닷물 밖으로 노출되면서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서란다.      


용유 바닷길 맨 끝에 자리한 왕산해변은 아주 한적한 바닷가다. 작은 포구를 낀 어촌의 모습이 풍경화로 다가선다. 바닷바람이 세지 않고 수심이 야트막해 파도가 높지 않고 잔잔하게 다가온다. 왕산해변을 거닐다 용유 제1경이라는 황홀한 낙조를 맞았다. 빨갛게 저무는 노을 속으로 여객기 한대가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항공기의 출현 덕택에 ‘노멍’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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