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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Nov 26. 2019

경남 통영 한려수도의 맨 남쪽 섬, 욕지도 자전거여행

욕지도 자전거여행

해안가 작은 마을을 지나는 섬 라이딩 / 이하 ⓒ 김종성

경남 통영은 대(소)매물도, 비진도, 한산도, 연화도 등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섬 외에도 사람이 사는 섬을 40개나 품고 있고, 무인도는 500개가 넘는다니 가히 섬나라라 할만하다. 통영 앞 바다는 물론 남해안의 한려수도를 수놓은 크고 작은 섬 가운데 청정하고 멋진 풍광으로 손꼽히는 섬이 바로 욕지도다.


이웃섬인 연화도(蓮花島)와 상반되게 좀 '거시기'한 섬 이름이지만 옆에 붙어있는 한자를 보니 '欲知島'.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섬이라니, 왠지 철학적으로 다가오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섬이기도 하다. 무엇을 알고자 한다는 것일까. 먼 뱃길을 따라 욕지도를 찾아든다면 그 무언가를 알고 돌아갈 수 있을까. 섬에 난 길을 달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한자로 도(道)이기도 하니 말이다. 


경치 좋고 편안한 휴양지이자, 섬의 주산인 천왕산 등산, 갯바위 낚시로도 유명하지만 31㎞에 달하는 해안일주도로가 있어 그런 생각이 가능했다. 오르락 내리락 구불거리는 섬 해안도로를 차가 아닌 자전거로 달려갔다. 다도해의 절경과 망망대해의 장쾌한 풍경을 감상하며 숨차게 오르막 언덕을 오르고, 바닷 바람을 가르며 짜릿하게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페달질을 하며 실컷 마셨던 욕지도의 공기는 섬의 특산물 고구마처럼 달착했다.


산수화 같은 뱃길을 따라 1시간여의 바다 여행

통영과 욕지도 사이 1시간이 조금 넘는 산수화 뱃길
배를 버스처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섬 주민들

욕지도는 예전에는 사슴이 많이 살아 녹도(鹿島)라고도 불렀단다. 매년 여름이면 통제영 수군들이 사슴을 수렵하여 녹용을 조정에 올렸다고. 1887년(고종 24) 비로소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연중 기후가 온난한데다 사람들이 모여 살기 적당한 큰 섬임에도 늦게 거주한 이유는 조선시대 '공도(空島)'정책 때문. 선사 시대부터 섬에 사람이 살았지만 고려 말 조선 초 왜구의 노략질 때문에 시작된 공도정책으로 욕지도 또한 오랫동안 공식적인 입주가 허락되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욕지도는 남해안 어업전진기지로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돈과 사람이 흔했던 곳이었다. 특히 항구 선착장에서 가까운 자부마을은 과거 '자부껭이', '자부포'로 불리며 고등어 파시(波市 :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다. 파시로 몰려든 수백 척의 어선들로 마을 포구는 언제나 북적였다. 뱃사람들을 위한 식당과 술집, 민박 등이 성업했고 도시의 번화가 못지않을 정도로 돈과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한려수도의 가장 남쪽 섬이자 육지와 뱃길로 1시간이 넘게 떨어진 섬이었음에도 1930년대에 상수도가 들어왔고, 1976년 우리나라 섬 중에서는 최초로 자가발전소가 들어섰다. 자석식 전화가 욕지도에 들어온 것도 1969년으로, 섬 중에서는 최초였다. 그러다보니, 당시만 해도 욕지도는 육지의 통영보다 더 위세가 당당했다고.


자전거 여행자에게 욕지도는 더욱 멀게 느껴지는 섬이다. 통영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자전거에 올라타 4,50분간 차도와 고갯길, 언덕길을 오르락 내리락 달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 닿았다. 통영항에서 다시 애마 자전거를 배에 싣고 32km, 한 시간여 뱃길을 달려 욕지도로 향했다. 힘들게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 걸 아는지 차와 달리 자전거는 배 삯을 따로 받지 않았다. '크릉크릉' 거친 엔진소리를 내며 통영항을 요란하게 빠져나온 욕지아일랜드호, 한없이 푸른 물색의 남해 바다를 가로 지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 뒷전으로 저 멀리 통영 주변이 섬처럼 펼쳐졌다. 


그것도 잠시, 배 앞쪽으로 다가오는 크고 작은 섬들은 점입가경의 장관이다. 바다 위 뱃길이 말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지는 미술관이다. 연화도와 우도, 상노대도와 하노대도, 두미도 같은 큰 섬들과 납도와 비상도, 막도, 사이도, 봉도, 적도, 모도 같은 재미있는 이름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한려수도 바다를 풍성하게 해주었다. 배를 타고 가는 시간이 지루하기는커녕 1시간여의 뱃길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가을 욕지도의 맛, 고메 빼떼기죽과 할매 바리스타 커피 

욕지도 특산물 고구마로 만들어 더욱 맛난 빼떼기죽
천연기념물인 귀한 모밀잣밤나무가 사는 숲길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이 있는 욕지도 입구에 빨갛고 노란색의 예쁜 등대가 여행자를 맞아주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애마 자전거를 데리고 내리면 마치 손님을 마중나온 섬 사람처럼 선착장 입구에 작은 미니버스가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다.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주민들을 태우고 섬을 일주하는 유일한 버스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선착장 주변 식당들을 둘러보다가 몹시 흥미를 끄는 독특한 이름의 음식을 발견했다.


'빼떼기 죽'은 고구마를 잘라서 말린 고구마 빼떼기를 쑤어 죽으로 만든 음식이다. 구수하고 달달한 고구마 맛이 나는 이채로운 죽이다. 빼떼기는 생고구마나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볕에 말려 만드는데, 말리는 과정에서 고구마의 수분이 증발하면 얇게 썰어놓은 고구마가 비틀어지는 모습을 '빼떼기'라고 부른단다. 직설적인 경상도 말답다. 욕지도는 통영의 대표적인 고구마 생산지다. 한려수도 청정지역에서 해풍과 함께 강한 햇살을 받고 자란데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라 그런지 특유의 달착한 맛으로 죽을 다 먹고 나서도 입맛을 다시게 했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욕지도에서는 고구마를 '고메'라고 부른다며, 옛날 쌀이 귀하던 시절 욕지 사람들은 빼떼기로 죽을 쑤어 주식으로 먹었단다. 그래서 욕지 주민이면 빼떼기죽을 먹지 않고 자란 사람 없고 욕지 아낙이면 빼떼기죽 못 끓이는 사람이 없단다. 욕지도는 산지 지형이라 논이 거의 없고 비탈밭이 많다. 밭이 육지처럼 끈적한 찰황토가 아니라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에 가까운 황토밭이라 고구마 농사가 잘 된다고. 


욕지도의 천연기념물 모밀잣밤나무숲도 빼놓을 수 없다. 모밀잣밤나무는 참나무과로 바닷가에서 사는 소나무 '곰솔'처럼 해안가 산에서 살아가는 사철 푸른 귀한 상록수다. 자부마을 가는 해안도로변 아담한 뒷산에 모밀잣밤나무숲길이 나있다. 30여분 산책삼아 거닐면 좋은 숲길로 모밀잣밤나무외에도 곰솔, 소나무, 사스레피나무, 굴참나무 등으로 울창한 상록수 나무들의 숲길이 상쾌하다. 항구 옆 바닷가 작은 봉우리에 숲길이 있어 오가는 배들의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기분이 이채로웠다.

욕지도의 아늑하고 평화로운 해안 마을
욕지도의 명소가 된 자부마을 '할매 바리스타 커피숍'

항구 선착장에서 오른편으로 해안길을 따라 모밀잣나무밤나무숲을 지나 5분 정도 달리면 '자부마을' 안내석과 함께 섬의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는 할매 바리스타 커피숍이 나타난다. 과거 '자부랑께' 또는 '자부포'로 불리며 고등어 파시로 명성을 떨쳤던 동네다. 그 시절을 잊고 싶지 않았는지 마을에 '자부랑께 편의점', '자부랑께 민박' 등이 보였다.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도시 번화가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돈과 사람이 끊이지 않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어업이 쇠퇴하고 마을에 있던 학교는 물론 면사무소 등 관공서까지 다른 마을로 옮겨가면서 과거의 영광은 할매 바리스타 커피숍 벽에 걸린 액자속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만 남게 됐다. 쓸쓸한 섬마을이 돼 버린 자부마을에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해안가 마을 어귀 낡은 민박집에서 탈바꿈한 '할매 바리스타 커피숍'덕분이다. 예쁘게 단장한 외벽에 언제나 열려있는 문으로 들어서면 서너개의 테이블이 있는 아담한 공간이 여행자를 맞는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1970년대 까지 마을 사진들이 벽에 걸려있고, 직접 손 글씨로 제작한 메뉴판, 아기자기한 소품들, 창문으로 스며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까지... 작지만 정감가고 편안한 분위기의 커피집이다.


도시의 커피숍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젊은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해 푸근한 주름살에 모두 '뽀글 파마'를 한 할머니들이 구부정한 허리를 추켜세우며 주문을 받고 주방에서 커피를 내린다는 것 정도다. 평생을 어부의 아내로 살아온 섬 마을 할머니들, 우연한 기회가 닿아 가까운 대학교에서 하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기본 메뉴인 여러 종류의 커피 외에도 욕지도 특산품인 고구마를 활용한 라테와 케익 그리고 빼데기죽도 맛볼 수 있다.  

고등어 양식에 성공한 욕지도에선 고등어 회도 맛볼 수 있다
욕지도 앞바다의 고등어 양식장

봄부터 가을까지 욕지도 자부마을 앞바다는 회유하는 고등어로 가득했었다. 고등어를 따라 전국에 몰려든 고등어잡이 배로 밤바다는 대낮처럼 환했다고. 고등어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고등어를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도 발달했는데 이 간고등어를 저장하는 독을 '간독'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된장독, 고추장독이 있듯 간독이 있었다. 바리스타 할매 한 분이 커피숍 옆에 있는 어느 집 마당에 남아있는 대형 간독을 보여 주셨다. 지금은 쓰지 않아 장판으로 덮어 두었지만 크기가 무척 컸다. 이 곳에 소금으로 염장을 한 고등어를 보관해 두고 배를 타고 마산 어시장 까지 간고등어를 팔러 다니셨다고 한다. 


한창 잘나가던 욕지도의 고등어는 1970년대 남획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으로 사라졌다가 동그랗게 생긴 가두리 양식장의 성공으로 다시 부활했다. 덕택에 고등어구이, 고등어조림 말고도 싱싱한 고등어회가 욕지도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오르막 언덕이 너울처럼 펼쳐지는, 무념무상의 해안길

좋은 쉼터가 되주었던 섬 해안도로 버스 정류장

점심밥에 할매 바리스타의 커피까지 든든하게 먹고 선착장에서 보이는 일주도로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관광 온 자가용이나 승합차들도 뒤질세라 해안도로 길 위로 합세한다. 사실 나 같은 자전거 여행자나 도보 여행자에게 욕지도는 섬을 쉽게 알려다가 '욕'보는 섬이기도 하다. 


보통의 섬들이 바닷가를 따라 일주 도로가 난 것과는 다르게 욕지도의 일주도로는 비탈길, 벼랑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하며 섬을 한 바퀴 도는 그야말로 무념무상에 빠지게 하는 길이다. 자부마을을 지나 해안 일주도로가 시작되자마자 오르막 언덕길이 예고도 없이 이어졌다. '댄싱'(안장 위에 서서 춤을 추듯 하는 페달질), 지그재그로 오르기, '끌바'(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간다는 자전거 용어)등 온갖 자전거 주행법을 동원해 오르막을 달려 올라갔다. 


이제 경사가 완만하다 싶어 한숨 돌리면, 또 나타나는 '업힐'(경사진 언덕길을 지칭하는 자전거 용어)이 너울처럼 이어졌다. 평소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다리 힘이 단련되었는지 다리에 쥐가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삶이 그렇듯 힘든 오르막이 있으면 편안한 내리막도 있는 법. 오르막과 달리 내리막길을 달리는 법은 딱 한가지다. 허리를 숙이고 새우등을 한 다음 얼굴을 마사지해주는 상쾌한 바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가을 욕지도는 고구마가 한창이다
자연이 만든 기가막힌 작품 '삼여도' 풍경

욕지도는 남쪽 해안과 북쪽 해안의 풍경이 완연하게 다르다. 수많은 섬들이 파도를 막아내는 북쪽은 부드러운 능선이지만,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남쪽 해안은 깎아지른 절벽과 바위들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남쪽 해안가 비탈진 곳에 자리한 어떤 마을은 천둥번개라도 쳐서 섬이 조금만 흔들려도 마을 전체가 미끄러져 푸른 남해 바다에 풍덩 빠질 것처럼 보였다.


욕지도의 마을은 대부분 해안 일주도로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섬 일주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쪽빛으로 넘실거리는 바다를 굽어보며 이어졌다. 한적한 그 길을 따라가다 아무 데나 자전거를 세우면 그곳이 바로 전망대다. 어디서나 한려수도의 쪽빛 바다와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르막길이 흔한 섬 해안도로가 덜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욕지도에는 남북 쪽에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공원이 하나씩 있다. 먼저 만나는 것은 북쪽의 대풍바우쉼터. 해안 바위언덕에 올라선 자그마한 공원의 돌로 된 테이블에 앉으면 통영 쪽 앞바다에 떠있는 섬들의 전경이 활짝 펼쳐진다. 감탄이 절로 터지는 다도해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가벼운 캔 커피에서 고급 카페 라테 맛이 났다.


북쪽에 대풍바우쉼터가 있다면 욕지도 정남쪽 일주도로변에는 새천년기념공원이 있다. 이쪽에 서면 욕지도의 서쪽 모습이 장쾌하고 웅장하게 내려다보인다. 깎아지른 해벽 아래에는 거북바위와 펠리칸 바위가 웅크리고 있다. 새천년기념공원 인근에는 주민들이 욕지도에서 첫손으로 꼽는 절경인 삼여도가 있다. 세 개의 여(礖 : 물에 잠긴 바위)가 있어 삼여도라고 불리는 곳이다.


천천히 지날수록 좋은 욕지도 해안도로

욕지도의 소는 농부와 함께 밭을 가는 섬의 소중한 일꾼이다
섬 해안마을 식당에서 만난 애교많은 고양이

전망 좋은 정자, 벤치나 해안도로 버스 정류장에서 쉬어갈 적마다 펼쳐지는 쪽빛 남해안엔 바다 위 양식장이 어디나 떠있다. 욕지도에선 특이하게 동그란 모양의 가두리 양식장도 있는데 바로 고등어를 키우는 양식장이다. 보통 사각형 모양의 양식장과 달리 둥근 이유는, 고등어는 멈추지 않고 계속 수영을 해야 죽지 않고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타고난 본능을 억압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물고기라니, 욕지도에 와서 고등어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  

섬 북쪽이나 남쪽이나 다도해의 바다색과 풍경이 어찌나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지 속도를 내기 어려운 오르막길이 많아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천천히 오르막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길가 숲속에 사는 새들의 노랫소리, 신묘하게 들려오는 까마귀들의 대화, 여유롭게 고구마 줄거리를 뜯는 소들의 모습이 정답고 관중들의 응원처럼 느껴졌다. 

해안길에서 욕지도의 일꾼 소들을 흔히 마주쳤는데, 평생을 축사에 갇혀 사는 한우 고기용이 아닌 농부와 함께 밭을 가는 귀한 소를 오랜만에 만나 참 반가웠다. 욕지도의 밭은 비탈진 곳에 있어서 농기계 대신 소들이 주민들의 일손을 돕고 있다.   

바위로만 뒤덮인 섬이다보니 욕지도에는 해수욕장마다 모래해변이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덕동마을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에도 어김없이 주먹만 한 몽돌이 깔려 있었다. 이 해수욕장은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재워주기 때문인지 바다 물결이 유난히 잔잔했다. 부드럽게 밀려오는 파도와 몽돌이 몸을 섞으면서 내는 '자그락 자그락' 소리가 유난히 정답고 청아하게 들렸다.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과 예쁜 등대가 맞이해 주는 섬, 욕지도
'출렁다리' 해안가 벼랑길의 멋진 풍광

해안도로가 거의 끝나는 지점, 힘들게 달려온 보상처럼 멋들어진 풍광이 펼쳐지는 바닷길을 만났다. '출렁다리' 이정표를 따라 '고래 강정'까지 3,40분의 산책길. 갯바위 위로 솟아난 절벽과 무인도, 짙푸른 남해바다가 어우러진 '비렁길(벼랑길)'의 정수를 보여주는 경치가 이어졌다. 집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려고 사진과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자전거타고 여유롭게 거닐기 좋은 해안가 어촌마을 야포를 마지막으로 출발지였던 욕지항구로 돌아왔다. 어느 덧 해가 지려는지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남해바다의 물색이 어스름녘 아래서 더욱 푸르게 빛났다. 저녁밥으로 고등어회가 생각나 들른 항구 앞 어느 횟집 식당. 메뉴 가운데 '보말죽'이 눈길을 끌었다. 보말은 고둥을 뜻하는 제주도 말이다. 


제주 음식이 어쩌다 이 섬에 당당히 자리하게 됐을까. 궁금한 마음에 50대의 식당 주인 아지매에게 말을 건넸다. 처녀 적 제주에서 이곳까지 '출장' 물질을 왔었다가 욕지도 총각과 눈이 맞아 결혼을 하고 이 섬에서 물질을 하며 살게 되었단다. 안그래도 직설적인 경상도 사투리에 더더욱 직설적인 제주 사투리까지 섞인 해녀 아지매의 말투가 재밌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욕지도를 제 2의 고향삼아 물질을 하며 사는 해녀들이 열일 곱 분이나 된다고. 욕지도 섬 여행을 또 와야할 이유가 생겼다.

약 31km의 욕지도 해안 일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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