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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Jun 02. 2020

경기도 고양시의 대표 물길, 창릉천 자전거 산책

경기도 고양시 창릉천 자전거 여행

정다운 도심 하천 창릉천/이하 ⓒ김종성

창릉천(昌陵川)은 북한산 효자계곡에서 발원하여 북한동계곡에서 발원하는 북한천을 합친 뒤 서울시 은평뉴타운과 고양시 덕양구를 지나 방화대교 북단 부근 행주동에서 한강에 합쳐지는 물길이다. 하천 길이 약 22km에 이르는 고양시에서 가장 긴 대표 하천이다. 상류는 산을 휘돌며 대지를 적시고 중류와 하류는 예전부터 지역에 농수를 공급하며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친근한 하천이다.


창릉천의 이름은 서오릉 중 하나인 창릉(昌陵, 조선 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능)에서 따왔다. 옛날엔 덕수천(德壽川)으로 불렸는데 천변에 있는 덕수공원에 본래 이름이 남아있다. 고양 땅을 적시며 흐르는 소중한 물줄기로,  왜가리·중대백로·민물가마우지는 물론 천연기념물 원앙새가 어울려 사는 생태적 인공하천이다.


까만 몸체에 노란 턱이 인상적인 가마우지는 잠수를 해서 먹이를 잡는 노련한 물고기 사냥꾼이다. 원래 철새였으나 철마다 먼 거리를 오가는 게 번거로웠던지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자리를 잡고 사는 텃새가 되었다. 당시에는 보기 드문 새라 보호종으로 지정했는데 현재 이 땅의 바다 강 개천마다 많은 개체들이 자리를 잡다보니 지자체가 선정하는 대표 유해 조수가 돼버렸다. 

하천에 나들이 나온 오리 가족
가마우지 왜가리 원앙새가 찾아오는 창릉천

해마다 봄철이면 함께 하천 나들이 나온 반가운 오리가족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가 점점 줄어드는 팍팍한 도시에 살다보니, 새끼들을 줄줄이 데리고 다니는 다복한 오리 식구들이 정겹기만 하다. 훌쩍 자란 새끼들을 돌보는 어미의 뿌듯한 표정이 "우리 아이들 많이 컸죠? " 라고 말하는 듯하다. 저 아이들 중 한 마리가 어른이 되서 짝을 만나고, 내년 봄에 또 귀여운 새끼들을 데리고 고향을 찾아오듯 동네 개천에 나타날 생각을 하니 기특하기 만하다.


창릉천을 ‘인공하천’이라고 한 건, 천변 곳곳에서 진행 중인 택지개발과 건설공사로 인해 인위적으로 물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수량 확보가 어려워서다. 이는 도심 하천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현실이기도 하다. 고양시와 고양환경연합 그리고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합심해서 고양시 제일의 생태하천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창릉천엔 보행로와 함께 자전거길이 나있어 자전거 타고 산책하기 좋다. 자전거 길은 삼송역 앞 천변에서 한강까지 약 11km에 이어진다. 도심 공원, 아파트와 시골 풍경이 남아있는 텃밭·농장,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는 천변 카페 등 구간별로 다채로운 모습이 이어져 고양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자전거 라이딩 코스이기도 하다.

창릉천변 자전거 탄 시민들
반려견과 함께 자전거 산책

실개천으로 끊길 듯 이어지던 창릉천은 중류 구간인 삼송역 앞 덕수교 부근에서 수량이 풍성해진다. 징검다리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가 상쾌하다.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 노는 아이들이 표정이 티 없이 맑기만 하다. 삼송수질복원센터에서 정화 처리한 수천 톤의 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덕수교 인근에서 창릉천으로 매일 방류하고 있는 덕분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말고 천변에 내려서 자전거는 뉘여 놓고 헬맷을 쓴 채로 나물을 캐는 사람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개천위에 놓인 작고 수수한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모습도 봄 풍경과 잘 어울렸다. 물에서 뛰노는 잉어를 따라 하려는 걸까, 바지를 걷어 올려붙인 아이들이 물가에 들어가 뛰놀고 있는 모습이 참 건강해 보였다.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 천변 카페
풋풋한 천변 풍경

창릉천은 아파트와 텃밭이 공존하는 동네를 지나가기도 하는데, 텃밭을 돌보는 아주머니들 모습이 어디 멀리 시골에 온 듯 살갑다. 덕수공원 세솔공원 도래울바람물공원 등 도심 속 천변공원과 텃밭은 주민에게 쉼과 휴식을 안겨주는 힐링 쉼터이자, 이웃과 함께 작물을 경작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공간이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처럼 거닐수록 정감 가는 하천풍경이다.


명상하듯 긴 다리로 가만히 서있는 중대백로, 천변에 피어난 작은 들꽃과 갈대들은 창릉천의 정다움을 돋우는 존재다. 하늘하늘 노랗게 피어난 붓꽃, 보랏빛 토끼풀, 이름과 달리 귀엽기 만한 개망초 등이 초록의 수변길과 잘 어울린다.


창릉천은 한강이 가까운 하류로 갈수록 시골의 작은 개울 같다. 비닐하우스와 밭을 돌보는 농부들, 닭장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닭울음 소리가 들려와 재밌다. 강매동 일부 구간엔 가을날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창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부 구간은 온통 초록의 수풀과 물억새, 갈대밭이다. 합수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행주산성 국수집에 달려가 비빔국수 잔치국수 장어국수 초계국수 등 다양한 국수를 즐기면 더욱 좋겠다.

행주대교에서 한강으로 흘러가는 창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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