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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Jul 22. 2020

저어새 놀러오는 강화도 선두리 갯밭마을

인천시 강화군 강화도 자전거여행 

자전거 여행하기 좋은 강화도 해안/이하 ⓒ김종성

강화도 남해안에는 ‘철새 보러 가는 길‘로 명명된 강화나들길(8코스)이 이어져 있다. 밀물과 썰물로 하루 2번 풍경이 바뀌는 강화나들길 해안가를 따라 거닐다보면 선두리 어촌마을(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이 나온다. 4리와 5리 두 곳으로 이어지는 큰 동네다.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놀러오는 풍성한 갯벌과 영종도·장봉도·신도·동막해수욕장까지 보이는 바다풍광이 좋아 대한민국 경관마을(2015년)로 지정되기도 했다. 경관마을이라 그런지 포구·어시장·갯벌 체험장외에 예쁜 펜션들과 맛집·카페·캠핑장이 자리하고 있는 등 좋은 휴양마을이기도 하다.      


선두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도 쉬어가는 마을이다. 부리가 주걱처럼 재밌게 생긴 저어새는 강화도의 군조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기도 한 귀한 새다. 바닷가에 저어새 조망공간이 마련돼 있다. 새의 이름은 주걱처럼 생긴 긴 부리를 얕은 물속에 넣고 좌우로 휘휘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다고 하여 붙여졌다. 영어 이름도 'Black-Faced Spoonbill' (검은 얼굴을 한 숟가락 부리)다. 뾰족한 부리를 가진 다른 새들과 달리 밥주걱 같은 부리가 볼수록 정감 가는 새다.      


저어새는 갯벌의 건강성을 알려주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저어새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갯벌과 습지가 건강하고 오염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우리나라 서해바다에서 볼 수 있는 새로, 드넓은 강화도 갯벌이 서식하기 좋아 많이 찾아온다.      

강화나들길을 지나다 만난 선두리 어촌마을
선두리 마을 갯벌에 놀러오는 저어새

선두리 어촌마을은 ‘갯밭마을’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마을 앞 갯벌이 풍요롭고 풍경이 독특하다. 갯밭 마을의 갯벌은 흥미롭게도 마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불러온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안내판을 보니 갯벌 종류가 예닐곱 개나 된다. 숭어가 많이 잡히는 갯벌이라 숭어개, 갯벌 골이 곧다하여 고등개, 검은색을 띠는 갯벌 하묵개 등이다. 갯벌 이름 하나하나가 부르기도 쉽고 토속적이라 정감이 갔다.      


갯밭마을의 개펄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썰물 때 마을 앞 갯벌 체험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노을이 지는 시간도 아닌데 바닷가가 온통 붉은 빛이다. 흡사 바다 위에 드넓은 붉은 카펫이 깔린 것 같다. 갯벌놀이도 잊고 분홍빛을 띤 붉은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동네 주민에게 정체를 물어보았다. 너른 개펄 지역에 무리를 지어 사는 칠면초와 나문재라는 식물이란다.      


짜디 짠 바닷물을 먹고 사는 질긴 생명력을 지닌 염생식물이다. 특히 나문재는 ‘해홍나물’이라 하여 양념장에 무쳐 먹거나 밥에 넣어 비벼 먹는데, 갯벌에서 나는 보약나물이라고 한다. 붉은 해초가 피어난 갯벌에서 갯것을 익숙하게 채취하는 주민들도 보였다. 제주도와 남해바다에 해녀가 있다면 선두리 갯밭마을엔 '갯남'이 있다. 갯벌에 들어가 손으로 갯것을 능숙하게 잡는 중년의 아저씨가 그 주인공.     

갯벌에 펼쳐진 붉은 카펫과 ‘갯남’ 아저씨
바다 한가운데까지 길게 난 선착장

강화갯벌에는 게는 물론 갯가재, 갯장어 등이 잡힌다. 강화도의 향토음식으로 갯벌장어가 유명한데, 깊은 바다에서 통발로 잡은 장어보다 갯벌에 사는 장어가 훨씬 맛나다고 한다. 갯벌에 먹이가 풍부한 까닭이다. 낚시용으로 팔리는 갯지렁이도 잡는데 갯지렁이의 몸길이가 얼마나 긴지 아저씨가 갯지렁이를 잡은 팔을 하늘 위로 쭉 펴도 모자랐다. 


무려 1.5m-2m 길이란다. 세계 5대 갯벌에서 사는 갯지렁이다웠다. 갯남 아저씨는 갯지렁이가 갯벌의 주인이란다. 갯지렁이가 없으면 갯벌이 금방 썩기 때문이라고. 다양한 갯것에서 해초나물까지··· 갯벌은 어머니 같은 자연이구나 싶다.     


선두리 마을은 예로부터 뱃머리를 돌려야 부두에 배를 댈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썰물 때 바다 멀리까지 드러나는 갯벌로 마을에 배를 대기 어려워 무척 긴 선착장이 나있다.  바다 혹은 갯벌 깊숙이 이어져 있는 선착장 덕분에 바닷가 한복판까지 걸어 가다보면 뻘밭에 집을 짓고 사는 칠게와 방게, 긴 부리에 흰옷을 입고 산책하는 저어새 등을 볼 수 있다. 


선착장과 이어지는 포구엔 어판장이 자리하고 있다. 식당을 겸하고 있는 어판장 가게 이름이 재밌다. 소망호 은하호 순종호 복음호 등 모두 물고기를 잡아오는 어선 이름이다. 선두리 어판장은 각종 해산물이 배에서 바로 나온 직거래장이라 가격이 저렴해 인기가 많다.     

맛집을 겸하고 있는 어판장 
섬 마을에 찾아온 이동 마트

선두리 어촌마을에 정기적으로 찾아온다는 '이동 마트'도 눈길을 끄는 존재다. 섬이 많은 인천시 강화군이나 옹진군엔 길 위에서 장사를 하는 작은 트럭을 흔히 만나게 된다. 장년의 나이 지긋한  남편은 운전을 맡고 아내는 판매 담당이다. 주로 생활용 가재도구들을 판다. 동네마트나 인터넷에서 장을 보는 도시인의 눈엔 왠지 정겨운 모습이다. 부부는 마트는 물론 흔한 편의점도 들어서지 않는 섬 해안마을, 포구 등을 돈다.      


배를 타고 가기도 하지만, 연육교로 이어진 섬이 많아 트럭을 타고 갈 곳도 많고 단골들도 많단다. 강화도만 해도 본섬인 강화도에서 석모도 교동도 동검도 등이 모두 다리로 이어져 있다. 부부의 장사 얘기를 들으니 일반적인 마트처럼 갑갑하지 않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이나 날씨, 물때마다 다르게 변하는 섬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니까.     


선두리 마을 해안가 언덕배기에 자리한 후애돈대에 가면 강화도 남해안의 너른 바다와 개펄이 한 눈에 펼쳐진다. 돈대위에 서면 강화 바다가 왜 세계 5대 갯벌이 됐는지 체감하게 된다.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략 때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만든 돈대(墩臺)는,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만든 소규모 관측·방어시설이다. 강화도 해안가에 50여개가 현존하고 있다. 후애돈대는 조선 숙종 5년(1679)에 축성된 옛 해안 초소로, 선두리 마을에 찾아온 관광객에게 이채로운 전망대가 됐다.     

너른 갯벌이 눈앞에 펼쳐지는 후애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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