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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Jul 20. 2020

달이 허락한 바닷길 자전거여행, 제부도 & 누에섬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 누에섬 자전거여행 

하루 두 번 열리는 제부도 바닷길/이하 ⓒ김종성

서해바다 연안엔 지구와 달이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려 갈 수 있는 섬들이 있다. 밀물 땐 바다였다가 물이 빠지는 썰물 때 섬으로 가는 길이 난다. 다리로 연결된 섬에 가는 것보다 훨씬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바닷길 생기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아무 때나 갈 수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바닷물이 차올라 길이 잠기고 비로소 섬이 되면 왠지 안락한 고립감과 기분 좋은 단절감이 드는 곳이다.      


한낮에 바닷길이 열리는 물때가 맞는 날을 택일해 경기도 화성시 서해바다 연안에 있는 제부도와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동생 누에섬 여행을 떠났다. 이웃해 있는 섬이라 물때가 비슷해 자전거 타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 자전거여행길 : 제부도 입구 - 바닷길 - 제부도 해안길 - 전곡항 - 탄도 방조제 -  탄도항- 누에섬      


서해바다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 제부도 바닷길

제부도 갯벌에 사는 작은 게들
익살맞게 생긴 말뚝 망둥어

제부도 입구에 도착하면 화려한 간판을 내세운 횟집들과 함께 저 앞으로 바다가 보이고 그 위로 난 바닷길과 섬이 떠있다. 바닷길 위로 자동차가 오갈 수 있게 도로를 깔아 놓았다. 80년대 말 에 깔았다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해안선 길이 5.3㎞에 초등학교 분교가 하나 있는 아담한 이 섬의 지명이 좀 특별하다.     


제부도 한자가 건널 제(濟), 도울 부(扶)다. 알고 보니 '제약부경(濟弱扶傾)'이란 말에서 유래했단다. 포장도로가 없던 시절, 주민들은 썰물 때 드러난 육지와 섬 사이의 갯고랑을 건넜다.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들은 부축하고 건네주어 '제약부경'의 '제'자와 '부'자를 따서 제부도라 했다고. 정겨우면서도 아릿한 풍경이 떠오르는 섬 이름이다.  


제부도 바닷길엔 차를 타고 가면 못 만나는 것들이 많다. 물 빠진 갯벌위로 뭔가 펄쩍펄쩍 뛰어다녀 쳐다보니 작은 몸에 비해 왕방울만한 눈을 가진 물고기 '말뚝 망둥어'다. 미간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눈이 커서 익살맞게 보이는 이 물고기는 바다가 아닌 갯벌에 사는 동물이다.      


갯벌엔 엄지만한 크기의 작은 게들도 수없이 많다. 물속에 몸을 숨기고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게 눈을 올려 여행자를 관찰하는 게들 모습이 참 재밌다. 흰 앞발이 유난히 큰 어떤 게는 앞발을 위, 아래로 흔들며 자신을 과시한다. '흰 발 방게'로 2급 보호종이란다. 자연을 만든 조물주는 익살맞고 장난기가 다분하다.        


바다 위 산책로, 매바위가 있는 제부도 해안길      

데크길이 나있는 제부도 해안


제부도 동쪽엔 해안가를 따라 높이 세운 나무 데크 산책로가 나있다. 밀물 땐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바닷바람에 실려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나 보니, 어쩌다 해안절벽에 뿌리를 내린 아까시 나무들이 하얗게 꽃을 피웠다. 동네 뒷산에서 보던 친근한 아까시 나무를 바닷가에서 보니 새롭고 반가웠다.     


마치 밭에서 호미질을 하듯 갯벌에서 호미로 무언가를 캐는 섬 주민들 손짓이 분주하다. 관광객들도 물 빠진 갯벌을 다니며 해산물을 줍느라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개구이를 먹고 싶었지만 1인분이 안되어 섬 주민들이 캐온 바지락조개로 끓인 칼국수를 먹었다. 자연의 섭리는 참 오묘해서 사람의 지문처럼 조개 패각에 난 무늬가 저마다 다르다.     


흰색에서 갈색, 청흑색까지 색깔도 다양한 조가비의 무늬를 바라보다보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된다. 조개의 이름을 왜 '바지락'이라고 했는지 궁금해져 식당 아주머니에게 물어봤다. 갯벌을 지날 때 발밑에서 조개 밟히는 소리가 '바지락 바지락'난다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그만큼 바다에 풍성했던 조개다.  


산책로를 따라 해안가를 돌다보면 어느 새 제부도 유일의 큰 해변과 매바위가 나온다. 바닷가로 들어서면 부리에 빨갛고 파란색의 립스틱을 바른 괭이 갈매기들이 낮게 날아와 여행자를 반긴다. 제부도 갈매기는 사람들과 유난히 친하구나 싶었는데 조금 후 보니 관광객들이 주는 갈매기밥 새우깡 때문이었다.      

제부도 해변 매바위



제부도 해변 남쪽 끝엔 매바위라 불리는 3개의 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이 바위에도 썰물 때 걸어갈 수 있는 바닷길이 생긴다. 물때가 되어 바닷물이 들어와 제부도와 매바위 모두 물위에 뜬 섬이 되는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하루를 묵어가고 싶게 했다. 


섬 북쪽 해변가에서 서해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풍경이 눈길을 붙잡았다. 짠물에서 산다는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잿빛 갯벌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칠면초는 일곱 번이나 몸 색깔이 변한다 해서 이름 붙은 신비로운 식물이다.     


다시 바닷길을 따라 제부도를 나오는 길, 저 앞에서 10대 후반의 남녀 아이들이 바닷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반가워 손을 흔들었더니, 맨 앞에 있던 여자아이가 다가와 "물, 물 어딨어요?" 외치듯 말을 건넸다. 더운 날이라 잠깐 고민했지만, 기꺼이 자전거에 달린 물통을 건넸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이들은 물은 안마시고 킥킥 웃기만 했다.     


친구들과 바다 보러 제부도에 왔는데 바다는 안보이고 갯벌만 보여 바닷물은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물어본 거란다. 말 줄이기 선수다웠다. 매바위가 있는 제부도 해변을 알려주고 일부러 물때 시간은 말하지 않았다. 밀물 때 바닷길이 끊겨 섬에 남게 되면 보게 될 아름다운 서해바다 노을과 찰랑거리는 바다 위로 난 고즈넉한 해안가 산책로를 즐기기 바라며...          


물때를 기다려 갇히고 싶은 무인도, 누에섬

매년 뱃놀이 축제가 벌어지는 전곡항

제부도와 누에섬 사이에 있는 전곡항은 매년 이맘때 '뱃놀이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요트학교들과 함께 온갖 요트들이 모여 있는 화려한 항구다. 요트가 없는 사람도 만 원 정도면 항해체험을 할 수 있다. 바닷바람을 쐬며 너른 바다를 산책하다 여유롭게 낚시도 하고...요트는 작은 휴양지구나 싶다.     


전곡항과 탄도항을 이어주는 작은 탄도방조제를 건너면 나타나는 탄도항에 바닷길이 펼쳐지는 재밌는 이름의 누에섬(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면)이 있다. 예전에 참나무 숲이 울창했다는 탄도, 그 나무들로 숯을 많이 생산해서 탄도(炭島)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었다. 탄도항에 들어서면 어선을 본떠 만든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이 반긴다. 안산 어촌 지역의 역사와 바다를 막은 시화방조제로 사라져가는 민속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물때에 따라 변하는 누에섬 모습


누에섬 가는 바닷길은 제부도와 달리 차들이 못지나가는 산책로 같은 길이다. 평지지만 바닷바람이 쉼 없이 불어와 언덕을 오를 때 쓰는 자전거 기어 단수로 바꾸게 된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력발전기가 있을 만 했다. 거대한 풍력 발전기 밑을 지나갈 땐, 거인이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 풍력 발전기가 만든 이채로운 풍경 덕에 누에섬은 사진가들의 인기 출사지기도 하다.     


작은 무인도 누에섬엔 붉은 해당화와 보기 드문 흰 해당화가 함께 피어나 감탄을 전해 주었다. 섬 언덕배기에 있는 등대 전망대에 올라 주변 바다 풍경을 바라보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밀물이 들어 바닷길이 사라질 때까지 등대 전망대에서 기다렸다가 섬에 갇혀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다 뉴스에라도 나와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피해가 갈 듯해 마음을 바꿨다.      


이 섬의 매력은 특유의 풍경에 있다. 바닷길이 사라지면서 비로소 섬의 모습을 찾은 누에섬 모습과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돌고 있는 섬의 해저물녘 풍광은 오래 바라봐도 쉬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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