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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Sep 15. 2020

부산 최고의 생태관광지, 낙동강 하구 자전거여행 2편

부산 광역시 낙동강 하구 여행 

평평하고 평화로운 낙동강 하구 길/이하 ⓒ김종성 

낙동강 제일의 하중도 을숙도      


낙동강은 하구엔 을숙도·진우도·장자도 등을 비롯한 큰 삼각주가 많이 발달해 있다. 강 하구에 흙과 모래가 쌓이면서 형성되어있는 퇴적지형을 삼각주(三角洲)라고 한다. 주(洲)는 강이나 호수 가운데에 모래가 쌓이면서 생겨난 섬을 뜻한다. 하구 지역을 품은 동네 이름인 부산시 사하구(沙下區)와도 잘 어울린다.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삼각주로 알려져 있는 을숙도(사하구 하단동)는 서울의 여의도와 비슷한 면적의 큰 섬이다. 1950~60년대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을 정도로 새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에서 을숙도(乙淑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1916년경 이웃 하중도인 진우도·대마등 등과 함께 지도상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섬 안에 부산현대미술관, 조류생태공원, 리틀야구장, 생태탐방선 선착장,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등이 있는 낙동강 제일의 하중도다. 

낙동강 제일의 하중도, 을숙도 / ⓒ부산시 
천변 갈대밭에서 사는 철새, 개개비

섬 갈대밭에는 딱새과의 개개비가 찾아와 번식하고 늪에는 뜸부기류인 쇠물닭등도 많이 발견된다. 꾀꼬리처럼 독특한 목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새 개개비는 하천·저수지·습지의 갈대밭에 서식하는 작은 새다. 둥지는 물에서 그리 높지 않은 갈대 줄기에 짓는데, 이때 탁란으로 유명한 뻐꾸기가 개개비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것으로 유명하다.


을숙도 에코센터 전망공간에서 보이는 중대백로들은 유난히 깃털이 하얬다. "새는 자는 데와 먹는 데, 씻는 데가 다 다릅니다." 에코센터 해설자의 말을 듣고 보니 백로가 깨끗해 보이는 게 정성껏 씻기 때문이구나 싶다. 사람만 씻는다는 생각은 선입견이었다. 


을숙도는 훼손과 보전의 역사가 뒤섞인 곳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경지로 사용되었으나 낙동강 하구둑이 만들어진 후 풍파를 겪었다. 준설토 적치장, 해양분뇨 처리시설, 쓰레기매립장 등의 집합소였다. 철새의 낙원은 악취와 벌레가 들끓는 ‘쓰레기섬’으로 바뀌었다. 1999년이 되어서야 부산시에서는 친환경 을숙도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을숙도 하단부에 인공습지 6개를 만들어 철새를 위한 공간으로 복원하면서 철새들이 서서히 돌아오게 되었다. 


건설 32년 만에 첫 수문 개방을 한 낙동강 하구둑     

낙동강 하구둑

을숙도를 거닐다보면 강 위에 이어지는 거대한 인공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부산시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230m, 높이 18.7m의 낙동강 하구둑으로 15개 수문이 달려 있다. 하구둑은 1987년 을숙도 좌안에 10개 수문, 2013년 4대강 사업으로 을숙도 우안에 5개 수문 형태로 건설됐다.      


1987년 하구둑 또는 물막이댐을 조성하면서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이곳을 막은 것은 두 가지 목적이었다. 하나는 염분 때문에 농사가 힘들었던 낙동강 인근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만조 때만 되면 바닷물이 하구에서 40km 가량 떨어진 삼랑진(경남 밀양시)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또한 낙동강 수위를 높여 부족한 식수와 농업·공업용수를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하구둑 건설 이후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이 상실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유속 감소로 수질악화와 녹조 발생, 강바닥 퇴적 오염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겨 버렸다. 강변에 서서 낙동강 하구둑을 바라보다 문득 사람들이 흔히 쓰는 비닐봉지가 떠올랐다. 환경오염유발로 인해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 된 비닐봉지. 본래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나무가 베이고 숲이 사라지는 걸 줄이기 위해 고심하다 나온 편리한 물건이었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낳지 않는 게 세상이치구나 싶다.       

낙동강 하구를 오가는 생태 탐방선 
갯벌과 조개가 풍성한 서낙동강 하구

강변 산책로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부산시민은 하구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이 막히자 재첩이 사라진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이걸 막아노이 물이 다 썩는기라. 그 많던 재첩도 다 죽어삣다.” 어른 엄지만한 조개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곳에서 사는 조개로 과거 낙동강 하구에서 나는 특산물이었다. 남자들이 모래를 뒤져 재첩을 채취하면 여자들은 밤늦도록 삶아서 까고 간을 맞추고 양념해 이튿날 새벽 시내 곳곳으로 팔러 나갔다.     

 

섬진강에서 재첩 종패를 사와 뿌려도 살지 못한다.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엔 많은 조개들이 서식하고 있었는데 갈미조개와 재첩, 맛, 개맛, 가무락, 백합, 띠조개, 빛조개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 조개들은 썰물 때 서낙동강 하구 갯벌에서 볼 수 있다. 명지국제신도시(강서구 명지동) 앞이 서낙동강 하구 지역으로 흡사 서해바다 같은 풍성한 갯벌이 펼쳐진다. 


이에 환경단체는 낙동강 보 건설 등으로 하구둑 건설의 목적이 약해졌다며 수문을 개방해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9년 하굿둑 수문이 건설 32년 만에 첫 개방을 했고 단계적으로 수문개방을 하다가 2025년까지 수문 전면개방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면 위로 점프를 즐기는 숭어

하구둑 주변을 지나다보면 강물 위로 힘차게 뛰어 오르는 물고기 숭어를 자주 보게 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잡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 같다. 숭어는 수면 위로 1m씩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로 튀어 오르길 좋아하고 그만큼 근육질이다. 바닷물고기이지만 민물에서도 살 수 있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민물에 올라온다. 하구둑을 부분 개방하면서 숭어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흔한 물고기라 별 대접을 못 받는 편이지만 우습게보면 안 된다. 숭어(崇魚)의 숭 자는 높을 숭이다. 옛 이름은 빼어날 수를 쓰는 수어(秀魚)였다. 결코 하찮은 물고기가 아닌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숭어를 고급 어종으로 귀하게 대우하던 물고기다. 철에 따라 맛의 차이가 워낙 큰 것이 천대의 원인이기도 하다. 


참숭어든 가숭어든 제철에는 다른 어느 생선보다 맛이 뛰어난 것이 숭어다. 늦겨울부터 봄(2~6월)까지가 제철이다. 이때 먹었던 송어 회의 쫄깃한 식감을 떠올리기만 해도 혀가 안달복달한다. 조선 말기 흑산도로 유배 갔던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1이다.’ 라고 했다. 


살아 움직이는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      

간조때 개펄이 드러나는 다대포 해변
몰운대 

낙동강이 긴 여정을 마치고 바다로 흘러드는 곳에 자리한 다대포(多大浦, 사하구 다대동)는 ‘크고 넓은 포구’라는 뜻이다. 낙동강의 토사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해수욕장으로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등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과 비교해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백사장 면적이 무척 넓고 갯벌에 소라와 게, 맛조개도 많이 살고 있으며 수심도 얕아서 수 백 미터를 가도 성인 남성 기준 허리 깊이까지밖에 오지 않는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밀물과 썰물 때의 갯벌 면적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 덕택에 유치원생부터 일반인까지 찾아오는 갯벌생태탐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옆에는 과거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퇴적에 의해 육지와 연결된 바위언덕 몰운대(沒雲臺)가 있다. 사하구는 천혜의 절경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으로 그 중 하나가 몰운대다. 부산의 3대(臺)라 하면 태종대, 해운대, 몰운대가 있다. 해발 78m의 몰운대는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가운데 바다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명승지다.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끼는 날이면 그 안개와 구름에 잠겨서 보이지 않는다는 시화적(詩畵的)인 이름이 지금의 이름이 됐다. 현재는 육지와 이어져 있으나 예전엔 다대포 서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었다.

낙동강 하구 모래톱 

다대포에 위치한 아미산 전망대는 낙동강 하구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탁월한 곳이다. 낙동강 하구의 자연생태 자료 전시관을 겸한 하구 모래톱 전망대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삼각지를 중심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낙동강 하구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해질녘이면, 바다와 태양과 모래섬이 이루는 환상적인 장면을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강물에는 '존재의 목적'이라는 것이 없어 좋다. 인간들은 흔히 자기중심적 생각에 사로잡혀 지극히 인간적인 목적을 강과 자연에 부여하고 있지만, 강은 그런 것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주어진 법칙에 따라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아미산 전망대에 서면 진우도·대마등·백합등·장자도·신자도·맹금머리등·도요등... 여러 모래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우도는 섬에 있었던 보육원 이름 '진우원'을 딴 이름이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을 여기 보육원에 수용했다. 백합등은 백합 조개가 많이 나서 붙은 이름이고, 맹금머리등은 솔개 참수리 물수리 같은 맹금류가 날아든다고 해서, 도요등은 도요새가 날아든대서 이름 지었다. 대마도, 장자도에서는 주민들이 대파를 키우고 보리농사를 짓고 백합조개를 잡았다고 한다.        


물살이 넘나드는 모래톱이 위험하다는 건 누구든 알 터. 그런데도 부산사람들은 모래섬을 개척했고 옥토로 일구었다. 그러다 1959년 한반도의 기상 관측 사상 최악의 태풍 중 하나였다는 사라호 태풍이 모래섬을 휩쓸었고 지금처럼 무인도가 되었다. 부산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는 모래톱 이야기를 접하고서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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