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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Jan 10. 2021

'기도발' 좋은 소원성취 사찰 3곳

화성 용주사,  서울 옥천암,  인천 보문사 

기도하는 이의 뒷모습은 경건하면서 왠지 뭉클하다 / 이하 ⓒ김종성

무언가를 믿고 기원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예년보다 이른 추위 속에서도 새해가 다가오자 소원을 빌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해맞이 명소들이 북적인다. 해가 뜨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간절히 소망하고 소원하고 축원하고 기원한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이지만 이때만큼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그만큼 '새해'라는 단어는 설레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춥디추운 겨울 날씨(새해가 3월 20일이라는 이란이 부럽기만 하다). 이른 새벽 이불 밖으로 나서기 힘든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원성취 명소가 있다. 속칭 ‘기도발’이 좋은 곳으로 소문난 사찰이다. 이맘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저마다 소원을 빌다보니 부처님도 무척 피곤하시겠구나 싶기도 하다.     


불경을 외는 스님의 목탁소리, 호흡까지 길어지는 은은한 범종의 울림, 둔중한 북소리를 듣다보면 마음은 고요함속에 잠긴다. '무언가를 믿는 순간 그 무언가에 속는 것'이라고 여기는 내게도 경건함을 느끼게 해준다. 소망이나 소원은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한다. 새해엔 더 자주 웃고, 더 크게 웃을 수 있기를 빌었다.


정조의 효심이 깊게 담겨있는,  화성 용주사

드물게 붉은 홍예문이 입구에 서있는 절
탑돌이 기도

경기도 화성시 송산동에 있는 아담한 화산(華山) 자락엔 용주사라는 절이 있다. 용주사는 국보가 여러 개 있는 오래된 절이기도 하지만, 정조의 효심이 깊이 묻어나는 특별한 사찰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과 복을 빌기 좋은 곳이다. 용주사 누리집에 방문하면 절 소개에 '효행 근본도량 용주사'라고 나와 있을 정도다. 그래서 흔히 효행 사찰이라고 부른단다.     


경기도 양주시 배봉산에 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화산 현릉원(현재 융릉)에 옮긴 뒤 아버지 넋을 기리며 무덤을 돌볼 사찰로 용주사를 지었다. 완공 전날 밤 정조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깬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이제야 한을 풀고 승천한 것이라고 믿고 ‘용주사(龍珠寺)’란 이름을 직접 지어 내린다.

경내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
산책하기 좋은 융건릉

용주사는 숭유억불 정책을 내세운 조선시대에 오대산 상원사와 함께 명실상부한 왕실의 원찰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조선시대 마지막 원찰인 용주사는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의 위패를 모신 능침사찰이다. 위패(位牌)란 고인의 이름을 적은 나무패로 신주(神主)라고도 한다. 능침사찰은 왕과 왕비의 능침을 수호하고 명복을 비는 사찰을 말한다.


그래서 용주사는 보통 절과는 다른 특이한 구조와 유물을 지니게 됐다. 왕의 위패를 모신 절이라 그런지 절 입구에 왕릉에나 있는 붉은 색의 홍살문이 서있다. 다른 절엔 없는 ‘부모은중경탑’도 눈길을 끈다.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소중한 은혜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얘기한 경전이다.     


이곳엔 2개의 국보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물인 대웅보전과 고려시대 만든 범종이다. 기도를 마치고 가까이에 있는 융릉과 건릉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장조(사도세자)와 그의 비 헌경왕후를 합장한 곳이 융릉이고, 그의 아들 정조와 효의왕후를 합장한 곳이 건릉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사계절 산책하기 좋다.     


* 대중교통편 : 전철 1호선 병점역(2번 출구) 앞에서 34, 34-1, 35, 35-1, 50번 버스를 타고 용주사 하차


흰 옷 입은 부처가 있는 서울 제일의 기도처, 옥천암 백불(白佛)

홍제천변에 자리한 절
간절함이 묻어나는 불자의 기도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 산책로를 지나다보면 천변에 작은 암자와 누각이 보인다. 옥천암(玉泉庵, 서대문구 홍은동)이라는 아담한 절이다. 냇물이 상쾌하게 흘러가는 물가에 있는 절이라 그런지 지나갈 적마다 눈길을 끄는 곳이다. 오늘날처럼 서울이 대규모로 도시화되기 전만해도 이곳은 옥같이 맑은 물이 흘렀단다. 그런 까닭으로 절 이름 또한 옥천암이 되었다고. 홍제천의 상류지역이라 물이 더욱 맑았으리라.     


서울에서 이름난 기도처였던 옥천암은 일찍부터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있어 불암(佛巖)으로 알려져 있던 고찰이었다. 높이 10m의 바위에 새겨진 관음보살상이 그 주인공. 암자 누각 안에 이채롭게도 흰 옷을 입은 불상이 앉아있다. 정식명칭은 '마애보살좌상(閣磨崖菩薩坐像)'이다. 마애불은 바위에 새긴 불상이다. 서울시 유형문화재에서 2014년 보물 제1820호로 승격됐다.

1908년 버튼 홈즈가 서울을 답사하며 찍은 옥천암 백불
천변 산책로에 이어지는 포방터 시장

불교 경전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은 중생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구제하는 대중적인 보살이다. 관세음(觀世音) 보살은 한자에서 보듯 ‘세상의 소리 특히 고통에서 나오는 울부짖음을 듣는 존재’다. 보살은 여자 신도나 고승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티베트의 지도자로 잘 알려진 달라이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현신(現身)으로 불린다.  

   

불암 바위의 왼쪽 편과 뒷면에 소원을 빌면서 바위를 갈았던 붙임바위에도 기도를 드린다.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이의 뒷모습은 경건하면서 왠지 뭉클하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도 이 마애불 앞에서 기원했고,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부인이 이곳에서 아들 고종의 복을 비는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구한말엔 '백의(白衣) 관음상' 혹은 백불(白佛)로 불렀는데, 선교사와 여행가 등 당시 외국인들 사이에 'The White Buddha'고 알려져 서양인들의 주요 답사지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 부처님이 계신 곳은 따로 문이 없어서 아무 때나 찾아와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옥천암에서 천변 산책로를 따라 도보 5분 거리에 이름도 특이한 포방터 시장이 있다. 백종원의 먹방 TV에 나온 후 유명세를 타서 맛집이 많이 생겼다.     


* 대중교통편 : 전철 홍제역(1번 출구)앞 유진상가 정류장에서 7018, 7730, 153, 08번 버스를 타고 옥천암 정류장 하차


바다가 보이는 관음성지, 인천 석모도 보문사 

낙가산 소나무가 맞이하는 절 입구
편안하게 느껴지는 와불

좋은 산은 좋은 절을 품는다는 말처럼 사찰은 흔히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숲속 산자락에 있는데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절은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풍경이 좋아 가보게 된다. 인천광역시 강화도의 동생 섬 석모도의 천년고찰 보문사가 그런 곳이다.      


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양양 홍련암, 여수 향일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해수 관음성지라고 한다. 낙가산(267m) 중턱에 자리한 보문사는 불교가 성하던 통일신라시대 선덕여왕 때 생겨난 오래된 절이다.     


과거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이 섬은 몇 년 전 석모대교가 개통하면서 섬 아닌 섬이 됐다. 자가용을 타고 가기 편해졌지만 보문사에 갈 땐 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면서 느릿느릿 찾아가다보면 불도(佛道)를 구하러 가는 불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는 듯 설렘이 생긴다.

보문사에서 보이는 강화바다
낙가산 눈썹바위아래 새겨진 관세음보살

눈썹처럼 생긴 바위아래 화강암 절벽 바위에 새긴 마애관세음보살좌상이 바로 기도명당. 눈썹바위까지 오르는 400여개 계단은 소원이 이뤄지는 길이다. 계단을 오를수록 바다가 보이는 풍광이 참 좋아 힘든 줄 모르고 오르게 된다. 높이 9.2m,폭 3.3m 규모의 큰 보살상은 투박하면서도 푸근한 인상이다. 기도하는 불자들 뒤로 밀물과 썰물에 따라 여러 얼굴을 한 서해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주문도·아차도·볼음도 등이 떠있는 강화바다가 정답다. 해질 무렵엔 멋진 노을이 수면을 붉게 물들이며 드리워진다. 절 주변에 온천과 자연휴양림, 펜션이 들어설만했다. 온천은 특히 실외노천탕이 인기인데 바다를 바라보며 풍욕을 하고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섬 속의 섬 석모도 보문사까지 올라와서 마애불만 보고 가는 것은 좀 아쉽다.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하루를 머물면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여유가 생기겠다. 보문사는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도모 바람길’의 시종점이기도 하다. 석모도 유일의 민머루 해변, 장구너머 포구, 석포리 선착장 등이 이어진다.     


* 대중교통편 : 강화버스터미널 31A, 31B, 38A, 38B번 버스를 타고 보문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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