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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Jan 17. 2021

수인선 전철타고 떠나는 겨울포구 여행, 월곶포구

경기도 시흥시 월곶포구

뱃일을 마치고 월곶포구로 들어오는 어선들/이하 ⓒ김종성

포구는 번듯한 항구에선 볼 수 없는 소박함과 투박함이 있어 좋다. 작고 낡은 어선들이 오가서 그런지 수더분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곳이다. 서해바다 포구의 뱃길은 오솔길처럼 굽어있다. 고단한 뱃일을 마친 어선들이 밀물의 바다 속에 난 갯골을 따라 포구를 향해 말없이 안기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월곶포구(경기도 시흥시 월곶동)는 관광지로 잘 알려진 오이도와 인천 소래포구가 가까이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산한 느낌을 준다. 한적하고 여유 있게 거닐며 포구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포구 주변에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가 잘 나있고 어선, 낚시 배들이 정박해 있는 고즈넉한 포구의 모습이 펼쳐진다. 목소리가 고양이 울음소리 같다고 해 이름 붙은 괭이 갈매기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1991년까지만 해도 바다와 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풍성한 갯벌이었던 월곶. 90년대 바다를 메우는 매립작업(1992~1996)하여 현재의 횟집, 수산시장, 카페 등이 들어섰다. 수산물 공판장을 개조해 지은 월곶예술공판장 ‘아트독(Art Dock)’이 눈길을 끌었다. 정기적으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시민 누구나 와서 각종 작업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다. 주변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다시 한 번 포구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매년 10월 초순엔 월곶포구축제가 열린다.

수인분당선 월곶역
1988년 소래철교를 지나는 옛 수인선 열차 ⓒ소래역사관

반달 모양의 아담한 포구     


월곶포구는 수인분당선 전철 월곶역이 있어서 찾아가기 편하다. 수인선 열차는 본래 인천-수원간 해안 주민들의 발이 되어 삶과 애환을 함께 실어 날랐던 협궤열차였다. 일제 강점기 때인 1937년 생겨난 수인선 기차는 1995년 12월 이용객이 줄어들며 역사의 뒤 안으로 사라졌다가, 2012년 쾌적한 현대식 전철로 부활했다. 월곶포구에서 이어지는 옛 수인선 철교는 흥미로운 보행로가 되었다. 이곳을 걸어서 건너가면 인천 소래포구가 나와 더욱 풍성한 포구여행을 즐길 수 있다.     


월곶(月串)의 곶은 바다를 향해 뾰족하게 내민 땅이란 뜻이다. 강화의 갑곶, 포항의 호미곶 등도 서로 지형이 비슷하다. 육지에서 바다로 내민 모습이 반달과 같다하여 월곶이란 이름이 붙었다니 재밌다. 서해바다에서 매일 일어나는 밀물과 썰물을 관장하는 달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곶자가 들어간 곳은 조망이 월등히 좋다보니 군사시설이 들어서곤 하는데, 월곶도 조선시대엔 수군만호(水軍萬戶)가 설치될 정도로 군사요충지였다고 한다.     


이는 포구가 자리한 지형적 특성과 관계가 깊다. 포구와 비슷한 곳으로 부두가 있다. 부두와 달리 포구는 밀물과 썰물이 있는 갯골을 따라 내륙 깊숙한 곳에 들어선 작은 항구를 말한다. 월곶포구나 옆에 있는 소래포구가 보이는 지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포구가 부두보다 다채로운 풍경을 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도시가 둘러선 월곶포구
전시장·공방이 된 수산물 공판장

해질녘 고기를 잡으러 먼 바다로 떠났던 어선들이 들어오는 월곶포구 해안은 시흥 9경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보면 탁 트인 바다는 물론 썰물 때의 질펀한 갯벌도 볼 수 있다.      


일몰 땐 아름다운 노을이 바다 위로 저문다. 해안가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구입 후 포구가 바라보이는 2층 전망 좋은 식당으로 올라가면 가지고간 수산물로 회나 매운탕 등 해산물 요리를 해준다.     


"왕새우 1Kg에 만원 ~ 덤도 많이 드립니다." 수산시장 젊은 상인들이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포구가까지 울려 퍼진다. 시장에서 일하는 젊은 상인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희망이 엿보인다. 희망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장이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는, 이 추운 겨울에도 사람들의 얼굴에 표정과 온기를 입혀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월곶포구 맛집
해안가 산책로

고즈넉하게 산책하기 좋은 바닷가     


물때에 따라 어선들이 아파트와 상가 앞으로 지나가고, 썰물 땐 갯벌이 흐드러지게 펼쳐지는 이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포구 앞 편의점이나 카페에 들어가 앉으면 창밖으로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 노란 부리 끝에 빨갛고 파란 립스틱을 칠한 괭이 갈매기들은 포구 주변 아파트 주민들과 겨울을 함께 난다.  

   

포구를 거닐다 월곶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아이들을 만났다. 포구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내 모습을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기특하게도 포구 안내를 해주었다.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포구 주변을 걷자니, 인생도 세상도 그리 나쁘지 않구나 생각이 들었다. 포구와 바닷가가 앞마당처럼 있으니 다른 도시와 달리 동네 아이들 추억이 풍성해 지겠다.

개펄에서 쉬고 있는 괭이 갈매기
포구가 북카페

이맘때 바닷가 돌 위에 하얗게 붙어사는 굴은 ‘석화(石花)’라 불릴 정도로 겨울철 인기 있는 해산물이다. 굴은 어른이 되서야 그 맛을 아는 해산물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갓 캐낸 생굴이라도 물컹하고 밍밍한데다 비릿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포구가 재밌는 이름의 수산물 가게 ‘전라도 허벌난집’에서 시식해주는 굴을 먹은 아이들에게 맛있냐고 물어보니 아무 맛도 안 난다며 얼굴을 찡그린다.     


포구는 역시 겨울 포구가 제격인가보다. 멀끔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뭔가 사람을 끄는 포구만의 매력, 오랜만에 맛본다. 겨울 포구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어시장과 선창가 노점이다. 포구와 어시장은 게와 주꾸미, 젓갈로 풍성하다. 서해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들은 구경만 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대부분이 살아있는 생물이라 활기와 생기가 느껴져서겠다. 내 소울 푸드(Soul Food) 꽃게탕이 생각나 수족관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게만 찍지 말고 나도 예쁘게 찍어달라며 웃는 상인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우주선 모양의 기예를 펼치는 주꾸미 
꺽지·탱수·삼숙이·삼식이 등 여러 이름이 붙은 삼세기

매일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찾아먹는(삼식) 남편처럼 밉상이라 그렇게 지었단다. 알고 보니 쏨뱅이목에 속한 삼세기라는 물고기로, 지역에 따라 꺽지·탱수·삼숙이라고 부르는데 삼식이는 전라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불리는 이름 모두가 재밌고 토속적이다.     


배들의 이름에는 선주들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이름의 의미를 다 모아 놓으면,

그것이 그대로 한 포구가 지닌 그리움의 실체가 되리라.

- 책 <곽재구의 포구 기행>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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