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부터 작가 합격메일을 받은지가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간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의 내가 1년 전의 나보다 어디가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모르겠다. 열심히 살게 되었다고 하면 그건 아니고, 글을 더 맛나게 쓰게 되었다고 하면 그것 역시 아니고. 오히려 옛날보다 글쓰기 열정이 사그라들었다고 하면 모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엇인가 나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결코 들지를 않는다. 내 성격들이 눈에 띄게 변할 정도로 열심히 글을 써 왔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의 1년동안 내가 변한것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부지기수 아닌가? 난 그렇게 계속 생각을 한다. '지난 1년간 무엇이 변한 것일까' 아, 한가지 변한 게 있는 것 같긴 하다. ‘학생’으로 살던 내가 어느새 ‘작가’의 삶을 흉내내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조금 씁쓸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하루종일 학교에서 생활한다. 학교 밥을 먹고,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학교에서 잔다. (기숙사 생활이 뭐 그렇지 한다..) 때문에 나는 주로 학교 일과시간에 글을 쓰는데, 뭐 그럭저럭 할만하다. 집중이 좀 안된다는 흠이 있긴 하다만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진짜 문제는 따로있다. ‘친구들이 내 작업을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꼭 두세명이 와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간다. 대충 훑어보면 다행이지, 첫줄부터 끝줄까지 꼼꼼히 내려읽고 간다. 수정도 안된 초본 아닌가!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문장들 아닌가. 하지만 부끄럽다고 노트북을 덮을수도 없고, 보지 말라며 친구를 밀어낼 수도 없는 노릇.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매일 펼쳐진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를 나는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글을 처음 쓸 때에는, 이 상황들이 너무나 난감했었다. 자연스레 화면 밝기를 내려 글을 쓰게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들 하던가. 그렇게 한달 두달이 지나자, 점차 친구들이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일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업중인 글을 중간에 읽어도 아무렇지 않게 작업하고, 애들 다 노는 쉬는시간에 홀로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학교 동아리 전시회 시간에 나와 부원들의 글, 시를 자랑스레 전시하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숨기지 않고 지내다보니 "이태양 글 좀 쓰네"하는 소리들이 간접적으로 들려왔다. 고래를 춤추게 하듯 내 작업은 점차 활력을 찾아갔고, 내 유사 작가 라이프는 학교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거다. 내가 작가인 척 살아가게 된게.
나조차도 이게 무슨 전개인가 싶었지만, '학교 속의 작가'라는 이름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대놓고 '나 글 쓰는 학생이야~'하는 행동들. 하루종일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던지, 종이를 찢어 그날 생각난 어구들을 적어놓는다든지 하는 행동들. 부족한 날 작가로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고마웠고 동시에 너무 재미있었기에, 나는 아직도 작가 행세를 하고있다.
앞선 이유로 나는 작가인 척 하며 살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직도 친구들이 브런치에서 내 글을 접하게 되진 않을까 생각하면 이불을 걷어차게 된다. 다만 그럼에도 내가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내 글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몇 명은 생기지 않았을까’하는 마음 때문일것이다. 친구들이 내 글을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긴장, 친구들이 그 글을 좋아하면 좋겠다는 기대. 그렇게 난 매일을 긴장과 기대로 보낸다. 이 긴장과 기대들, 유사 작가 라이프와 글쓰기 노력으로인해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가 궁금해지는 하루인 것 같다.
+ 내가 수기로 글을 쓰고 있다 하면 ‘무슨 일인가’하며 쳐다보고,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면 더욱 열심히 ‘숙제있나?’하며 쳐다보는 내 친구들. 왜 맨날 같은 친구들만 들여다보는걸까. 알면서도 그러나? 그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여지껏 매일 든다. “미안하지만, 내가 아직은 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