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함께함, 본능에 관한 학생의 고찰

200601

by 태양


기억은 그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이고 싶다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저 사람의 시선을 담아두겠다, 저 사람의 향기를 흡수하겠다, 저 사람의 미소를 가두겠다, 기어이 저 사람을 사랑해야 속이 후련하겠다 하는.

나는 편애가 심한 사람이기에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는 말을 믿지 않은지는 이미 꽤 되었다. 하지만 가끔 돌이켜 생각할때면, 내 기억 속 아름다웠던 존재들은 하나같이 사람이었구나 하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그래, 역시 그렇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은 나에게로, 남녀를 불문한 채, 기억하고싶다는 욕망을 이끈다. 물망초가 습한 그늘에 꽃을 피우고, 민들레가 아스팔트에 뿌리를 내리는 것 같은 고되고 장엄한 업적. 나방이 타죽어도 기쁘고 상사화가 슬픔으로 맺히는 것 같은 비극적이며 용감한 성공. 그것이 내 관계의 본능이자,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 역시 본능이다.

머릿속에 품어둔 누군가의 옷매무새, 손동작, 웃음이 풍기는 아름다움과 들숨 날숨의 애틋함. 그 사람이 현재 가진, 그 사람이 미래에 가질 아름다움들은 그냥 지나침이 없이 매번 내 본능을 건드린다.

그렇기에 오늘은 어떻게든 함께이고 싶은 날이다. 스러지듯 사라질망정, 그것들은 내 북극성이자 호흡일테다. 늦봄이란 풍경과 함께, 나도 누군가를 감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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