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world May 12. 2016

당신이 터키로 떠나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터키의 재발견

기억 나? 그 밤.


진정하라는 너의 위로에도 나는 마른 눈물을 멈추지 못했잖아. 서른 살 무렵의 결별은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더라. 눈 앞이 깜깜했어. 영화가 끝났는데도 한참동안 불이 켜지지 않는 어두운 영화관처럼.


여행이라도 가보지 그래. 나를 잘 아는 너의 진심어린 조언도 들리지 않던 잔인한 봄날. 초점 없는 눈빛으로 시청역을 걷던 내 눈에 감색 빛 카펫이 들어왔어. 가만있자,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아 그래, 그 영화였지. 이스탄불의 카펫이 일렁이던 <워터 디바이너>. 골목을 가득 메운 시장에선 먼지가 켜켜이 붙은 색색의 카펫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싱그러운 오전의 햇살 속에서 러셀 크로우가 담백한 아침식사를 할 때면, 이슬람의 기도문이 바람을 타고 스크린을 적셨었지. 잠깐 상념에 젖어있던 순간 봄바람이 가만히 속삭이는 것 같더라. "터키로 가자"라고.


신기한 일이지,

연차를 아껴 써야 한다면서 아파도 출근하던 내가 갑자기 그렇게나 긴 휴가를 내다니. 사실 나는 털어내고 싶었어. 그와 쌓아 올린 모든 추억들을.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있잖니. 

왜 하필 '터키'였는지는 잘 모르겠어. 우연히 시청에서 목격한 감색빛 카펫이 나를 이끈 것인지, 여자 혼자 떠나는 위험지역 여행을 통해 용기를 얻고 싶었는지, 막연히 터키가 이별의 아픔을 치유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인지 뭔지. 아무튼 난 정말 무작정 떠났어. 망설이지 말고 떠나, 너의 따뜻한 응원을 손에 꽉 말아 쥐고 말야. 기적같은 일이 펼쳐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하나. 맛 : 달콤함이 세포 끝을 담뿍 적시다 


나는 로쿰 하나!

혼자 터키로 떠난다는 내 말에 회사 동기가 툭 던진 말, "나는 혀가 마비될만큼 단 로쿰 하나 사다 줘." 나 있지, 비행기를 타기 전엔 로쿰이 뭔지도 몰랐다? 뒤늦게 포털에서 찾아봤지만 터키쉬딜라이트, 바클라바, 로쿰라는 단어들이 모두 외계어처럼  생소했어. 기존에 터키 간식은 커녕 터키란 나라 자체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어야지.

없는게 없다는 이스탄불의 최대 시장 '그랜드 바자르' 곳곳에서 알록달록한 사탕 가게들을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어. 아, 여기가 터키구나. 이게 터키의 맛 '터키쉬딜라이트'라고 불리는 로쿰이구나. 

그랜드바자르의 사탕가게들
그랜드바자르의 사탕가게들


언니 언니. 바빠요? 한 입 먹어봐요.

판매원으로 보이는 터키 아저씨가 어설픈 한국말로 나에게 간식을 권했어. 내가 망설이자 그는 어디서 배웠는지 덧붙이더라. 피곤해요? 먹으면 기운나. 순간 솔깃했어. 갑작스런 결별과 오랜 비행으로 내 몸뚱이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거든. 한 입 물고났더니 글쎄, 정말 입이 얼얼하더라. 혀가 마비된다는 동기의 말이 이 느낌일까. 나도모르게 아오, 달아!를 외치자 그가 웃었어. "로쿰, 바클라바 달아, 달아. 싸게, 많이 줄게 언니."


그랜드바자르의 로쿰가게


터키 사람들은 왜 이토록 뼛속까지 당이 농축될 듯한 간식을 즐겨먹는걸까?

바클라바로 유명한 가게를 찾아나선 길. 줄 서있던 터키 사람에게 은근슬쩍 물어봤어. 대학생이라는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말하더라. "맛있잖아! 먹으면 행복해져! 너도 그렇지 않니?"

너도 알잖아, 나 원래 디저트 킬러인거. 로쿰을 베어문 그 순간부터 입맛이 사르르 돌기 시작하더라. 설탕시럽에 푹 절인 바클라바, 찐득한 초콜릿으로 무장한 돈두르마,  쌀가루와 우유로 만든 달콤한 푸딩 무할레비까지. 정말 오랜만에 달콤한 디저트에 취했어. 외계어 같던 단어들이 조금씩 뚜렷하게 내 머릿속에 각인됐지. 

그녀석과 함께 디저트를 찾으러 다니던 데이트의 추억은 이제 터키 디저트의 추억으로 가뿐히 덮을 수 있겠더라. 칼로리? 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안 봤니. 바지가 잘 안들어갈 정도로 살이 쪄버린 줄리아로버츠가 그랬잖아. 그냥 지금을 즐기라고! 


쫀득쫀득한 터키아이스크림 돈두르마
푸딩의 한 종류인 무할레비
에페스맥주와 설탕에 푹 졸인 바클라바


둘. 동물 : 따스한 친구야, 내 발 아래서 같이 숨쉬렴.


처음엔 깜짝 놀랐어. 

그날 나는 숙소 주인이 추천해 준 피데집을 찾아가 터키 전통음식 '피데'를 주문했거든. 사람들이 가득한 가게의 구석 테이블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발 밑에 꾸물거리는 무언가가 확 닿는거야. 

너 내가 원래 엄청 잘 놀라는거 알지? 그 외국인 많은 곳에서 내가 괴성을 지르며 앉은 자리에서 풀쩍 점프했다니까! 상상해봐. 재밌지 않아?

나는 울먹거리면서 테이블 아래를 들쳐봤어. 주변에 네가 있었더라면 널 잡고 오열했을거야. 그런데 테이블 밑에 뭐가 있었는지 아니? 아주 따뜻하고 편안한 눈빛을 가진 고양이 한마리가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



터키만큼 동물과 함께 사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이 나라에선 동물들이 사람만큼이나 편안한 표정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어. 여기저기서.

사실 그렇잖아. 우리가 함께 다니던 대학교도 그렇고 우리 동네도 그렇고. 거리, 풀밭, 식당. 대개 모든 장소가 사람을 위한 장소이거나 사람이 '관리하는' 동물을 위한 장소잖아. 그런데 터키는 달랐어. 목줄 달린 개보다 목줄 없는 개가 많았거든. 사람들은 꼬리를 치켜세우고 도로를 도도하게 걸어다니는 고양이에게 사랑스런 시선을 보냈어. 안녕, 눈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평화로운 동물로부터 아픈 내 가슴을 위로하는 듯한 눈빛이 느껴졌어. 

어두운 방에서 웅크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암막커튼을 살짝 열어 따뜻한 햇살 한 줄기를 비춰주는 느낌이랄까. 너는 잘 하고 있어. 라며 나를 토닥이는 그런 느낌.

터키에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그들과 함께 눈을 맞출 수 있게 되었어. 보드라운 털을 만지고 그 조그만 생명체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지. 



셋. 풍경: 그토록 갑작스럽게,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됐어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날엔 비가 부슬부슬 내렸어. 주요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는 투어를 신청하긴 했는데, 사실 그냥 숙소에 누워 잠만 자고 싶더라. 서른이 넘으니까 비만 오면 몸이 축 늘어지는 거 있지.

그래도 가야해요. 조식을 먹으면서 신문을 보고있는데 영국인 숙소 주인이 톡톡, 내 어깨를 쳤어. 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 이 아저씨의 자상한 말투란. 결국 나는 외투를 입고 차에 탑승했어. 너 알잖아, 내가 친절한 남자한테 약한거.

으흘랄라 계곡은 황토색 물이 잔뜩 불어있었어. 비에 젖은 생쥐꼴로 질척거리는 흙을 밟으며 계곡트래킹을 시작했지.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울창한 숲과 푸른 계곡물이 장관이었는데 현실이 이렇게나 다를 줄이야. 걷다보니 어렸을 때 읽었던 톰소여의 모험이 생각나더라. 허클베리핀이 바라본 황토색 미시시피강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린투어에 포함된 으흘랄라 계곡물
계곡트래킹


우산 없이 오들오들 떠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터키 가이드가 슬그머니 점퍼를 걸쳐줬어. 어머, 역시 젊고 예뻐야 해. 한국 아주머니의 칭찬에 모든 사람들이 웃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어. 너무 추웠거든. 한참을 걷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신이나서 내 옷깃을 끌어당겼어. 여기에요. 어서 들어가요. 식사 장소 다 왔어요.

나는 무작정 실내로 뛰어들어갔어. 훨씬 더 따뜻할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머리 위에 쌓인 빗물을 툭툭 털어낸 뒤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정말 너무나 놀랐어. 불과 몇 초 전과 완전히 다른 광경이 펼쳐져있었거든.


으흘랄라 계곡 주변의 식당
으흘랄라 계곡 주변의 식당


유난히 따뜻한 공기, 브라운 톤의 벽과 은은한 조명이 자아내는 아름다움, 비에 홈빡 젖은 풀냄새, 온기.

몇백불짜리 근사한 레스토랑도 아니었고 장엄한 오케스트라 음악이 흐르는 곳도 아니었어. 하지만 절대적인 안락함이 나를 맞이했어. 부드러움. 포근함. 따뜻함. <이프 온리>에서 애인과 여행을 떠난 남자 주인공이 따뜻한 통나무집에 도착해 두터운 외투를 벗을 때의 느낌이 이러했을까. 핀란드의 눈밭을 헤매다 온기 폴폴 나는 안식처를 찾은 <남과 여>의 주인공들이 이러했을까. 

그렇게 갑자기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됐어. 어디 그 때 뿐이었는 줄 아니. 눈을 부비며 테라스에 앉았을 때 문득 이슬람 아침기도 소리가 들려오고 마주 앉은 이의 어깨 너머로 푸른 빛의 블루모스크가 보이면, 난 <워터 디바이너> 의 주인공이 됐어. 스머프마을의 모티브가 됐다는 괴레메 시티를 둘러볼 땐 <개구쟁이 스머프> 속으로 퐁당 들어온 느낌이었지. 



사소한 순간이 갑자기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변하는 마법같은 일이 자꾸자꾸 일어난다고 상상해봐. 정말 멋지지 않니? 터키에서 나는 슬픈 기억대신 나를 둘러싼 지금의 사소한 순간을 사랑하게 됐어. 혹시 모르잖아. 그토록 갑작스럽게, 한 번 더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도.


카파도키아 '괴레메시티'


넷. 사람: 뜨겁도록 정겨운 그대들


나,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이랑 아침식사를 같이했어. 심지어 야외에서!

항공사 CF로 유명해진 '파묵칼레'를 보러 올라가는 길이었어. 물을 사러 잠깐 입구 쪽 슈퍼에 들렀지. 그런데 누군가가 소리치면서 나를 불렀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고개를 들이밀었더니, 글쎄 잘생긴 훈남 청년이 살인미소를 날리면서 말하는 거 있지. 슈퍼 주인아주머니랑 아침먹는 중인데 우리 같이 식사하자. 어머. 이거 아침 댓바람부터 #라면 먹고 갈래 당한거니. 그런거니.


다정한 사람들, 슈퍼 주인아주머니와 군인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웃으면서 발을 뺐어. 그런데 아주머니가 한사코 앉으라면서 두툼한 빵과 달걀, 뜨거운 애플티 한 잔을 건네는거야. 하 이것 참.

결국 나는 아침식사를 함께했어.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는 이 군인 청년이 나와 한국에 대해 열심히 수다를 떠는 동안 아주머니는 뜨거운 차이티를 자그마치 두 잔이나 더 따라주셨지. 나는 뜨거운 하늘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뽀얀 각설탕을 하나, 둘 넣어 차이티를 즐겼어. 단언컨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차이티였지. 심지어 이 남자, 파묵칼레에서 혹여나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라면서 터프한 멘트를 날리더군. 

이렇게 난 물 한 잔 값으로 행복을 샀어. 아. 정말이지 어느 나라에서 이토록 다정하고 따뜻한 아침식사에 초대받을 수 있을까. 



파묵칼레로 올라가는 길, 살랑거리는 바람이 폐 속 세포까지 와닿았어. 어릴 적 아빠랑 동산에 올라갔을 때 코 끝에 스치던 꽃냄새가 자꾸만 느껴졌지. 그 때 바람이 다시 내게 말을 건넸어. 정말 잘 왔어, 라고.


'목화의 성'이라는 뜻의 파묵칼레


그거 알아? '정'은 번역하기 굉장히 어려운 단어란 거. 친절함, 따뜻함.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가 있어서, 정은 쉽사리 다른 언어로 바꿀 수 없어. 그런데 내가 만난 터키 사람들은 굳이 그들의 언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정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어. 숙소까지 걷기엔 너무 멀다며 아들을 시켜 나를 에스코트해주는 아이스크림 가게 아주머니. 이건 널 위한 서비스야, 따뜻한 차이티를 건네며 활짝 웃는 사람들. 선뜻 자신의 따뜻한 마음 한 켠을 내어주는, 아, 그런 사람들. 

사람때문에 울고 사람때문에 웃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아. 하지만 그 사람, 분명 터키와 사랑에 빠져본 적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이스탄불 야경 명소로 유명한 '피에르로티'


다섯. 사랑: 그리고,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너도 알잖아. 나 아침잠 엄청나게 많은거. 

그날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카파도키아의 유명한 동굴숙소에서 꿀잠을 자고 있었어. 밥은 굶어도 잠은 자야 한다는 나의 신조를 정말이지 깨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글쎄 익숙한 목소리가 또다시 문 밖에서 나를 깨우는거야. 새벽 네 시에요, 또 차가 기다리고 있어요. 해가 뜨기 전에 타야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어요. 아저씨는 이 광경을 절대 놓쳐선 안된다며 계속 문을 두들겼어. 그렇게 나는 또 차에 탄 채 끌려갔어. 뭐, 그렇게 됐어.



원래 엄청나게 홍보하는 것들엔 흥미가 없는 나잖아. TV나 인터넷에서 벌룬투어 사진을 너무나 많이 접해서 나는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어. 게다가 이런 로맨틱한 투어는 다들 연인, 친구끼리 올텐데 나는 혼자잖아. 흥, 벌룬이 뜨든말든 알게 뭐람. 나는 퉁명스런 얼굴로 벌룬에 올랐어. 그리고 가만히 밤이 걷혀져가는 하늘을 바라봤지.

그런데 웬걸. 언제부터였는지 몰라. 정말 잘 모르겠어. 나는 그냥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입을 벌리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던거야. '압도당한다'는 표현이 이런 걸까.



저기요. 한국 분이세요? 누군가가 나를 툭, 쳤어. 사진 좀 찍어달라며 불쑥 카메라를 내밀더군. 뷰파인더로 바라본 세상은 어느 각도든, 어느 위치든 장관이었어. 이제 됐다는 그의 말에도 나는 잠시만요를 외치며 셔터를 눌러댔지. 그 사람은 싱긋 웃으면서 내 카메라를 가져간다음 똑같이 수십장을 찍어줬어. 

그런 다음 우리는 멋쩍은 대화를 나눴어. 우리는 아마도 같은 마음이었을거야. 이토록 감동스런 장면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 혼자의 가슴속에만 담아두기엔 보석같은 이 순간이 너무나 황홀하다는 그런 마음.

50분 남짓 지났을까. 열기구에서 내린 우린 근처 커피숍에서 따뜻한 티를 한 잔씩 마셨어. 그리고는 대화를 나눴지. 카파도키아 이야기, 파묵칼레 이야기, 그리고 또...사랑 이야기, 인생 이야기. 

여행자들이 으레 그렇듯, 우리는 각자의 일정을 위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어. 그런데 어떤 순간을 함께 공유한, '스치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이 되더라. 이건 비밀인데,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지금의 마음이라면, 나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야. 그게 누구든간에.



#마들렌을 홍차에 적셔 먹어본 적 있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는 순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가면 아주머니가 홍차나 보리수차에 적셔 주던 그 맛, 그 냄새, 그리고... 그 공기. 

나는 터키에서 수없이 많은 마들렌을 손에 쥐고 돌아온 느낌이야. 아주 사소한 것들을 마주하면서도 시시때때로 터키여행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곤 했거든. 누군가의 미소, 보드라운 강아지의 촉감, 달콤한 애플티, 푸른 빛의 블루모스크, 때묻은 양탄자, 그리고, 그리고... 공기의 촉촉한 맛. 

시간이 흘러도 나는 터키로 매번 돌아올 수 있을 것만 같아. 눈을 뜨면 아저씨가 버스가 왔어요. 라며 눈을 두들길 것 같아. 넋놓고 앉아있자면 털 많은 고양이가 조용히 내 발등을 어루만질 것 같아. 그렇게 계속 나의 시간들을 만날 것만 같아.



기억나? 그 밤.

나는 양손에 선물을 가득 든 채 잔뜩 들떠있었잖아. 나는 맥주 한 캔을 손에 든 채 분홍빛 가방에서 로쿰과 엽서를 꺼내며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잖아. 예전에 그 사람과 함께 셋이 자주 들렀던 한강 둔치에서 우린 밤이 깊도록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지. 너 헤어진 적은 있었니? 영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너는 나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었어. 그럼, 헤어졌지. 덕분에 나는 더 채워진 사람이 되었고. 나는 껄껄 웃으면서 또 한 캔을 땄지. 

잔잔한 바람, 간간히 들리는 주위 사람들의 웃음소리, 산책하는 강아지, 맥주, 그리고 우리. 기억을 꺼내며 함께 터키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그 밤. 우리의 젊은 날은 이걸로 충분하지 않니. 







-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터키는 우리나라보다 8배나 영토가 크다. 터키어를 사용한다.

- 이슬람교 98%이며 공식 국교는 없다.

- 통화는 터키 '리라'를 사용한다. 1리라는 475원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