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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칵테일 Oct 12. 2020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이 사라질 수 있을까?

beyond Korean education

대학 원서를 쓸 때 진지한 장래를 고민했다. 생각보다 많은 학과가 있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생각해보았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유아교육과, 사범대, 교대를 떠올렸다. 나는 강북구 변두리에 위치한 학교를 졸업했다. 내 경험에 비추었을 때 몇몇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을 참 못했다. 못하기에 그치지 않고, 준비도 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그 까닭에 각종 인강을 수강하였다. 인강 속 강사들은 수업을 잘했다. 준비도 많이 한다고 여겨졌다.


당시 친한 친구에게 말했다. 

"나도 강사가 되어보면 어떨까?"

그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난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 직업은 '남을 잘되게 해주는 직업'이잖아. 네가 잘되는 직업을 찾아야지."

수긍했다. 내가 잘되는 길을 찾아봐야곘다고. 나는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친구의 주장 말고도 사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일이 무모하다고 여겨진 까닭이 있다. 

당시 정부는 줄기차게 사교육 억제 정책을 추진했다. 사교육이 존재한 이래로 줄곧 그래 왔다. 2014년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 법>도 제정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사교육 시장이 사라질 줄 알았다. 


게다가 저출산 기조로 사교육 시장 고객은 줄어드는 상태였다. 이미 2019년 기준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8명을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 이하의 합계출산율이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2012년 총사교육비 지출 규모 19조에서 2019년 21조 원으로 되려 크게 늘었다. (교육부 및 통계청. 사교육비 조사 결과) 대학을 졸업하고 사교육 시장에 종사하는 지금도 사교육비는 증가 추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160조를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다. 실패했다. 

법까지 만들어가며 사교육 억제 정책을 수립했다. 실패했다. 



출처: 이투데이 '작년 총 사교육비 20조 원 육박'



도대체 왜 이런 걸까?

사교육 업계에 종사하며 조금 이해가 되었다. 


사교육이 사라지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 청소년기 중요한 과업인 '관계 맺기' 공간이 제공된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단짝 친구를 만든다. 아이들은 주로 거주지 근처의 학원을 다닌다. 학교도 같은 경우가 많다. 학교, 학원을 함께 다니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2020년 기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1명, 중고등학교는 23명이다. 꾸준히 줄어오긴 했으나 친밀한 관계를 맺기에는 많다. 아이들은 친구를 만나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학부모들은 안전을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이다. 


둘째, 구매자인 '학부모'에게 심리적 안녕감을 준다. 최근에는 학교도 각 학급 담임선생님이 단톡 방, 밴드 등을 만들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돌봄이란 끝이 없다. 워킹맘, 전업맘 관계없이 양육 부담은 심각하다. 학원에 등록된 학부모 번호 95% 이상이 어머님이다. 아이의 성적, 건강, 적성, 친구관계, 학교생활, 마음건강 등등 챙겨야 할 일들이 수도 없다. 그래서 각 학원은 학부모에게 상담과 정보를 제공한다. 분기별로 교육 이슈를 다룬 설명회를 개최한다. 적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게다가 상담전화를 통해 부모님의 고충을 듣고, 해결점을 찾아준다. 학부모도 돌봄이 필요하다. 학교는 멀고 학원은 가깝다. 


셋째, 학교 교육의 질이 낮다. 사교육을 비판하는 일부는 '사교육은 아이들이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학교는 생각하는 수업을 마련했는가? 학교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에는 학급당 불균형한 학업 성취도, 아이들의 정서 불안정, 생활지도에 지친 교사, 경직된 교과과정 등 넘어야 할 문제가 많다. 주요 학군에서 일하며 놀란 점은 사교육이 국영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밀도 있게 체험한다. 드론을 만들고 닭을 해부하며 과학기술을 배운다. 동화책을 쓰고 연극을 하며 문학을 공부한다. 즉, 학교 교육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행복해 보인다. 아이들은 재밌고 신난다고 이야기한다. 


사교육이 불안을 조장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OECD 교육지표 2018'에 따르면 한국은 교육 수준에 따른 소득격차가 매우 심하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는 중학교 이하 졸업자는 72, 대학 졸업자는 144, 대학원 졸업자는 191을 벌었다. 교육격차에 따른 소득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다. 불안을 먹고 자란 게 사교육이다. 


현재의 사교육 억제 정책은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결과만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조작하여 원인이 해결되는 마법 같은 일은 없다. 소득 양극화, 불안한 고용시장, 여성에게 쏠린 돌봄 노동 문제, 사회 비통합, 경쟁 위주의 교육제도... 


학령인구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팽창하는 이유이다.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는 그 날은!! 

어떤 직업을 가지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

국가와 지역사회, 가족이 고루 돌봄 책임을 분담하는 사회

교사가 수업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사회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진 후의 이야기가 아닐까? 




출처: 홍대 신문 "배움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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