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by 박선희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 나는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적이라는 건 무엇일까.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나는 문학이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끊임없이 세계란 무엇이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묻고 그것에 답해 가는 과정이다. <클라라와 태양>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의문은 그거였다. 그래서 인간이, 뭐지?


머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클라라와 태양>은 인공지능 로봇인 클라라와 인간인 조시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감정이 없고 기계적인 존재를 상상하기 쉬운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그렇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심리적인 안정과 안전을 위해 인공지능 로봇을 들인다. 이 로봇들은 일종의 보모 역할을 하게 되는데 클라라는 어리고 몸이 약한 조시와 함께 지내기 위해 조시의 집에 가게 된다. 로봇 중에서도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고 섬세한 클라라는 조시의 집에 살게 되면서 인간들의 행동을 보고 인간에 대해 배워가게 된다. 클라라가 인간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데 거기에 이 책의 중요한 재미가 있다. 우리는 로봇인 클라라의 눈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뭐지, 뒷모습만으론 앞모습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게 인간이야.

사람은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는 것, 사람에게는 ‘달라지는 면’이 있다는 것, 또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우 복잡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는 것 클라라가 인간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나는 그 의미에 대해 곱씹었다. 그래 맞아 인간이란 그런 존재지. 조시의 엄마는 몸이 약한 조시가 성인이 될 때까지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조시의 언니도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엄마의 불안은 매우 구체적이고 크다. 클라라를 집으로 데려온 이유 중 하나도 조시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클라라에게 조시의 외피를 씌워 조시의 삶을 이어가게 하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 로봇인 클라라는 조시와 늘 함께 하기 때문에 조시의 목소리나 말투, 행동, 습관 등을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으니까. 조시의 엄마와 이혼한 조시의 아빠는 그러나 엄마의 이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클라라에게 엄마의 계획을 이야기해 주면서 묻는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을 믿느냐고.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건 모양과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흉내 낼 수 없다고,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그것을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다고 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중요한 것은 내면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클라라는 내면이라는 게 배우기 어려운 것이지만 방이 아주 많은 집과 비슷해서 시간을 들여 열심히 노력해서 방을 전부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의 집처럼 익숙하게 만들 수 있다고 대답한다. 클라라의 이 대답을 듣고 나는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클라라는 조시를 옆에서 내내 지켜보며 조시의 생각의 패턴 같은 것도 파악하게 되었으니까.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대강 알 수 있다. 하물며 인공지능 로봇은 그 모든 데이터를 잊지 않고 저장해 둘 테니 정말 내가 죽은 이후에도 날 대신해 나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거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뭐지? 나라는 인간은,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특별한 무언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그것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 오로지 나만 갖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다음 단락에서 조시의 아빠가 이런 말을 한다. 놀랍고도 아름다운 말,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방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또 다른 방이 있고, 그 방 안에는 또 다른 방이 있고 방안에 방이 있고, 그 안에 또 있고 또 있는 것, 인간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존재인지 말하는 이 대목은 압권이었다.


이후에 클라라는 아픈 조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이루는 중요한 부품까지 내놓으면서 조시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인공지능 로봇의 희생이라니! 결국 조시는 건강하게 성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나게 된다. 조시가 떠난 집에 남게 된 클라라는 예전에 자기가 진열되어 있었던 매장에서 일하던 매니저를 만나게 된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만난 두 사람은 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클라라가 자신은 조시를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테지만 잘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조시의 어머니나 친구 릭, 가정부 멜라니아, 조시의 아버지가 조시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는 다가갈 수 없었을 거라고. 그러면서 ‘인간의 아주 특별한 무언가는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다.

특별한 무언가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있는 것이었어! 맙소사, 그래서 우리라는 말은 늘 따뜻하고 아름다운 거였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서 가장 나답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인간에 대한 너무 아름다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 생각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