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서는 겨울철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난로를 많이 설치한다. 11년 전 전원주택에 처음 살기 시작하면서 주보일러인 심야전기 보일러의 난방비에 놀라 난로를 설치했다.
그런데 막상 장작을 구하려니 어디에서 구입해야 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남편이 동네 이장님 및 지인들을 통해 물어 물어 드디어 장작을 주문할 수 있었고 마침내 나무가 도착했다.
생전 처음 본 트럭에 한 가득의 통나무가 실려있었는데 동네분들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그 트럭의 이름은 제무시 트럭이었다. 나중에 안 거지만 어르신들께서 제무시 트럭이라 부른 트럭의 원래 이름은 미군트럭이라고 불리는 GMC트럭이었다는 거.
2015년 기준, 참나무 10톤에 해당하는 제무시 (GMC) 한 트럭분의 통나무 가격은 120만 원이었다. 저런 통나무를 일정 길이로 자르기만 해서 판매하는 절단목이나 그 절단목을 장작으로 쪼개서 파는 쪼갬목의 가격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40대였던 남편과 난 과감하게 통나무를 선택했더랬다.
그리고 그해 겨울은 온통 남편과 장작 만들던 기억으로 가득해져 버렸다.
통나무를 전기톱, 엔진톱으로 자르고 그걸 다시 도끼로 쪼개는 일들은 40대였던 남편이 도맡아 했다. 역시나 40대였던 난 남편이 통나무를 자를 때 나무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과 남편이 도끼질을 하기 쉽도록 누워있는 절단목들을 미리 세워놓는 역할, 그리고 쪼개진 장작들을 현관 가까이에 쌓는 역할을 맡았다.
그날의 일을 마치고 나면 입고 있던 옷은 온통 톱밥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한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장작이 쌓인 걸 보면서 남편과 난 참 많이 뿌듯해하며 좋아했고 일 끝날 때에 맞춰 딸이 가져다준 따끈한 커피 한 잔과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던 것 같다.
10년이 지난 현재 돌이켜보면 그땐 체력이 참 좋았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어찌어찌해 본다 해도 일 끝내고 나면 며칠을 끙끙 앓으며 누워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작 가격
전원생활 처음 시작해서 벽난로를 처음 설치하고는 의욕적으로 통나무를 한 트럭 샀을 때, 그리고 재작년 겨울 지인이 통나무를 무료로 가져다주었을 때를 제외하곤 장작을 통나무로 구입하지 않았다.
50대가 되고 나니 그 모든 일들이 너무 버겁게만 느껴졌달까. 남편은 가격적인 면에서 매력 있는 통나무를 구입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 타의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남편 스스로는 아직도 통나무를 사도 잘라 쓸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 들수록 자신의 의욕에 비해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혼자 짜증 내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지인이 통나무를 가져다준다는 말에 장작을 사지 않고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 통나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그때는 추위가 매서운 한 겨울 12월이었다.
인터넷으로 장작 파는 곳을 여러 곳 전화했지만 전화받는 곳마다 나무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였고 나무가 있다는 곳은 굉장히 불친절하고 배짱판매를 하는 게 느껴졌다.
전혀 알지 못하는 충청도의 장작판매처에선 200에 가까운 돈을 선불로 요구하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는 곳에 선뜻 그 금액을 먼저 보낸다는 것이 어려운 것은 나뿐만이 아니지 않을지...
남편은 남편대로 인터넷을 뒤지고 나는 나대로 당근마켓을 뒤졌다. 마침 당근마켓에서 경기도 광주지역에서 장작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찾았고 남편이 통화해서 쪼갬목으로 주문했다.
2022년 12월에 구입한 장작 쪼갬목 가격은 1루베 15만 원씩. 우리는 10루베를 주문했고 배송비 15만 원은 별도였다. 당장 장작을 구한 것만으로 기뻤던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165만 원을 들여 구입했던 이 나무로 인해 산꼭대기 전원주택에서 벽난로와의 전쟁이 시작될 줄은 말이다....